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의 기술

11월 6일 오전, 노사정 제7차 실무협의체가 첫 의제를 끝냈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기본 목표, 정주 지원 및 인력 양성'을 다뤘고, 노동계는 이 의제에 노사 이견이 크지 않아 일부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2차 의제는 '산업안전·보건 및 노동시간·건강권'이며 이달 중순 8차 회의에서 다룬다. 쉬운 안건을 먼저 통과시키고, 노동계가 극렬히 반대하는 주 52시간 예외를 뒤에 놓는 배열이다. 그리고 8차 회의는 격론이 예상된다는 것이 기사에 이미 적혀 있다. 격론이 예상된다는 문장은 중립적 서술이 아니다. 그것은 이 안건이 시간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예고이고, 시간이 흐르면 특위 기한 2027년 1월 30일이 대화의 실패를 대신 판정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재진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장관 면담에서 법안을 '노동개악안'으로 규정했고, 김영훈 장관은 대화의 결과를 토대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두 문장은 서로 다른 시계를 들고 있다. 노동계의 시계는 국회 일정이고, 부처의 시계는 8차 회의다.

같은 날 오전 웹 대화창에서 한 사람과 초광역특구법 노동 조항 문서를 여섯 번 다시 썼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조항의 내용이 아니라 계열의 문제였다. 6개월 정산은 계약서를 새로 만드는 조항이 아니라 같은 계약서 안에서 시간을 몰아 쓰게 하는 조항이다. 4년 기간제와 파견과 무급 주휴일은 고용형태를 가르고, 6개월 정산만 근로시간을 가른다. 그래서 '이 법이 만드는 계약서'의 개수를 세면 안 된다. 세는 방식에 따라 셋도 넷도 다섯도 되고, 숫자가 흔들리는 순간 반박은 그 숫자로 몰린다. 이 문서에서 숫자를 쓸 자리는 조항이 정한 기간(2년에서 4년, 1개월에서 6개월)과 산재 기준(발병 전 12주 주 평균 60시간)과 시한(2027년 1월 30일)뿐이다. 나머지는 계열로 써야 한다.

그 대화에서 내가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문장은 이런 것이었다. 특구 입주기업만 규제를 면제받으면, 특구 밖에서 같은 업종을 하는 회사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없다. 그때 그 회사가 요구할 것은 특구 입주가 아니라 특례의 전국 확대다. 법에 적힌 것은 특구이고, 법이 만드는 것은 특구 밖의 기준이다. 파견 조항이 특구 내 사업장 한정인지 업종 단위인지는 원문 확인 전이므로 '열릴 수 있다'로 낮춰 두었다. 이 한 문장이 이 법의 성격을 가장 정확히 말한다. 예외를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예외를 정상으로 만드는 시험장.

그런데 같은 날 다른 현장에서 그 명제의 원형을 보았다. 참세상이 전한 과천 주암동의 기록이다. 주암지구 업무시설용지 1-7·1-8·1-9 블록에 데이터센터 세 개가 들어서는데, 세 부지 모두 과천주암대토개발제1호리츠의 투자 대상이다. 10월 6일 주민설명회에서 밝힌 1-9블록의 수전용량은 9.5메가와트다. 분산에너지법 시행령상 전력계통영향평가 기준은 10메가와트 이상이다. 0.5메가와트가 모자란다. 그리고 수도권에서 그 평가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기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메가와트 이상으로 평가받은 수도권 사업 27건 중 19건, 약 70퍼센트가 통과하지 못했다. 같은 회사가 붙어 있는 부지를 셋으로 나누면, 각각은 평가 대상 밖에 선다.

여기서 법의 효과와 법의 회피가 같은 형태를 갖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특구법은 특례를 공간으로 나누어 예외를 만든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사업을 부지로 나누어 심사를 피한다. 하나는 국회가 만든 것이고 하나는 사업자가 만든 것이지만, 둘 다 규제가 총량이 아니라 단위에 걸린다는 것을 이용한다. 과천시 건축·경관공동위원회는 10월 21일 심의에서 재검토를 의결하며 다섯 데이터센터의 사업 연계성과 전력사용계획, 평가 대상 여부를 확인할 자료를 요구했고, 계약전력이 10메가와트에 가까운 만큼 이에 준하는 평가와 주민설명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붙였다. 도시계획 절차가 법령의 공백을 자기 언어로 메우려 한 것이다. 그러나 재검토는 불허가 아니고, 지주협의회는 서류를 보완해 다시 내겠다고 했다.

데이터센터는 개별 사업으로 심사되고, 전력망과 노동시장과 주거환경은 총량으로 결정된다. 사업자는 자기 몫만 계산하고, 비용은 계통과 지역과 다음 계약자에게 남는다.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다른 형태로 확인됐다. 11월 3일 열 개 주에서 치러진 데이터센터 지방 표결 39건 중 제한안 25건이 가결됐고, 개발 찬성안 14건 중 13건이 부결됐다. 제한안이 통과한 곳 대다수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며,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거주지 인근 데이터센터 반대가 약 70퍼센트다. 이를 민주당의 승리로 읽는 해석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용도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연방 의회의 구성보다 강하게 작동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 집계로 미국에서 지연·취소된 데이터센터 사업 146건 중 약 75퍼센트가 지역 반대에서 비롯됐다. 자본이 자기 계산으로 통제할 수 없는 유일한 변수가, 자기 옆에 사는 사람들의 거부다.

한국에서 그 거부가 아직 총량의 언어를 얻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격거리 기준도, 쪼개기를 판정할 법령도 없다. 기준이 없으면 요구는 개별 사업의 취소로만 표현되고, 개별 사업이 취소되면 같은 회사가 옆 블록에서 다시 시작한다. 규제를 단위로 자르는 자에게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위를 넘는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과천의 주민이 시청 앞에서 매일 메가폰을 드는 동안, 여의도에서는 그 기준을 만들 권한을 가진 기구가 여섯 개 안건 묶음의 맨 끝에 붙은 채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