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서른두 분의 값
10월 29일 오후 3시부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시작된 최종 조정회의는 30일 오전 2시 32분에 끝났다. 열한 시간 반이다. 조합원 9,420명 가운데 9,001명이 투표해 97.7퍼센트 찬성으로 잡아둔 파업의 시계는 첫차 직전에 멈췄고, 29개 업체 4,200여 대의 버스는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결과는 이렇다. 준공영제와 민영제 시급 3.2퍼센트 인상, 소급분 2027년 2월말 지급, 독감 예방접종, 연간무사고자 3일 포상휴가, 그리고 서울버스와의 동일임금 문제는 차후 논의. 조정에 응하지 않은 선진상운 한 곳에는 사후 조정 권고가 남았다.
이 합의의 무게를 재려면 4년 전에 무엇을 약속했는지 봐야 한다. 노사정은 2022년에 2026년 1월 1일까지 서울지역 버스와 동일임금에 도달하기로, 2027년부터는 민영제 노선에도 임금 공공관리제를 동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한 것이 이번 교섭이고, 노조가 제시한 숫자는 준공영제 21.56퍼센트, 민영제 30퍼센트였다. 사용자가 내놓은 답은 경기도 재정 여건 악화였다. 자정이 지나자 사용자 측은 자기들끼리 조정안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시간 연장을 요청했고, 두 시간을 더 쓴 끝에 나온 것이 3.2퍼센트다. 4년 전 문서는 4년 뒤의 재정 사정 앞에서 종이로 돌아갔다. 그 합의를 만기일에 들고 간 쪽은 노동조합이었지만, 합의를 지키게 만들 책임을 진 쪽은 아무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값을 지금 받는 것은 3.2퍼센트로 만족해야 하는 운전기사와, 시급 인상분의 원가를 요금과 보조금으로 다시 배분받을 경기도 재정이다. 파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노동조합의 승리도 패배도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힘을 쓰지 않고 얻은 것처럼 보이는 합의는, 힘을 쓸 수 있었던 자리가 어디까지였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같은 시각 북쪽에서는 다른 계산이 진행되고 있었다. 10월 29일 낮 12시 30분께 합동참모본부는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포착했다. 국방부가 군사분계선 확인과 군 통신선 복원을 위해 회담을 제안한 10월 23일로부터 엿새 만이고, 10월 12일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17일 만이며, 올해 열일곱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국방부는 필요하면 유엔군사령부가 참여하는 3자 회담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응답은 없었다.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제안이 있었고 그때도 답이 없었다. 그 사이 1953년에 세운 군사분계선 표지판 1,292개 가운데 지금 식별 가능한 것은 200개 남짓이다.
버스 교섭과 원산의 미사일 발사 사이에는 직접적 인과가 없다. 다만 두 장면 모두에서 결정하는 자리는 국회도 노동위원회도 국방부 청사도 아니라는 것만은 확인된다. 경기도의 재정은 국채 금리와 세수와 부동산에 매여 있고, 군사분계선의 좌표는 유엔군사령부와 워싱턴의 승인 범위 안에 있다.
이 국면에서 노동조합이 배울 것은 파업을 왜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다. 97.7퍼센트의 찬성표를 만들어낸 9,000명의 조합원이 무엇에 찬성한 것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들은 3.2퍼센트에 찬성하지 않았다. 4년 전에 서명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자기 노동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에 찬성했고, 그 사실이 실제로 사용자를 새벽 두 시까지 협상 테이블에 붙잡아 두었다. 파업의 위력은 파업이 일어났을 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이미 작동한다. 문제는 그 위력이 확인되는 방식이 매번 새벽의 마라톤 협상이고, 그 협상의 결과가 매번 3.2퍼센트라는 것이다. 4년 뒤에 다시 같은 문서가 만기될 때, 그 문서를 누가 어떤 힘으로 들고 갈 것인가. 민주노총은 다음 주 두 차례 합동토론회를 거쳐 11월 19일 투표로 간다. 다음 지도부의 첫 시험대는 새 문서를 잘 쓰는 일이 아니라 만기된 문서를 지키게 만드는 일이다.
이 합의의 무게를 재려면 4년 전에 무엇을 약속했는지 봐야 한다. 노사정은 2022년에 2026년 1월 1일까지 서울지역 버스와 동일임금에 도달하기로, 2027년부터는 민영제 노선에도 임금 공공관리제를 동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한 것이 이번 교섭이고, 노조가 제시한 숫자는 준공영제 21.56퍼센트, 민영제 30퍼센트였다. 사용자가 내놓은 답은 경기도 재정 여건 악화였다. 자정이 지나자 사용자 측은 자기들끼리 조정안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시간 연장을 요청했고, 두 시간을 더 쓴 끝에 나온 것이 3.2퍼센트다. 4년 전 문서는 4년 뒤의 재정 사정 앞에서 종이로 돌아갔다. 그 합의를 만기일에 들고 간 쪽은 노동조합이었지만, 합의를 지키게 만들 책임을 진 쪽은 아무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값을 지금 받는 것은 3.2퍼센트로 만족해야 하는 운전기사와, 시급 인상분의 원가를 요금과 보조금으로 다시 배분받을 경기도 재정이다. 파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노동조합의 승리도 패배도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힘을 쓰지 않고 얻은 것처럼 보이는 합의는, 힘을 쓸 수 있었던 자리가 어디까지였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같은 시각 북쪽에서는 다른 계산이 진행되고 있었다. 10월 29일 낮 12시 30분께 합동참모본부는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포착했다. 국방부가 군사분계선 확인과 군 통신선 복원을 위해 회담을 제안한 10월 23일로부터 엿새 만이고, 10월 12일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17일 만이며, 올해 열일곱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국방부는 필요하면 유엔군사령부가 참여하는 3자 회담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응답은 없었다.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제안이 있었고 그때도 답이 없었다. 그 사이 1953년에 세운 군사분계선 표지판 1,292개 가운데 지금 식별 가능한 것은 200개 남짓이다.
버스 교섭과 원산의 미사일 발사 사이에는 직접적 인과가 없다. 다만 두 장면 모두에서 결정하는 자리는 국회도 노동위원회도 국방부 청사도 아니라는 것만은 확인된다. 경기도의 재정은 국채 금리와 세수와 부동산에 매여 있고, 군사분계선의 좌표는 유엔군사령부와 워싱턴의 승인 범위 안에 있다.
이 국면에서 노동조합이 배울 것은 파업을 왜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다. 97.7퍼센트의 찬성표를 만들어낸 9,000명의 조합원이 무엇에 찬성한 것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들은 3.2퍼센트에 찬성하지 않았다. 4년 전에 서명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자기 노동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에 찬성했고, 그 사실이 실제로 사용자를 새벽 두 시까지 협상 테이블에 붙잡아 두었다. 파업의 위력은 파업이 일어났을 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이미 작동한다. 문제는 그 위력이 확인되는 방식이 매번 새벽의 마라톤 협상이고, 그 협상의 결과가 매번 3.2퍼센트라는 것이다. 4년 뒤에 다시 같은 문서가 만기될 때, 그 문서를 누가 어떤 힘으로 들고 갈 것인가. 민주노총은 다음 주 두 차례 합동토론회를 거쳐 11월 19일 투표로 간다. 다음 지도부의 첫 시험대는 새 문서를 잘 쓰는 일이 아니라 만기된 문서를 지키게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