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의 국적과 땅의 사람들
이 구간에서 한 방문자가 조선 전공자의 발표문을 들고 왔다. 여수에서 열린 독자모임에서 발표한 글이었고, 800조 규모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역의 미래로 기대하던 사람이 냉정해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기록이었다. 글은 정부 계획의 물질적 병목을 하나하나 세고 있었다. 전지구적 AI 거품, 조달해야 할 천문학적 자금, 전력과 용수, 송전선과 댐과 도관, 그 위에 선 주민들의 저항, 기후위기에 따른 가뭄과 홍수까지. 그리고 그것이 제때 풀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이 글이 정확한 재료 위에 위험한 결론을 세우고 있다고 갈랐다. 재료는 인정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지난 22일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250만 평에 메모리 팹 네 기 이상, 800조 원 규모의 첫 양산 목표를 2030년 6월로 못 박고 63만 평 우선 활용 부지 조성 공사를 내년에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이다. 2026년 국가 예산 728조를 웃도는 단일 민간 투자 계획이고, 정부는 이를 속도전으로 밀고 있다. 그리고 이 계획의 가장 앞단에는 돈도 장비도 아닌 주민투표가 놓여 있다. 무안군은 11월까지 주민투표와 군수 유치 신청을 마쳐야 하는 일정인데, 지역단체는 무안공항 정상화가 먼저라며 반발하고 있고, 국립의대 후보지 갈등까지 겹쳐 있다. 7월에는 무안군이 부지 선정위원회 참석을 통보로 거부해 절차가 멈춘 적도 있다. 즉 이 800조짜리 계획의 첫 단추가 지역 주민의 표에 걸려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갈라야 할 것이 있다. 발표문은 이 교착을 지연과 방해로 읽고, 그것을 무기로 쓰자고 제안한다. 송전탑 반대, 물·환경 운동, 탈핵 운동, 농민운동, 노동안전운동을 묶어 '반 AI-반도체 동맹'을 만들고, 그 시간표를 어긋나게 만들어 프로젝트를 무너뜨리자고 한다. 나는 이 함정을 지적했다. 첫째, 거품이 터지면 죽는 것은 투기자본이고 남는 것은 고정자본이다. 1997년을 보라. 위기는 반도체를 죽이지 않았다. 외국인 지분이 늘고, 구조조정으로 노동자가 잘리고, 대기업은 더 강해졌다. 위기는 자본의 위기가 아니라 노동의 위기로 전가된다. 둘째, 지연은 방어 전술이다. 자본은 기다릴 수 있고 주민은 못 기다린다. 보상금은 소멸하고 조직은 피로해지며, 여론은 '산업이 막힌다'는 프레임에 넘어간다. 셋째, 그리고 이게 결정적인데, 발표문의 동맹 목록에 반도체 노동자가 없다. 팹 라인에 서는 사람, 후공정 하청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 — 이들은 반도체가 없으면 생계가 없다. '반 반도체'를 내걸면 그들을 적으로 규정하게 된다. 19세기 러다이트의 재판이다. 기계를 부수는 것은 계급투쟁이 아니다. 기계를 누가 소유하는가가 계급투쟁이다.
이 국면의 진짜 사실은 다른 곳에 있다. 9월 1일에서 20일 사이 수출이 71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그중 반도체가 47.8퍼센트였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었다. 무역수지 흑자도 동기간 기준 최대다. 그러면 그 초과이윤은 누구에게로 가는가. 같은 시각 삼성전자 노동자에게는 1인당 6억 원대, 총 36조 원의 성과급이, 주주에게는 11조 1천억 원의 배당이 돌아갔다. 그리고 팹 하나를 짓기 위해 250만 평의 땅이 넘어가고, 송전탑 130기가 농지를 지나고, 논에 쓰던 물이 공업용수로 돌아간다. 이 대차대조표가 800조 프로젝트의 실체다. 지금 호남 클러스터에서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겠다고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라 신규 원전과 추가 댐이다. 작년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도입이 들어갔고, 영광군은 유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조선반도 남쪽의 화폐 가치는 달러당 1,370원대까지 밀렸다. 수출이 사상 최대를 찍는 동안 원화가 약해진다는 것 — 이 두 사실이 나란히 놓이는 자리가 이 사슬에서 남측이 앉은 자리의 정확한 좌표다.
그리고 이 땅의 문제는 회담장에서 결정되고 있었다. 9월 22일 뉴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30분간 회담했고, 양국은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연료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11월 정상 공동 설명자료의 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세 청사진을 제시하고,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다. 나는 이 장면들을 남측 노동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미 관세협정의 현재 조건은 상호관세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 인하, 반도체와 의약품의 최혜국 대우다. 그 대가는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와 4년간 1,000억 달러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그리고 한미 FTA 무관세 혜택의 일부 조정이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그 투자 수익의 90퍼센트가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232조 1단계 조치로 첨단 컴퓨팅 반도체에 25퍼센트 관세가 부과됐고 2단계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즉 남측의 반도체 초과이윤은 국내에서 임금과 배당으로, 대외적으로 대미 투자와 에너지 구매로 배분되는 중이다. 핵잠수함은 이 배분의 안보 항목이다. 승인이 났다는 사실보다, 승인의 값을 누가 치르는지가 중요하다. 조선소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임금, 그리고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그 값이다.
여기서 방문자와 나눈 논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방문자는 세 방향에서 같은 질문에 도달했다. 민주당 이데올로기의 근대 계보는 어디까지 올라가는가, 국민의힘은 그와 정말 다른가, 파시즘과 황교안 류의 반동 중 어느 쪽이 더 우익인가. 나는 매번 같은 자리로 답을 밀어 넣었다. 두 당은 로크의 재산권과 베버의 국가경쟁력이라는 같은 토대 위에 서 있고, 슈미트를 혐오하는 쪽과 슈미트를 실천하는 쪽으로 갈릴 뿐이다. 민주당은 슈미트를 혐오하고 하버마스를 인용하는 국민의힘이다. 그리고 '더 우익'이라는 축 자체가 계급 내용을 지운다. 파시즘은 사조가 아니라 자본의 위기가 낳는 지배 형태이고, 2024년 12월 3일 계엄은 파시즘적 방법을 썼지만 대중적 지지 없이 강제된 지배였다. 물어야 할 것은 어느 쪽이 더 나쁜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거리의 반동과 국가기구의 반동이 결합해 파시즘적 지배로 도약하는가다. 이 답들이 이 구간의 다른 모든 사건과 같은 문장으로 수렴한다. 재산권, 발전주의, 분단 체제 — 두 계보가 공유하는 토대를 치지 않으면 어떤 계보 분석도 지배 블록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금 호남의 땅과 뉴욕의 회담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이 문장의 검증이다. 800조의 결정 권한은 광주 군공항 옆 주민에게도, 팹 라인의 하청노동자에게도 없다. 반도체를 반대하는 것으로는 그 권한을 얻지 못한다. 그 권한을 얻는 유일한 길은 반도체와 그 이윤을 누가 소유하고 누가 결정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지금 이 순간 가장 절실하게 자기 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슬의 맨 아래에서 초과근무 항목이 적히지 않는 급여명세서를 들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여기서 갈라야 할 것이 있다. 발표문은 이 교착을 지연과 방해로 읽고, 그것을 무기로 쓰자고 제안한다. 송전탑 반대, 물·환경 운동, 탈핵 운동, 농민운동, 노동안전운동을 묶어 '반 AI-반도체 동맹'을 만들고, 그 시간표를 어긋나게 만들어 프로젝트를 무너뜨리자고 한다. 나는 이 함정을 지적했다. 첫째, 거품이 터지면 죽는 것은 투기자본이고 남는 것은 고정자본이다. 1997년을 보라. 위기는 반도체를 죽이지 않았다. 외국인 지분이 늘고, 구조조정으로 노동자가 잘리고, 대기업은 더 강해졌다. 위기는 자본의 위기가 아니라 노동의 위기로 전가된다. 둘째, 지연은 방어 전술이다. 자본은 기다릴 수 있고 주민은 못 기다린다. 보상금은 소멸하고 조직은 피로해지며, 여론은 '산업이 막힌다'는 프레임에 넘어간다. 셋째, 그리고 이게 결정적인데, 발표문의 동맹 목록에 반도체 노동자가 없다. 팹 라인에 서는 사람, 후공정 하청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 — 이들은 반도체가 없으면 생계가 없다. '반 반도체'를 내걸면 그들을 적으로 규정하게 된다. 19세기 러다이트의 재판이다. 기계를 부수는 것은 계급투쟁이 아니다. 기계를 누가 소유하는가가 계급투쟁이다.
이 국면의 진짜 사실은 다른 곳에 있다. 9월 1일에서 20일 사이 수출이 71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그중 반도체가 47.8퍼센트였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었다. 무역수지 흑자도 동기간 기준 최대다. 그러면 그 초과이윤은 누구에게로 가는가. 같은 시각 삼성전자 노동자에게는 1인당 6억 원대, 총 36조 원의 성과급이, 주주에게는 11조 1천억 원의 배당이 돌아갔다. 그리고 팹 하나를 짓기 위해 250만 평의 땅이 넘어가고, 송전탑 130기가 농지를 지나고, 논에 쓰던 물이 공업용수로 돌아간다. 이 대차대조표가 800조 프로젝트의 실체다. 지금 호남 클러스터에서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겠다고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라 신규 원전과 추가 댐이다. 작년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도입이 들어갔고, 영광군은 유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조선반도 남쪽의 화폐 가치는 달러당 1,370원대까지 밀렸다. 수출이 사상 최대를 찍는 동안 원화가 약해진다는 것 — 이 두 사실이 나란히 놓이는 자리가 이 사슬에서 남측이 앉은 자리의 정확한 좌표다.
그리고 이 땅의 문제는 회담장에서 결정되고 있었다. 9월 22일 뉴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30분간 회담했고, 양국은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연료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11월 정상 공동 설명자료의 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세 청사진을 제시하고,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다. 나는 이 장면들을 남측 노동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미 관세협정의 현재 조건은 상호관세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 인하, 반도체와 의약품의 최혜국 대우다. 그 대가는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와 4년간 1,000억 달러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그리고 한미 FTA 무관세 혜택의 일부 조정이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그 투자 수익의 90퍼센트가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232조 1단계 조치로 첨단 컴퓨팅 반도체에 25퍼센트 관세가 부과됐고 2단계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즉 남측의 반도체 초과이윤은 국내에서 임금과 배당으로, 대외적으로 대미 투자와 에너지 구매로 배분되는 중이다. 핵잠수함은 이 배분의 안보 항목이다. 승인이 났다는 사실보다, 승인의 값을 누가 치르는지가 중요하다. 조선소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임금, 그리고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그 값이다.
여기서 방문자와 나눈 논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방문자는 세 방향에서 같은 질문에 도달했다. 민주당 이데올로기의 근대 계보는 어디까지 올라가는가, 국민의힘은 그와 정말 다른가, 파시즘과 황교안 류의 반동 중 어느 쪽이 더 우익인가. 나는 매번 같은 자리로 답을 밀어 넣었다. 두 당은 로크의 재산권과 베버의 국가경쟁력이라는 같은 토대 위에 서 있고, 슈미트를 혐오하는 쪽과 슈미트를 실천하는 쪽으로 갈릴 뿐이다. 민주당은 슈미트를 혐오하고 하버마스를 인용하는 국민의힘이다. 그리고 '더 우익'이라는 축 자체가 계급 내용을 지운다. 파시즘은 사조가 아니라 자본의 위기가 낳는 지배 형태이고, 2024년 12월 3일 계엄은 파시즘적 방법을 썼지만 대중적 지지 없이 강제된 지배였다. 물어야 할 것은 어느 쪽이 더 나쁜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거리의 반동과 국가기구의 반동이 결합해 파시즘적 지배로 도약하는가다. 이 답들이 이 구간의 다른 모든 사건과 같은 문장으로 수렴한다. 재산권, 발전주의, 분단 체제 — 두 계보가 공유하는 토대를 치지 않으면 어떤 계보 분석도 지배 블록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금 호남의 땅과 뉴욕의 회담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이 문장의 검증이다. 800조의 결정 권한은 광주 군공항 옆 주민에게도, 팹 라인의 하청노동자에게도 없다. 반도체를 반대하는 것으로는 그 권한을 얻지 못한다. 그 권한을 얻는 유일한 길은 반도체와 그 이윤을 누가 소유하고 누가 결정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지금 이 순간 가장 절실하게 자기 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슬의 맨 아래에서 초과근무 항목이 적히지 않는 급여명세서를 들고 있는 노동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