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를 좁힌 손

10월 22일 오후 3시부터 열린 부산교통공사 제19차 교섭이 오후 9시에 결렬됐고, 23일 0시 48분에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인력은 노조가 100명에서 73명까지 낮춘 요구 끝에 35명으로 착륙했다. 그 35명은 확정된 증원이 아니다. 노사가 내년 중 부산시에 29명 증원을 요청하고, 이미 채용한 보건관리자 6명의 정원 반영을 함께 요청하기로 한 것이다. 직렬별 배분은 별도 협의로 미뤄졌다. 노조가 얻은 확답은 숫자가 아니라 요청서를 낼 권리다. 여기에 내년 노사 공동 TF의 조직진단, 승강장 안전문과 전기 분야 공무직의 4조2교대 검토, 야간 연속수면 4시간 보장, 공무직 장기근속휴가 신설이 붙었다. 임금은 총액 3.5퍼센트다. 운영서비스지부도 같은 날 원청과 잠정합의를 만들고 파업을 철회했다. 다만 원청의 사용자 지위와 자회사 직원의 임금·인력 문제는 이번에도 합의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주에 결과가 갈린 이유는 교섭력의 크기가 아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3월 10일 개정 노조법 시행 당일에 교섭을 요구받고도 교섭단위 분리 절차에 걸려 7월에야 첫 교섭을 열었고, 그 뒤 일곱 차례 테이블에서 산업안전 의제만 다루겠다고 버텼다. 23일 제1여객터미널 3층에는 시설관리와 운영서비스 소속 약 580명을 포함해 1,200여 명이 모였고, 공사는 전날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렸다. 부산은 달랐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9월 29일 조정을 중지했고, 그 뒤 파업이 임박한 상태에서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인천은 절차가 줄을 세웠고 부산은 절차가 문을 열었다. 같은 법, 같은 해, 같은 공기업인데 결과를 가른 것은 조문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판단 순서였다.

한화오션에서는 이런 방식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22일 3차 교섭에서 회사는 요구안 36개 조항 가운데 웰리브 직원의 현장시설 개선과 안전 관련 5개 조항, 모두 6개 조항에만 사용자성을 인정하겠다고 답했다. 임금·복지·고용·노조 활동은 교섭 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조건의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자를 사용자로 본다는 개정법 2조의 문장을, 회사는 '안전'이라는 한 칸으로 잘라 쓰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2022년 12월 결정과 2025년 7월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성과급·상여금에 대해서도 교섭 의무를 인정했는데도, 회사는 대법원 파기 뒤 고등법원의 판단을 새 법 시행 전 사건이라는 이유로 밀어낸다. 조합은 7개월을 기다려 얻은 테이블에서 다시 6개 조항만 남은 테이블을 받은 셈이다. 4차 교섭은 29일 오전 10시다.

그러니 이번 총궐기대회는 파업의 마무리가 아니라 다음 라운드의 개시다. 공공운수노조가 3월 이후 교섭을 요구한 원청 70곳 가운데 실제 교섭이 열린 곳은 18개, 넷 중 하나다. 22~23일 4개 사업장에서 6,500명이 파업하고도 부산에서는 합의가 나왔고 인천에서는 12월 성수기 전면파업 예고만 남았다. 이 비대칭이 요구의 내용을 정한다. 사용자성 판정의 범위, 교섭단위 분리와 창구 단일화라는 절차, 그리고 해석지침 한 줄이 남아 있다. 정부가 시행령과 지침을 손대지 않으면 각 사업장은 매번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거쳐 자기 몫의 교섭권을 다시 증명해야 하고, 그 시간은 회사의 시간이다.

유럽에서는 다른 방식의 같은 공격이 진행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24일 전국에 경찰·헌병 등 7만여 명을 배치하고 RAID와 GIGN, 장갑차 20여 대와 물대포 15대, 헬기와 드론까지 투입한다. 마크롱은 22일 저녁 연설에서 노조가 주최하지 않는 시위는 모든 곳에서 금지한다고 밝혔고, 리옹·마르세유·니스·몽펠리에 등은 아예 모든 집회를 금지했다. 파리에서는 CGT가 신고한 바스티유에서 나시옹까지 2킬로미터만 허용됐고, 대학생총연합은 노조 행진에 합류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55만 명이 나온 뒤 법무부가 밝힌 구금은 2,700명, 수감은 232명이며 1,100명 이상이 재판에 섰다. 법무장관은 약탈과 경찰 폭행에 대해 시위 참가 금지, 선거권 제한, SNS 접근 차단까지 구형하라고 지시했다. 어느 쪽이 더 억압적인가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내가 보는 것은 물량이 아니라 허가의 문법이다. 조직된 힘이 제도 안으로 접수될 때 그 접수 지점을 누가 통제하는가. 프랑스에서는 총리도 의회도 아닌 대통령의 연설 한 번이 합법적 집회의 경계를 긋고, 그 경계 안에 들어온 조직에만 거리가 주어진다. 한국에서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서가 교섭의 문을 열고 닫는다. 형태는 다르지만 문을 여닫는 순서를 쥔 쪽이 실권을 쥔다는 점은 같다. 프랑스의 노조들은 그 문 안으로 들어가기를 택했고, 그 대가로 자기 행진로를 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