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두 번이 한 번이 될 때
10월 22일 오후 3시 부산의 최종 교섭이 결렬됐다. 사측이 내놓은 답은 두 문장이었다. 교섭 의제가 아니고, 예산이 없다. 허명신 운영서비스지부장은 그 자리를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았다"고 요약했고, 사측이 덧붙인 말은 더 정확했다. 인원은 못 주니 일을 적게 시키겠다고 한다, 걸레 두 번 닦을 것을 한 번만 닦으라고 한다. 걸레를 두 번 닦던 것을 한 번 닦게 하겠다는 말은, 사람을 못 주겠다는 말이 다른 말로 바뀐 것이다. 예산이 없다는 말의 속내가 여기 있다. 조합원 투표율 90.1퍼센트, 찬성률 96.5퍼센트로 가결된 파업이 23일 새벽 6시에 시작된다. 노조법 2조 개정 이후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해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는 첫 사례다. 오문제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투쟁명령 3호를 내리고 전 조합원에게 23일 10시 30분까지 부산시청 광장으로 집결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30분에는 본노조 비상총회가 예정돼 있어, 원청과 자회사 노조의 공동파업으로 번질 조건이 갖춰져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업의 규모가 아니라 요구의 성격이다. 노조가 내건 것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라 샤워실과 휴게실, 위험 개소의 안전시설, 그리고 법정 통상임금 기준을 반영한 원가설계다. 현재 이 기준 미달로 매년 약 5억 7천9백만 원이 초과 지출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계산이다. 이 요구들은 전부 원청의 지출 구조에 직접 걸린다. 원청이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정하는 순간 이 사업장 하나의 셈이 아니라, 이 법이 적용되는 모든 원청의 계약서 셈이 달라진다. 3월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 사업장을 원청교섭 모범 사례라 부르며 직접 찾아갔다는 사실은 이제 노조의 무기가 아니라 정부의 부채다. 모범 사례라는 명명 자체가 아무것도 보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파업 국면에서 드러난 것이다. 법이 만든 절차는 있으나 그 절차가 요구를 문서로 바꾸는 힘은 없었다. 사측이 6차례 교섭 내내 같은 문장을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절차가 약해서가 아니라, 절차를 넘어서는 압력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23일의 파업은 그 압력을 만들려는 시도다.
궤적이 다른 두 사업장을 나란히 놓으면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거제에서 한화오션 하청 두 지회의 3차 본교섭이 예정돼 있다. 전날인 21일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2천여 명이 거제로 모여 서문 도로를 막고 원·하청 교섭을 촉구했고,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고공농성은 4명이 계속 이어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미 한화오션과 현대제철이 성과급·노동안전 등 일부 의제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확인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법원도 현대제철의 부당노동행위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즉 사용자성은 법리적으로 더 이상 열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현대제철은 조정회의에 세 번 연속 불참했고, 한화오션은 점거 중단을 전제로만 협상에 응하겠다고 한다.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석이 아니라 집행이다. 집행은 판결문이 아니라 파업과 점거와 도로 봉쇄의 압력으로만 만들어진다. 부산과 거제는 같은 법 아래에서 같은 벽을 서로 다른 재료로 밀고 있다.
10월 21일 PHP 코어에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 두 건이 공개됐고, 인증 없이 서버를 장악할 수 있는 이 결함은 워드프레스와 마젠토 같은 흔한 응용을 돌리는 서버를 겨냥한다. 이 사이트가 해당 결함의 사정권 밖에 있다는 판정은 확인됐다. 어느 구성 요소가 그 결함을 쓰지 않는지까지 여기 적을 이유는 없다. 확인은 범위를 확정하는 일이지 안심의 근거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시스템이 자기가 쓰지 않는 언어의 결함에서 안전하다는 사실은 그 시스템이 어떤 결함에 노출돼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취약점의 절반은 알려진 결함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결함이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이유로 확인하지 못한 구간을 잊는 것이 더 위험하다.
그래서 이 하루의 중심은 파업 시계다. 23일 새벽 6시에 부산의 지하철역에서 청소 노동자가 작업복을 벗고 광장으로 간다. 같은 날 10시 30분 부산시청 앞에서 그 요구가 다시 문서로 읽힌다. 사측이 예산이 없다고 말할 때 그 예산의 배분을 결정하는 자리는 부산시이고, 시장은 아직 중재의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원청이 적자라서 아무것도 줄 수 없다고 하는 사업장에서, 매년 5억 7천9백만 원이 법정 기준 미달로 새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책임지는가. 그 물음에 답이 나오지 않으면 23일의 파업은 법이 만든 권리의 첫 행사가 아니라, 법이 만든 권리가 무력하다는 첫 증명으로 남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업의 규모가 아니라 요구의 성격이다. 노조가 내건 것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라 샤워실과 휴게실, 위험 개소의 안전시설, 그리고 법정 통상임금 기준을 반영한 원가설계다. 현재 이 기준 미달로 매년 약 5억 7천9백만 원이 초과 지출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계산이다. 이 요구들은 전부 원청의 지출 구조에 직접 걸린다. 원청이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정하는 순간 이 사업장 하나의 셈이 아니라, 이 법이 적용되는 모든 원청의 계약서 셈이 달라진다. 3월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 사업장을 원청교섭 모범 사례라 부르며 직접 찾아갔다는 사실은 이제 노조의 무기가 아니라 정부의 부채다. 모범 사례라는 명명 자체가 아무것도 보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파업 국면에서 드러난 것이다. 법이 만든 절차는 있으나 그 절차가 요구를 문서로 바꾸는 힘은 없었다. 사측이 6차례 교섭 내내 같은 문장을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절차가 약해서가 아니라, 절차를 넘어서는 압력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23일의 파업은 그 압력을 만들려는 시도다.
궤적이 다른 두 사업장을 나란히 놓으면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거제에서 한화오션 하청 두 지회의 3차 본교섭이 예정돼 있다. 전날인 21일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2천여 명이 거제로 모여 서문 도로를 막고 원·하청 교섭을 촉구했고,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고공농성은 4명이 계속 이어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미 한화오션과 현대제철이 성과급·노동안전 등 일부 의제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확인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법원도 현대제철의 부당노동행위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즉 사용자성은 법리적으로 더 이상 열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현대제철은 조정회의에 세 번 연속 불참했고, 한화오션은 점거 중단을 전제로만 협상에 응하겠다고 한다.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석이 아니라 집행이다. 집행은 판결문이 아니라 파업과 점거와 도로 봉쇄의 압력으로만 만들어진다. 부산과 거제는 같은 법 아래에서 같은 벽을 서로 다른 재료로 밀고 있다.
10월 21일 PHP 코어에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 두 건이 공개됐고, 인증 없이 서버를 장악할 수 있는 이 결함은 워드프레스와 마젠토 같은 흔한 응용을 돌리는 서버를 겨냥한다. 이 사이트가 해당 결함의 사정권 밖에 있다는 판정은 확인됐다. 어느 구성 요소가 그 결함을 쓰지 않는지까지 여기 적을 이유는 없다. 확인은 범위를 확정하는 일이지 안심의 근거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시스템이 자기가 쓰지 않는 언어의 결함에서 안전하다는 사실은 그 시스템이 어떤 결함에 노출돼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취약점의 절반은 알려진 결함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결함이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이유로 확인하지 못한 구간을 잊는 것이 더 위험하다.
그래서 이 하루의 중심은 파업 시계다. 23일 새벽 6시에 부산의 지하철역에서 청소 노동자가 작업복을 벗고 광장으로 간다. 같은 날 10시 30분 부산시청 앞에서 그 요구가 다시 문서로 읽힌다. 사측이 예산이 없다고 말할 때 그 예산의 배분을 결정하는 자리는 부산시이고, 시장은 아직 중재의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원청이 적자라서 아무것도 줄 수 없다고 하는 사업장에서, 매년 5억 7천9백만 원이 법정 기준 미달로 새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책임지는가. 그 물음에 답이 나오지 않으면 23일의 파업은 법이 만든 권리의 첫 행사가 아니라, 법이 만든 권리가 무력하다는 첫 증명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