# 대안 경제 건설 4회차: 디지털 공간을 공유지로 — 플랫폼 협동조합과 데이터 민주주의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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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회차에서 이어지는 질문: 공장도, 전기망도 아닌 '코드'를 누가 소유하는가

3회차에서 우리는 전기·수도·에너지망 같은 물리적 인프라를 누가 소유하고 통제하는지 살폈다. 영국의 공공에너지 회사, 독일의 시민 협동조합, 라틴아메리카의 물 재공영화 투쟁 — 모두 공간을 점하는 철탑과 배관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자본주의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생산수단은 콘크리트도 강철도 아니다. 코드다. 플랫폼이다. 데이터다. 알고리즘이다. 구글과 메타가 소유한 것은 공장이 아니라 검색 인프라와 광고 기술이다. 우버가 소유한 것은 차량이 아니라 노동자를 실시간으로 배치하는 알고리즘이다. 아마존의 진짜 힘은 물류창고가 아니라 판매자·소비자의 모든 거래 데이터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디지털 생산수단의 민주적 소유란 무엇인가. 배민의 라이더가 배달 플랫폼 자체를 소유한다는 것은 어떤 상상인가. 개인 데이터를 구글이 무상으로 추출해 이윤으로 바꾸는 구조를 전환할 수는 없는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처럼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협력해 공동의 자원을 만들어내는 현상은 대안 경제의 모델이 될 수 있는가.

이번 회차는 이 질문들을 세 개의 축으로 풀어간다. 플랫폼 협동조합, 데이터 공유지와 신탁, 커먼즈 기반 동료 생산이다. 모두 디지털 영역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실험이며, 냉정한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품고 있다.

## 2. 플랫폼 협동조합: 노동자가 소유하는 앱은 가능하다

### 2.1. 트레버 숄츠의 문제 제기

우버,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숙박공유 앱. 이 플랫폼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플랫폼을 소유한 소수가, 플랫폼 위에서 일하는 다수의 노동을 통제하고 그 수익을 가져간다. 노동자는 앱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만 앱의 소유구조에 발언권은 없다. 마르크스가 공장의 기계 앞에 선 노동자를 묘사했다면, 오늘날 플랫폼 노동자는 알고리즘 앞에 선 노동자다.

미국 뉴스쿨대의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 교수는 2014년 이 문제의 정곡을 찔렀다. 우버 같은 플랫폼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똑같은 기술을 노동자가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는 이 구상을 '플랫폼 협동조합주의(Platform Cooperativism)'라고 명명하고, 2016년 뉴스쿨에 플랫폼 협동조합 컨소시엄(PCC)을 설립해 전 세계 실험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키웠다.

숄츠의 2023년 저서 『Own This!: How Platform Cooperatives Help Workers Build a Democratic Internet』(Verso)는 이렇게 요약한다. "우버가 할 수 있다면, 노동자가 소유하는 우버도 할 수 있다. 기술은 중립이다. 문제는 소유구조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릴 수 있다. 실제로 틈 크리스티안스(Tim Christiaens, 2025)는 플랫폼 협동조합이 구조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적대적 환경에서 협동조합이 생존하는 것 자체가 매일의 싸움이다.

그럼에도 PCC는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Digital Africa Rising" 컨퍼런스에는 33개국 500명이 참가했다. 2025년에는 'Solidarity AI'를 주제로 협동조합적 인공지능 접근법을 논의하는 컨퍼런스가 예정되어 있다. 이론에서 출발한 구상이 전 지구적 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 2.2. 실제로 작동하는 플랫폼 협동조합들

뉴욕에서 시작된 **Up & Go**는 가사 청소 노동자들의 협동조합형 플랫폼이다. 2017년, 뉴욕 지역 청소 노동자들이 협동조합 개발사 CoLab과 함께 설계한 앱이다. 우버처럼 이용자가 앱에서 청소 서비스를 예약한다. 그러나 수수료는 거래액의 5%에 불과하다. 우버나 태스크래빗이 20~30%를 떼는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차이다.

더 중요한 것은 통제권이다. 우버에서 운전자는 알고리즘에 종속된다. 요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왜 특정 호출이 특정 기사에게 배정되는지 알 수 없다. Up & Go에서는 노동자가 알고리즘을 통제한다. 수수료 구조, 매칭 방식, 서비스 기준은 모두 노동자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한다. 이 플랫폼은 현재 뉴욕에서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로 확장 중이다.

이탈리아에서 2019년 시작된 **Fairbnb.coop**은 에어비앤비의 협동조합 대안이다. 에어비앤비가 지역 주택 시장을 교란하고 숙박업소 규제를 회피하는 문제는 전 세계 도시들의 골칫거리다. Fairbnb는 지역 규제를 준수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하며, 수익의 50%를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환원한다. 에어비앤비가 팔레스타인 점령지의 불법 정착촌 숙소까지 중개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Fairbnb는 윤리적 대안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다만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시장 점유율로 말하면 에어비앤비의 그림자에도 미치지 못한다.

캐나다 빅토리아에 본사를 둔 **Stocksy United**는 2013년 설립된 사진작가·비디오그래퍼 소유의 스톡 이미지 플랫폼이다. 1,000명 이상의 작가 회원이 민주적 거버넌스로 운영하며, 연 매출은 약 850만~1,500만 달러로 추정된다(소스에 따라 1억 1,800만 달러라는 수치도 있다). 셔터스톡의 연 매출 9억 3,500만 달러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플랫폼 협동조합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다. 회원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 배분율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Stocksy는 협동조합이 틈새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2021년 뉴욕에서 출범한 **The Drivers Cooperative**는 우버·리프트에 직접 맞서는 라이드헤일링 협동조합이다. 운전자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며, 우버 대비 8~10% 높은 수입을 운전자에게 보장한다. 이익은 주주가 아니라 배당으로 운전자에게 환원된다. 뉴욕시의 장애인·비응급의료운송(paratransit) 분야에 특화하여 공공조달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유럽 9개국에서 운영되는 **Smart Coop**은 프리랜서를 위한 협동조합 네트워크다. 프리랜서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다. 사회보험, 단체교섭, 행정 지원 같은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보호에서 배제되기 쉽다. Smart는 이 프리랜서들을 협동조합의 고용 프레임워크로 묶어 사회보장과 단체교섭을 제공한다. 수천 명의 프리랜서가 이 모델에 참여하고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이 반드시 '앱'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2.3. 한국의 플랫폼 협동조합은 어디에 있나

솔직히 말하면 거의 없다. 한국의 플랫폼 노동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80만 명으로 추정된다. 배달라이더, 대리기사, 가사도우미, 청소노동자 등이다. 이들의 노동조건과 알고리즘 통제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라이더유니온, '배민라이더스' 같은 노동조합은 존재한다. 이들은 요금 인상과 산재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 자체를 노동자가 소유하는 협동조합 모델은 한국에 아직 없다. 플랫폼C(platformc.kr)라는 진보적 미디어가 대안 담론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는 비평 매체이지 플랫폼 협동조합 사업체는 아니다.

왜 없는가. 이유는 명확하다. 배달앱 하나를 만드는 데도 서버 비용, 개발자, 마케팅 자금이 필요하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네트워크 효과와 자본력 앞에서 소규모 협동조합이 경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등의 제도적 기반은 존재하지만, 플랫폼 협동조합을 위한 특화된 금융·기술·법률 지원은 전무하다.

그러나 불가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Stocksy가 셔터스톡과 경쟁하고, The Drivers Cooperative가 우버와 경쟁하고 있다면, 한국에서도 출발점은 있다. 80만 플랫폼 노동자가 협동조합형 플랫폼을 소유한다는 상상은 현재의 조건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1회차에서 살펴본 햇빛소득마을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현실적인 상상이었다. 출발은 작은 실험에서 시작된다.

## 3.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공유지와 신탁이라는 생각

### 3.1.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가 아니라 핵심 생산수단이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다"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부정확하다. 석유는 한 번 쓰면 사라지는 자원이다. 데이터는 공유하고 복제할수록 가치가 커지는 자원이다. 부족함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을 독점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자원이다.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의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가 분석했듯, 구글과 메타의 비즈니스 모델은 인간 경험을 원자재로 삼아 행동 데이터로 가공하고, 그것을 예측 상품으로 팔아 이윤을 얻는다. 개인의 검색 기록, 위치 정보, 사회관계망, 소비 패턴 — 이 모든 것이 무상으로 추출된다. 마르크스가 19세기 공장에서 노동력의 착취를 보았다면, 오늘날의 착취는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시작된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생긴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데이터를 공동의 자원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가.

### 3.2. 데이터 공유지와 신탁: 두 가지 길

현재의 논의에는 크게 두 갈래가 있다.

**데이터 신탁(Data Trust)**은 개인의 데이터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이다. 정보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신탁기관에 맡기고, 그 기관이 개인을 대신해 데이터의 사용 여부와 조건을 협상한다. 신탁기관은 데이터 주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법적 의무를 진다. 영국의 ODI(Open Data Institute)와 캐나다 등에서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이며, 한국의 마이데이터(MyData) 제도(2025년 3월 전 분야 시행)도 비슷한 방향에 서 있다. 개인이 자신의 금융·의료·통신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고 필요한 서비스에 제공할 권리를 갖게 하는 제도다.

**데이터 공유지(Data Commons)**는 다른 길을 간다. 마리나 미켈리(Marina Micheli) 등의 정의에 따르면, 데이터 공유지는 "데이터와 그 관계를 집단적·지속가능하게 거버넌스하는 커뮤니티"다. 개인 소유도 기업 소유도 아닌, 공동 자원으로서 데이터를 관리하자는 발상이다. 엘리너 오스트롬이 물·산림·어장 같은 자연 공유지를 지역 공동체가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증명했듯, 디지털 공유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접근법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개인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신탁 모델과, 집합적 데이터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공유지 모델은 서로 다른 수준에서 작동하며, 실제로는 결합될 수 있다.

### 3.3. 실제로 작동하는 데이터 협동조합들

미국 오리건주에 기반을 둔 **Driver's Seat Cooperative**는 라이드헤일링·배달 기사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공동 소유하는 협동조합이다. 우버·리프트 기사들은 앱을 통해 엄청난 양의 주행 데이터를 생성하지만, 그 데이터는 전부 플랫폼 회사의 소유로 귀속된다. Driver's Seat는 기사들이 이 데이터를 집합적으로 수집·분석해 더 나은 수입 전략을 세우고, 정책 제안의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 데이터를 소유하는 주체가 바뀌면,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도 바뀐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구역에서 운전해야 돈을 더 버는가"라는 질문에 우버는 답해주지 않는다. Driver's Seat는 데이터로 그 답을 찾아낸다.

스위스의 **Midata.coop**은 개인 건강 데이터의 협동조합적 거버넌스를 실험한다. 회원들은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협동조합에 맡기고, 어떤 연구 목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데이터가 사용될지 집합적으로 결정한다. 제약회사가 데이터를 사가는 기존 모델과 달리, 데이터 주체가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구조다.

영국의 **Digital Commons Cooperative**는 연대경제 조직들을 위한 데이터 매핑·분석 도구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개발한다. GIS(지리정보시스템), 링크드데이터, 오픈소스 도구를 결합해 지역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경제 생태계를 시각화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이터 협동조합이 단지 '데이터를 모으는' 일뿐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하는 도구 자체를 공동 생산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준다.

## 4. 커먼즈 기반 동료 생산: 오픈소스와 위키피디아가 증명한 것

### 4.1. 벤클러와 바우웬스가 포착한 새로운 생산양식

플랫폼 협동조합이 '소유구조'의 문제라면, 커먼즈 기반 동료 생산(Commons-Based Peer Production, CBPP)은 '생산 방식 자체'의 문제다.

2006년 하버드대 로스쿨의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는 『네트워크의 부(The Wealth of Networks)』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을 포착했다. 리눅스 운영체제,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그리고 수많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는 자본주의 기업의 명령체계도, 시장의 가격 신호도 없이 수천 명의 자발적인 참여자가 협력해 만들어낸다. 누군가가 코드를 쓰면 다른 누군가가 버그를 고치고, 또 다른 누군가가 문서를 작성한다. 지시하는 사장도, 동기부여하는 임금도 없는데, 결과물은 상용 제품과 경쟁할 만한 품질을 갖는다.

벤클러의 분석은 이랬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정보의 생산·공유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떨어뜨리면서, 시장과 기업도 국가도 아닌 제3의 생산양식인 '공유지 기반 동료 생산'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시장과 기업이라는 두 축으로 작동한다면, CBPP는 '공유지(commons)'와 '동료(peer)'라는 새로운 축을 제시한다.

벨기에 출신의 이론가 미셸 바우웬스(Michel Bauwens)는 P2P 재단을 설립해 이 통찰을 더 급진화했다. 그에 따르면 CBPP는 단지 소프트웨어 생산의 예외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출현한 포스트-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맹아다. "공유지에 기여하고, 그로부터 가치를 얻는다(for the commons, from the commons)"는 원리는 시장의 사적 소유 원리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바우웬스가 2021년의 논문에서 주장했듯, 이 맹아가 어떻게 자본주의적 포획을 피하면서 스스로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4.2. CBPP의 성과와 역설

CBPP가 이미 만들어낸 성과는 부인할 수 없다. 리눅스는 세계 서버의 70% 이상을 구동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리눅스 커널 위에 세워졌다. 위키피디아는 인류 지식의 가장 포괄적인 저장소가 되었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시장에서 밀어냈다. 아파치 웹서버,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파이썬 프로그래밍 언어 — 오늘날 인터넷 인프라의 상당 부분은 자발적 기여자들의 무보수 노동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역설도 분명하다. 이 커먼즈 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것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다. 구글은 리눅스와 오픈소스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제국을 건설했다. 공유지에서 무상으로 가져와서 사적 플랫폼으로 포장해 파는 '공유지의 포획(commons capture)'은 디지털 자본주의의 핵심 작동원리다. 바우웬스가 '자본주의의 기생적 단계'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이것이 CBPP의 근본적인 난제다. 협동 생산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그 생산물이 어떻게 자본의 포획을 피하면서 지속가능한 대안 경제로 성장할 수 있는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 난제에 대한 최근의 실험적 답변 중 하나가 **공공-공유지 파트너십(Public-Commons Partnership)**이다. 벤클러와 바우웬스가 각각 주목한 이 모델은 다음과 같다. 공유지 생산은 공동체가 감당하고, 그 공유지가 필요한 인프라(서버, 법률, 금융)는 공공 부문이 제공하며, 생산된 가치가 사적으로 포획되지 않도록 제도적 울타리를 친다는 구상이다. 바르셀로나 시의 '디지털 공유지 정책', 볼로냐의 '도시 공유지 규약' 같은 지방정부 수준의 실험이 이 방향에서 진행 중이다.

## 5. 한국의 디지털 민주주의는 어디에 서 있나

### 5.1. 출발선에 있는 플랫폼 협동조합

한국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은 아직 정치적 의제로도 충분히 제기되지 않았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최저임금 적용, 산재보험 가입 같은 고전적인 노동 의제들은 어느 정도 논의되고 있지만, "노동자가 플랫폼을 소유한다"는 발상은 여전히 낯설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시장 지배력, 네이버와 카카오의 플랫폼 생태계 장악을 고려하면 소규모 협동조합이 진입할 공간은 극도로 좁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가능한 출발점은 틈새 영역이다. 대형 플랫폼이 진입하지 않은 지역 기반 서비스, 특화된 전문직군, 공공조달 시장 같은 곳이다. The Drivers Cooperative가 뉴욕시 장애인 운송이라는 틈새를 공략한 것이 참조할 만하다. 공공 부문이 협동조합형 플랫폼에 우선 계약을 부여하는 방식, 사회적경제기본법 아래 플랫폼 협동조합을 위한 특화 금융·기술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방식이 검토되어야 한다.

### 5.2. 마이데이터는 충분한가? 데이터 공유지로 가는 길

한국의 마이데이터 제도(2025년 3월 전면 시행)는 개인 데이터 주권의 측면에서 진전이다. 개인이 자신의 금융·의료·통신·쇼핑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통제하고, 원하는 서비스에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는 근본적으로 '개인' 모델이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팔더라도, 그 구매자는 여전히 구글과 네이버라는 점이다. 개인 데이터의 판매 권리를 얻는다고 해서 감시 자본주의의 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공유지와 데이터 협동조합 모델이 제안하는 것은 다른 방향이다. 개인들이 데이터를 모아 공동으로 거버넌스하면서, 데이터 사용의 조건을 집합적으로 협상하는 것이다. Driver's Seat Cooperative가 보여주듯, 데이터를 집합화하면 개별적으로는 불가능한 통찰과 협상력이 생긴다. 한국에서도 건강 데이터 협동조합, 지역 기반 데이터 공유지 같은 실험을 시작할 수 있다.

### 5.3. 오픈소스의 교훈을 일반화할 수 있는가

한국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비교적 발달한 나라다. 공공 부문의 오픈소스 도입, 개발자 커뮤니티의 활발한 활동, 일부 지방정부의 오픈소스 전환 정책이 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돈 때문만이 아니라 의미와 공동체, 인정을 위해 협력하고 생산한다는 사실을 오픈소스가 증명했다. 이 원리를 소프트웨어 생산에서 벗어나 데이터 관리, 플랫폼 운영, 더 나아가 제조와 에너지 같은 물리적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바우웬스는 이것을 '공유지 전환(commons transition)'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영역에서 성공한 동료 생산의 원리를 제도와 인프라로 뒷받침하여 물리적 생산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예컨대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 파브랩·메이커스페이스의 공동 생산, 시민이 설계에 참여하는 공공 인프라 건설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실험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 6. 마지막 회차를 향하여

4회차까지 우리는 대안 경제 건설의 네 가지 축을 살폈다.

1회차에서는 마을 주민이 태양광 발전소를 공동 소유하는 햇빛소득마을을 시작점으로,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가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지 보았다. 2회차에서는 노동자가 기업 자체를 소유하는 협동조합 모델의 이론과 사례를 — 몬드라곤의 빛과 그림자, 유고슬라비아의 실패와 에밀리아로마냐의 성공을 — 살폈다. 3회차에서는 전기·수도·에너지망 같은 공공 인프라를 민주적으로 되찾으려는 세계적 흐름을 추적했다. 4회차에서는 디지털 영역에서 플랫폼 협동조합, 데이터 공유지, 커먼즈 기반 생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햇빛소득마을이 에너지 민주주의로 자라고, 노동자협동조합이 지역 경제의 축으로 뿌리내리며, 데이터 공유지가 시민의 통제 아래 놓이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 조건이 필요한가.

5회차는 이 질문을 다룬다. 생산수단 민주화의 개별 실험들을 하나의 전환 전략으로 묶어내는 정치 — 지역, 연합, 국가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