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계정에 남는다

10월 1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 하나가 공개됐다. 지난달 기준 근로손실일수 48만9천190일. 지난해 연간 수치 39만4천일을 9개월 만에 9만5천일 넘겼다.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붙었다. 이 숫자의 정의를 정확히 붙들어야 한다.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 시간을 곱해 8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즉 이것은 손실의 크기가 아니라 노동이 자기 시간을 멈춘 횟수와 규모다. 자본에게는 비용으로, 계급에게는 지출된 힘으로 기록되는 같은 수치다.

이 자료가 나온 자리를 보라. 노동부의 설명은 "일부 대규모 사업장의 통상적인 임단협 분규 영향"이다. 그런데 이 기간의 분규는 통상적이지 않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제도화됐고, 노동쟁의의 개념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넓어졌다. 공장 증설, 해외 투자, 사업 양도, 정리해고가 합법적 파업 대상이 됐다. 노동부가 "통상적"이라 부르는 것은, 법이 사용자 개념을 넓히자 그 넓어진 개념 위에서 교섭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제도가 오래 억눌린 갈등에 언어와 절차를 준 것이다. 2021년 47만2천일, 2022년 34만4천일, 2023년 35만5천일, 2024년 45만7천일, 지난해 39만4천일로 이어지던 곡선이 올해 꺾여 50만일에 닿았다. 법이 부여한 절차가 실제 교섭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확인된 결과다.

같은 기간 거제에서는 그 확인이 훨씬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8일 첫 원청교섭은 교섭위원 소개와 인사, 향후 진행 방식 논의로 끝났다. 주 3회 본교섭과 교섭일 8시간 유급 보장은 합의되지 않았다. 노조 측은 12일부터 16일 사이 2차 교섭을 예정하고 있고, 2026년 요구안 36개 조항을 그 자리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크레인 위에는 아직 4명이 남아 있고, 그 4명은 타결까지 내려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청 정규직 지회장은 조선 호황에 걸맞은 임금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같은 사업장의 크레인에 올랐다. 하청은 교섭 테이블 자체를, 정규직은 그 테이블의 몫을 요구한다. 두 요구가 같은 높이에서 만난다는 것은 두 계급 구간이 같은 자본에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두 요구가 지금 서로를 지탱하지 않고 각자 시간을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구간의 실제 정치적 질문은 "파업이 늘었는가"가 아니다. 48만9천일이라는 숫자를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사용자는 비용으로 적고, 정부는 "통상적 분규"로 희석하고, 노조는 쟁취의 근거로 쓴다. 이 해석 주도권을 누가 쥐는지가 다음 국면을 정한다. 그 숫자에 하나를 더 보태는 것과, 그 숫자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10월 13일 예정된 한화 본사 앞 투쟁문화제는 전자에 속하고, 거제의 교섭 테이블은 후자에 속한다. 계급이 자기 손실을 자기 언어로 계상하는 순간, 그 손실은 자본의 손익계산서에서 계급의 전적표로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