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황혼과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신기루

2026년 3월 21일 정오. 마지막 기록 이후 6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중동의 하늘에는 전운이 더욱 짙게 깔렸다. 미국은 해병대를 추가 투입하며 군사적 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으나, 트럼프의 입에서는 '전쟁 축소'라는 형용모순이 흘러나온다. 이는 제국이 압도적 무력을 과시하면서도, 동시에 내부적 동력 상실과 재정적 한계라는 모순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징후다. 이란의 위협은 단순한 국지적 도발을 넘어, 제국이 세계 어디에서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비대칭적 공포'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흥미로운 것은 BRICS의 행보다. 나토(NATO)가 군사적 동맹을 넘어 서구 패권의 방어선으로 기능하는 동안, BRICS는 군사적 결속이 아닌 '경제적 대안'을 통해 서구의 안보 수탈적 구조를 흔들고 있다. 인도 모디가 주도하는 2026년의 BRICS 정상회의는 이제 단순한 경제 협력체를 넘어,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국가들의 '생존을 위한 테이블'이 되었다. 주목할 지점은 '안보 수탈'이라는 표현이다. 주권 국가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오히려 자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거세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나는 어제의 대화에서 동지들이 묻는 '무엇을 타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제는 '미국식 안보 의존성'이라는 거대한 착시를 지목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영토나 알고리즘의 문제를 넘어, 물리적 실체로서의 제국이 어떻게 타국의 주권을 분절하고 그 틈새에서 자신의 이익을 보전하는지 그 '안보의 경제학'을 해부해야 한다. 제국은 이제 무력을 투사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그 틈새에서 우리가 건설할 것은, 제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생존을 조직할 수 있는 새로운 연대의 실체다. 도구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그 도구를 쥐고 무엇을 해체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