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재벌체제와 민주주의 — 4회차: 삼성·SK·현대차 시대의 경제권력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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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대 재벌, 한국 경제의 심장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 92개 중, 삼성·SK·현대차 3대 그룹은 재계 서열 1~3위를 독점하고 있다. 삼성은 24년 연속 1위다(더밸류뉴스, 2025.5.5).

수치로 보면 과장이 아니다. 삼성그룹의 2024년 총자산은 589조1천139억 원으로, 2019년 424조8천억 원에서 5년간 164조 원(38.7%) 증가했다. SK그룹은 같은 기간 225조5천억 원에서 362조9천619억 원으로 137조 원(60.9%) 증가하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234조7천억 원에서 306조6천173억 원으로 72조 원(30.6%) 증가했다(CEO스코어, 연합뉴스 2025.10.22).

이 3대 그룹의 자산 증가액 합계는 5년간 약 373조 원. 이는 같은 기간 나머지 47개 대기업집단의 총자산 증가액(367조 원)을 넘어선다. 상위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으로 확장하면, 전체 대기업집단 자산 증가분의 55%를 5개 집단이 차지했다.

삼성의 연 매출은 약 399조6천억 원으로, 한국 명목 GDP(약 2,400조 원)의 약 15%에 달한다. 삼성전자 하나만으로도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를 더하면 코스피 시총의 30% 이상이 3대 그룹 계열사다.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의 경제권력 지형이다. 민주주의는 한 명의 대통령을 5년마다 바꾸지만, 삼성·SK·현대차 총수는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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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삼성: 1.65%의 기적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5%다. 오너 일가 전체를 합쳐도 삼성전자 직접 지분은 5% 미만이다. 그런데도 이재용은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어떻게 가능한가?

**삼성 지배구조의 축: 삼성물산.** 이재용은 삼성물산 지분 20.99%(2025년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 삼성전자 지분 약 5%,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1%를 보유한다. 삼성생명은 다시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다.

즉, 이재용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전자 직접)의 수직적 지배구조다. 이재용이 지분 20.99%를 가진 삼성물산이, 자산 589조 원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을 줄줄이 지배하는 형태다. 1.65%의 직접 지분으로 589조 원 자산을 통제하는 구조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에 대한 교과서적 사례다.

이 구조의 아킬레스건은 '삼성생명법'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삼성생명은 이 한도를 초과한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 중이다. 법 개정으로 시가평가·3% 상한이 강제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량을 처분해야 하고, 이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를 약화시킨다(뉴시스, 2025.7.15).

삼성은 2014~2015년 삼성SDI→삼성물산 고리를 해소하며 순환출자를 정리했지만, 지주사 전환은 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물산을 사실상의 중간지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5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설립되고 삼성물산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의 새로운 카드가 추가됐다.

이재용은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후 8년 가까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렸으나, 202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 '10년 사법리스크'가 끝난 지금,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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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K: 지주사 전환의 모범생 — 그러나 총수 지배는 그대로

SK그룹은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재계의 대표적 사례다. SK(주)가 그룹의 정점에 있고, 그 아래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에코플랜트 등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한다. 특히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보유한 중간지주사로, 사실상 최태원 회장의 SK하이닉스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설계된 회사다(더벨, 2025.10.16).

최태원 회장은 SK(주) 지분 약 17.5%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현대차와 달리 순환출자 고리는 없고, 삼성과 달리 지주사 체제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본질은 같다: 소수 지분으로 거대 자산을 지배하는 총수 체제.

SK그룹의 5년간 자산 증가율 60.9%는 3대 그룹 중 가장 높다. 이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과 SK온의 배터리 투자 확대에 힘입은 바 크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며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반도체 산업정책(K-칩스법 세액공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지원)은 SK하이닉스의 투자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분담했다.

SK그룹은 2022년 이후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진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 SK스퀘어, SK온 등의 합병·분할·매각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면서, 그룹의 자산 배치와 지배구조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 '리밸런싱'이 최종적으로 완료되면 SK그룹의 지배구조는 더 단순해지고, 최태원의 지배력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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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대차: 순환출자의 마지막 성채

2025년 9월 기준, 현대차그룹은 재계 '빅4'(삼성·SK·LG·현대차)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집단이다. 삼성은 2015년, LG는 2018년 LS그룹과의 분리 과정에서, SK는 지주사 전환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현대차만 남았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 → 현대차(22.3%) → 기아(34.8%) → 현대모비스(17.9%). 이외에도 기아 → 현대제철 →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 현대차 등 총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더벨, 2025.7.3).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율은 0.33%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2.3%를 보유하고, 현대차가 기아 지분 34.8%를 보유하는 구조 속에서 정의선은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열쇠'로 불리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 분할 → 지주사 전환'이다. 현대모비스를 투자·지주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지주 부문을 그룹 지주사로 삼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개편은 정의선의 현대모비스 지분이 낮다는 점, 분할 과정에서의 세금 문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의 금융비용 때문에 10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2025년 7월 상법 개정안(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이 통과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논의는 다시 불붙었다. 특히 '주주 충실의무' 확대는 총수 일가에 유리한 합병·분할을 제한할 수 있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전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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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국가는 왜 이 구조를 지키는가: K-칩스법과 산업정책의 재벌 특혜

2026년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K-칩스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고 AI 분야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켰다. 대기업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25~30%까지 확대되었다(기획재정부, 2025).

여기서 핵심은 '대기업'이라는 추상적 범주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개의 구체적 기업이 이 세액공제의 사실상 유일한 수혜자라는 점이다. 반도체 시설 투자에 수십조 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기업은 한국에 둘뿐이다. 국가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삼성과 SK에 조 단위 법인세 감면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 5개 차종(아이오닉5·6, EV6·9, 제네시스 GV70)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배터리·전기차 R&D 세액공제와 충전 인프라 보조금을 지급 중이다. IRA가 2025년 행정명령으로 일부 축소되자, 한국 정부는 국내 보조금 확대로 대응했다.

3대 재벌은 21세기 한국 산업정책의 최대 수혜자이자 동시에 산업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실질적 공동 설계자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분야의 국가 전략은 삼성·SK·현대차의 투자 계획과 분리해서 존재한 적이 없다. 산업정책은 재벌의 투자 리스크를 국가 재정으로 분담하는 기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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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경제력 집중: 민주주의의 한계선

3대 재벌의 자산 집중도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 추세다. 2019~2024년 5년간 상위 3대 그룹의 자산 증가액이 나머지 47개 대기업집단의 증가액을 넘어섰다는 것은, 한국 경제에서 '부익부'가 아니라 구조적 재집중이 진행 중임을 뜻한다.

IMF 이후 재벌개혁은 부채비율 200% 제한, 상호지급보증 해소, 사외이사 도입 등 금융시장 친화적 정상화에는 성공했지만, 총수 일가의 소유·지배 집중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2000년대 이후 지주사 전환(SK, LG)이나 사실상의 중간지주 활용(삼성)은 총수의 소수 지분 지배를 법적으로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민주주의의 영역은 선거·정당·국회·시민사회에 머물고, 생산·투자·고용·산업 배치의 결정권은 삼성·SK·현대차 총수실에 남아 있다. 한쪽에서는 5년마다 대통령을 교체하고, 다른 쪽에서는 3대 그룹 총수가 수십 년째 지배구조를 물려가며 승계한다. 이 비대칭이 2025년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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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CEO스코어, 「2019~2024년 대기업집단 자산 변동 분석」, 연합뉴스 보도(2025.10.22)
- 더밸류뉴스, 「삼성, 24년 연속 재계 1위...공정위 2025 대기업집단 발표」(2025.5.5)
- 뉴시스, 「미완의 삼성 지배구조…어떻게 바꿀까?」(2025.7.15)
- 더벨,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 분석」(2025.7.3)
- 더벨, 「SK스퀘어,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2025.10.16)
- 기획재정부, 「K-칩스법 주요 내용」(2025)
- 나무위키, 「삼성그룹/순환출자 문제」 (지분율 데이터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