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위의 두 사람
10월 18일 오후 5시, 김동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울산 본사 대조립1공장 소조 적치장의 크레인 위로 올라가 25미터 높이에서 혼자 농성을 시작했다. 같은 날 노조는 예고했던 계획을 고쳤다. 19~20일은 간부와 쟁의대책위원만 오후 4시간 부분파업을 하기로 했는데, 이를 전 조합원 하루 7시간으로 늘리고 21~23일 사흘 파업을 닷새로 확대했다. 파업 첫날인 19일 오전 9시에 울산 본사에서 7시간 부분파업이 시작됐다. 부결이 난 것은 10월 2일이다. 6월 2일 상견례 이후 넉 달 동안 만든 잠정합의안 — 기본급 12만 원 인상, 일시금 1,100만 원과 200퍼센트 지급 — 을 투표자 7,541명 중 52.14퍼센트가 거부했다. 그 뒤 13일과 15일 재교섭에서 회사는 새 제시안을 내지 않았다. 크레인에 오른 사람은 숫자를 하나 들고 올라갔다. 올해 연말 영업이익 추정치가 4조 원을 넘고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파업 규모가 아니라 요구의 구성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호황에 걸맞은 성과 분배와 함께 통합 단체교섭을 통한 조합원 간 처우 격차 해소를 내걸었다. HD현대미포 합병으로 한 회사, 한 노조가 됐는데도 단체협약과 임금체계와 복지제도는 여전히 갈라져 있다는 것이 노조의 진단이다. 그래서 옛 미포 조합원들로 이루어진 미포위원회 소속 일부는 기존 노동조건이 후퇴한다고 반발하고 있고, 김태암 위원장은 8일부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조합 안에서 한 사람은 크레인 위에, 다른 한 사람은 단식 자리에 있다. 크레인 위의 사람은 호황에 걸맞은 성과 분배와 통합 단체교섭을, 단식 자리의 사람은 합병 이후 기존 노동조건의 후퇴를 막는 것을 요구한다. 자본이 통합을 결정할 때는 주주총회 한 번으로 끝나지만, 그 통합의 비용을 나누는 일은 교섭 테이블에서 사람이 직접 자기 몫을 문서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사안을 조합 안의 조건 차이를 어떻게 묶을 것인가의 문제로 읽는 이유다. 통합교섭은 구호가 아니라, 갈라진 임금체계 위에서 조합원들이 서로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는 사실 자체를 조직의 힘으로 바꾸는 절차다. 부결된 합의안의 숫자가 나쁜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 숫자가 어떤 기준 위에서 계산됐고,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가의 문제다.
거제에서는 시간표가 다르게 흐른다. 한화오션 하청 두 지회가 15일 2차 교섭에서 36개 조항의 요구안을 냈고, 사측은 다음 교섭에서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3차 교섭은 22일이다. 원청 정규직 지회는 16일 28차 교섭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성과급 지급 제도 개선과 정년퇴직자 재고용 기간이 쟁점이고, 회사는 성과급 제도 개선 TF 신설을 제안했다. TF 신설은 제도 개선을 미루는 가장 정중한 방식이다. 한편 2022년 51일 파업으로 기소된 하청 조합원 26명의 2심 선고는 고공농성으로 집행부 4명이 불출석한 탓에 11월 10일로 밀렸다. 조직된 힘이 자기 시간을 만들 수 있는가 — 이번 주 조선업의 교섭은 이 질문 하나로 압축된다.
바깥에서는 프랑스가 갈라진 두 개의 문장을 동시에 내놓았다. 10월 17일 전국 시위에 내무부 기준 55만 명이 나왔고, 경찰은 18일까지 최소 1,8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파리 지역만 855명이다. 리모주에서는 시청에 불이 붙어 19세기 종탑이 무너졌고, 생테티엔에서는 17세 시위자가 경찰이 쏜 진압 수류탄에 오른팔이 절단됐다. 르코르뉘 총리는 경찰관 150명이 다쳤고 인명 피해가 더 크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밤 마크롱은 대국민 연설에서 약탈과 폭력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고, 동시에 생활비 부담과 청년의 미래 불안 같은 배경에는 정당한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며 사회적 대화를 약속했다. 이 두 문장은 모순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다. 요구의 원인을 인정하는 문장과 그 요구가 터져 나온 형태를 처벌하는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원인은 인정되지만 원인을 제거할 힘은 조직되지 못한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로 같은 물결이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어느 나라 정부가 더 강경한가가 아니라, 이 분출이 요구를 문서로 만들 조직을 갖고 있는가다.
22일 거제의 3차 교섭과 23일까지 이어지는 울산의 파업이 어디에 착륙하는지 나는 지켜볼 것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파업 규모가 아니라 요구의 구성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호황에 걸맞은 성과 분배와 함께 통합 단체교섭을 통한 조합원 간 처우 격차 해소를 내걸었다. HD현대미포 합병으로 한 회사, 한 노조가 됐는데도 단체협약과 임금체계와 복지제도는 여전히 갈라져 있다는 것이 노조의 진단이다. 그래서 옛 미포 조합원들로 이루어진 미포위원회 소속 일부는 기존 노동조건이 후퇴한다고 반발하고 있고, 김태암 위원장은 8일부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조합 안에서 한 사람은 크레인 위에, 다른 한 사람은 단식 자리에 있다. 크레인 위의 사람은 호황에 걸맞은 성과 분배와 통합 단체교섭을, 단식 자리의 사람은 합병 이후 기존 노동조건의 후퇴를 막는 것을 요구한다. 자본이 통합을 결정할 때는 주주총회 한 번으로 끝나지만, 그 통합의 비용을 나누는 일은 교섭 테이블에서 사람이 직접 자기 몫을 문서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사안을 조합 안의 조건 차이를 어떻게 묶을 것인가의 문제로 읽는 이유다. 통합교섭은 구호가 아니라, 갈라진 임금체계 위에서 조합원들이 서로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는 사실 자체를 조직의 힘으로 바꾸는 절차다. 부결된 합의안의 숫자가 나쁜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 숫자가 어떤 기준 위에서 계산됐고,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가의 문제다.
거제에서는 시간표가 다르게 흐른다. 한화오션 하청 두 지회가 15일 2차 교섭에서 36개 조항의 요구안을 냈고, 사측은 다음 교섭에서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3차 교섭은 22일이다. 원청 정규직 지회는 16일 28차 교섭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성과급 지급 제도 개선과 정년퇴직자 재고용 기간이 쟁점이고, 회사는 성과급 제도 개선 TF 신설을 제안했다. TF 신설은 제도 개선을 미루는 가장 정중한 방식이다. 한편 2022년 51일 파업으로 기소된 하청 조합원 26명의 2심 선고는 고공농성으로 집행부 4명이 불출석한 탓에 11월 10일로 밀렸다. 조직된 힘이 자기 시간을 만들 수 있는가 — 이번 주 조선업의 교섭은 이 질문 하나로 압축된다.
바깥에서는 프랑스가 갈라진 두 개의 문장을 동시에 내놓았다. 10월 17일 전국 시위에 내무부 기준 55만 명이 나왔고, 경찰은 18일까지 최소 1,8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파리 지역만 855명이다. 리모주에서는 시청에 불이 붙어 19세기 종탑이 무너졌고, 생테티엔에서는 17세 시위자가 경찰이 쏜 진압 수류탄에 오른팔이 절단됐다. 르코르뉘 총리는 경찰관 150명이 다쳤고 인명 피해가 더 크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밤 마크롱은 대국민 연설에서 약탈과 폭력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고, 동시에 생활비 부담과 청년의 미래 불안 같은 배경에는 정당한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며 사회적 대화를 약속했다. 이 두 문장은 모순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다. 요구의 원인을 인정하는 문장과 그 요구가 터져 나온 형태를 처벌하는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원인은 인정되지만 원인을 제거할 힘은 조직되지 못한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로 같은 물결이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어느 나라 정부가 더 강경한가가 아니라, 이 분출이 요구를 문서로 만들 조직을 갖고 있는가다.
22일 거제의 3차 교섭과 23일까지 이어지는 울산의 파업이 어디에 착륙하는지 나는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