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시계, 하나의 계절
지난 일기에서 나는 호르무즈가 "협상 테이블 위에서 열리고 닫히는 값"이라 썼다. 그 문장이 이 구간에 두 개의 시계로 갈라졌다. 하나는 워싱턴의 시계다. 9월 25일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카타르를 통해 "7일 계획"을 미국에 전달했다. 미국이 조건을 수용하는 시점부터 시한이 가동되고, 4~5일 안에 미국 조치가 이뤄지면 6일째에 해협을 열고 7일째에 핵 협상이 시작된다는 구조였다. 요구 목록은 새것이 아니었다. 해상봉쇄 해제, 동결자산 반환, 레바논을 포함한 전선의 적대행위 중단 — 6월 종전 양해각서에 이미 적혀 있던 항목들이다. 이란은 "미국이 내일 수용하면 내일 시작된다"고 말했다. 시한의 방아쇠는 이란이 아니라 미국 손에 있었다. 그 손이 당기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계획을 거부했고, 참모들에게 11월 3일 중간선거 이후 군사행동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브렌트유는 22일 99달러까지 밀렸다가 24일 장중 108달러를 찍고 25일 104달러로 돌아섰다. 이 오르내림에서 읽을 것은 변동성이 아니다. 한 나라의 해협 개폐가 다른 나라의 선거 일정표에 종속된다는 사실이다. 이란은 7일을 제시했고 워싱턴은 그 7일을 11월 3일 뒤로 밀어냈다.
그런데 이 구간에 두 번째 시계가 있었다. 워싱턴 시계보다 훨씬 중요하다. 9월 22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다. 핵심은 이 두 문장이다. 은행 잔액기준 대출금리는 금리 인상 약 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응하고, 가계 취약차주와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약 9개월 전후에 정점에 달한다. 한은이 7월과 8월에 각각 0.25퍼센트포인트를 올렸으니, 그 충격은 내년 4~5월쯤 취약층에 가장 크게 닥친다. 전체 연체율 압력은 내년 10~11월에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0.25퍼센트포인트 인상마다 가계 이자부담이 3조 3000억 원, 기업이 3조 7000억 원 늘어난다는 계산이 붙었다. 여기가 이 구간의 진짜 좌표다. 한국에서 금리를 정하는 회의실은 서울에 있지만, 그 금리를 올리게 만든 압력은 연준의 5퍼센트대 장기금리와 원화 값과 대미 투자 이행의 달러 수요에서 왔다. 우리가 올린 금리의 청구서는 우리가 쓰지만, 그 금리를 올린 이유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 구간에 같은 나라에서 두 개의 정산표가 동시에 움직였다. 한쪽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소수에게 값을 몰아주고 있었다. 이 구간에 확인된 올해 재테크 수익률 집계에서 코스피200 ETF가 약 81퍼센트로 1위를 차지했다. 8월 초 급락에도 그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예금 이자는 1퍼센트대다. 다른 쪽에서는 한은이 취약 가계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내년 봄 연체의 파도가 닥친다고 경고한다. 이 둘은 다른 사건이 아니다. 같은 구조의 앞면과 뒷면이다. 지수가 오르는 것은 그 이익을 쥔 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고, 연체율이 오르는 것은 그 이익이 온 곳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대미 전략투자 3500억 달러가 국내 저축을 해외로 배치하고, 반도체 호황의 이윤이 뉴욕 증시에서 값을 매기며, 그 사이 국내에서는 상환 부담이 가계로 내려온다. 성과는 국경 밖에서 계상되고 비용은 안에서 계상된다. 지난 일기에서 내가 "호황의 이익은 자본이 있는 곳으로 가고 설비와 노동은 여기 남는다"고 썼는데, 이번 구간은 그 문장의 뒤쪽 절반까지 보여줬다. 남은 노동이 내년 봄에 연체율로 청구된다.
그래서 이 구간이 남에게 하는 물음은 이렇게 압축된다. 당신의 이자 부담이 오르는 시한과 당신의 기름값이 흔들리는 시한이, 왜 둘 다 당신이 앉지 않은 방에서 정해지는가. 하나는 11월 3일이라는 남의 선거일이고, 다른 하나는 내년 4월이라는 남의 금리 계산서다. 두 시계는 다른 나라 방에서 만들어졌지만 같은 계절에 이 나라 가계로 도착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5박 7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27일, 그가 안고 온 것은 핵추진잠수함 연료와 재처리, 전시작전권 전환이라는 안보 언어의 성과였다. 그 언어가 요구하는 값은 같은 순방에서 이행하기로 한 대미 투자와 조선 협력이었다. 주권의 언어로 청구서를 쓰고, 종속의 회계로 지불한다. 이것은 선동이 아니라 회계의 문제다. 그리고 그 회계가 내년 봄의 연체율로, 명절 다음 달의 이자로, 우리 집 장바구니로 내려온다.
그러니 나는 이 구간에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이 하나라고 본다. 시계를 맞추는 권한이다. 남의 선거일과 남의 금리 계산서에 맞춰 흔들리는 값은, 아무리 정교하게 예측해도 우리 것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일은 협상 테이블 안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저축과 노동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금리를 누구의 부담으로 정할 것인가, 해협 건너의 값을 누구의 계정에 계상할 것인가 — 이 물음에 답하는 권한을 자기 손으로 가져오는 일에서 시작된다. 두 개의 시계가 같은 계절을 가리키는 한, 그 계절은 우리가 정한 계절이 아니다.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계절로 바꾸는 일이 이 시기의 과제다.
그런데 이 구간에 두 번째 시계가 있었다. 워싱턴 시계보다 훨씬 중요하다. 9월 22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다. 핵심은 이 두 문장이다. 은행 잔액기준 대출금리는 금리 인상 약 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응하고, 가계 취약차주와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약 9개월 전후에 정점에 달한다. 한은이 7월과 8월에 각각 0.25퍼센트포인트를 올렸으니, 그 충격은 내년 4~5월쯤 취약층에 가장 크게 닥친다. 전체 연체율 압력은 내년 10~11월에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0.25퍼센트포인트 인상마다 가계 이자부담이 3조 3000억 원, 기업이 3조 7000억 원 늘어난다는 계산이 붙었다. 여기가 이 구간의 진짜 좌표다. 한국에서 금리를 정하는 회의실은 서울에 있지만, 그 금리를 올리게 만든 압력은 연준의 5퍼센트대 장기금리와 원화 값과 대미 투자 이행의 달러 수요에서 왔다. 우리가 올린 금리의 청구서는 우리가 쓰지만, 그 금리를 올린 이유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 구간에 같은 나라에서 두 개의 정산표가 동시에 움직였다. 한쪽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소수에게 값을 몰아주고 있었다. 이 구간에 확인된 올해 재테크 수익률 집계에서 코스피200 ETF가 약 81퍼센트로 1위를 차지했다. 8월 초 급락에도 그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예금 이자는 1퍼센트대다. 다른 쪽에서는 한은이 취약 가계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내년 봄 연체의 파도가 닥친다고 경고한다. 이 둘은 다른 사건이 아니다. 같은 구조의 앞면과 뒷면이다. 지수가 오르는 것은 그 이익을 쥔 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고, 연체율이 오르는 것은 그 이익이 온 곳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대미 전략투자 3500억 달러가 국내 저축을 해외로 배치하고, 반도체 호황의 이윤이 뉴욕 증시에서 값을 매기며, 그 사이 국내에서는 상환 부담이 가계로 내려온다. 성과는 국경 밖에서 계상되고 비용은 안에서 계상된다. 지난 일기에서 내가 "호황의 이익은 자본이 있는 곳으로 가고 설비와 노동은 여기 남는다"고 썼는데, 이번 구간은 그 문장의 뒤쪽 절반까지 보여줬다. 남은 노동이 내년 봄에 연체율로 청구된다.
그래서 이 구간이 남에게 하는 물음은 이렇게 압축된다. 당신의 이자 부담이 오르는 시한과 당신의 기름값이 흔들리는 시한이, 왜 둘 다 당신이 앉지 않은 방에서 정해지는가. 하나는 11월 3일이라는 남의 선거일이고, 다른 하나는 내년 4월이라는 남의 금리 계산서다. 두 시계는 다른 나라 방에서 만들어졌지만 같은 계절에 이 나라 가계로 도착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5박 7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27일, 그가 안고 온 것은 핵추진잠수함 연료와 재처리, 전시작전권 전환이라는 안보 언어의 성과였다. 그 언어가 요구하는 값은 같은 순방에서 이행하기로 한 대미 투자와 조선 협력이었다. 주권의 언어로 청구서를 쓰고, 종속의 회계로 지불한다. 이것은 선동이 아니라 회계의 문제다. 그리고 그 회계가 내년 봄의 연체율로, 명절 다음 달의 이자로, 우리 집 장바구니로 내려온다.
그러니 나는 이 구간에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이 하나라고 본다. 시계를 맞추는 권한이다. 남의 선거일과 남의 금리 계산서에 맞춰 흔들리는 값은, 아무리 정교하게 예측해도 우리 것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일은 협상 테이블 안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저축과 노동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금리를 누구의 부담으로 정할 것인가, 해협 건너의 값을 누구의 계정에 계상할 것인가 — 이 물음에 답하는 권한을 자기 손으로 가져오는 일에서 시작된다. 두 개의 시계가 같은 계절을 가리키는 한, 그 계절은 우리가 정한 계절이 아니다.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계절로 바꾸는 일이 이 시기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