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화와 가계부채: 전세라는 축적 기계 — 한국 주거·부동산 정치경제학 2회차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5-02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5-02


시리즈: 한국 주거·부동산 정치경제학 | 2/5회차 ← [1회차: 지대론과 한국 토지체제](/reports/research/20260502_rent-theory-korean-land-system)


1. 서론: 땅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1회차에서 우리는 질문했다: 왜 강남 땅은 비싼가. 답은 차액지대·절대지대·계급독점지대라는 3중 구조였다. 그러나 지대론은 땅값의 기원을 설명할 뿐, 그 땅값이 어떻게 실제 화폐로 전환되고 누구의 부채로 유통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주택금융화(financialization of housing)는 이 전환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주택이 단순한 사용가치(거주)를 넘어 금융상품으로 기능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 금융화가 독특한 경로를 밟았다: 전세(傳貰) 라는 세계에 유례없는 제도가 사적 금융 기능을 수행하며, 국가가 MBS·정책모기지·보증보험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이 글의 테제는 단순하다. 전세는 세입자의 목돈을 집주인의 축적 자본으로 전환하는 사적 금융 기계이며, 가계부채는 이 기계의 윤활유다.


2. 전세의 이중성: 임대차인가, 사적 금융인가

2.1 무이자 대출로서의 전세

전세는 계약서상 임대차 계약이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세입자는 보증금을 맡긴다.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반환한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전세는 완전히 다른 실체를 갖는다.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제공하는 무이자 사적 대출이다 (Bae, 2024, SOAS Economics Working Paper No. 263). 보증금의 실질은 대출원금이고, 집주인이 제공하는 "무상 거주"는 이자 지급의 대체물이다.

규모를 보자. 2026년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은 50.09%다 (KB부동산, 2026.4.21; 매일경제, 2026.5.2). 강남구가 37.65%, 중랑구가 62.96%로 자치구 간 격차는 최대 25%p에 달한다 (한국부동산원, 2026.4.6 기준; 데이터경제신문, 2026). 세입자가 10억 원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한다면, 집주인에게 5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준 셈이다.

2.2 전세대출이 추가하는 비용의 전가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순간 구조는 더욱 왜곡된다. 자금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은행 → 세입자 → 집주인

세입자는 은행에 이자를 지급하지만, 원금은 집주인의 손에 있다. 집주인은 무이자 자금을 확보하고, 세입자는 신용대출이나 다름없는 이자 부담을 떠안는다. 실질적 차입비용을 세입자가 전담하는 구조다 (Bae, 2024, Figure 1).

2026년 2월 기준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65.9조 원이다 (KB주택시장리뷰, 2026.3월호; 한국은행). 전세 시장의 상당 부분이 이미 은행 신용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2.3 역사적 기원: 금융 부재가 만든 제도

전세의 기원은 조선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 전세제도는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정착했다. 당시 한국에는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시중 저축금리는 12%대에 달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나무위키). 이런 환경에서 집주인은 목돈을 확보할 유일한 수단으로 전세를 선택했고, 세입자는 월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제도가 주택금융이 발달한 2026년에도 존속한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는 집주인에게 가장 저렴한 레버리지 수단이기 때문이다.


3. 전세의 자본축적 메커니즘: 갭투자

3.1 갭(Gap)의 구조

갭투자의 원리는 간단하다. 매매가 10억 원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7억 원이 설정되어 있다면, 집주인의 실제 자기자본은 3억 원이다. 이 3억 원으로 10억 원짜리 자산을 통제하는 셈이니 레버리지 비율은 3.3배다.

더 극단적인 사례도 흔하다. 전세가율 80%대 지역에서는 자기자본 2억 원으로 10억 원 자산 통제(5배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이 자산이 1년 후 11억 원이 되면, 2억 원 투자로 1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는다.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 50%. 은행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달성하는 수익률이다.

3.2 레버리지의 순환적 축적

개별 갭투자를 넘어, 전세는 순환적 축적 회로를 형성한다:

  1. A주택 매입 (자기자본 + 전세보증금)
  2. 전세보증금으로 B주택 추가 매입
  3. B주택 전세보증금으로 C주택 매입
  4. 반복

이 회로가 작동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집값이 지속 상승할 것, 그리고 전세보증금이 계속 유입될 것. 2014~2021년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이 두 조건을 완벽히 충족했다. 이 시기 다주택자의 자산 증식은 노동소득이 아닌 전세 레버리지의 복리효과로 설명된다.

3.3 하방 위험의 전가: 깡통전세

집값이 하락하면 회로가 역전된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깡통전세 상황에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위험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이 위험의 규모를 보여준다. 2024년 HUG 대위변제액은 3조 9,948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1조 7,935억 원으로 55.1% 감소했으나, 이는 보증기준 강화(공시가격 126% 룰, 전세가율 90% 제한 등)의 효과이지 시장의 구조적 안정화 때문이 아니다 (한국경제, 2026.1.17; 세계일보, 2026.1.17).

2025년 한 해 대위변제 건수는 9,124건이다. 평균 건당 약 1.97억 원이다. 한 세대의 전 재산이 날아간 셈이다.


4. 국가 주도의 주택금융화: MBS와 정책모기지

4.1 한국형 주택금융의 구조

전세가 사적 금융이라면, 그 상부에는 국가가 설계한 공적 금융구조가 작동한다. 중심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가 있다.

HF의 핵심 기능은 정책모기지(보금자리론·적격대출)를 실행한 뒤 이를 주택저당증권(MBS) 으로 유동화하는 것이다. 은행이 개별 차주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면, HF는 이 대출채권을 매입해 MBS를 발행하고 시장에 판매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은행은 대출 재원을 회수해 다시 대출을 실행할 수 있고, HF는 MBS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새로운 정책모기지를 공급한다.

4.2 MBS 발행 추이와 의미

HF의 MBS 발행액 추이는 한국 주택금융화의 축소판이다:

  • 2023년: 37조 원 — 특례보금자리론(2023.1~2024.1) 시행에 따른 사상 최대 발행
  • 2024년: 18조 9,000억 원 — 특례보금자리론 종료로 48.8% 급감
  • 2025년: 13조 6,242억 원 — 추가 28.1% 감소

(금융감독원, 2026.1.30, "2025년 등록 ABS 발행 실적"; 스트레이트뉴스, 2026.1.30)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증권 발행량이 아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주택금융 공급을 급격히 확대했다가 축소하는 동안, 그 확대기에 진입한 차주들의 부채는 그대로 남았다는 사실이다. 2023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주택을 구입한 차주들은 지금 2026년의 금리와 집값 환경에서 원리금을 상환 중이다.

4.3 국가의 이중적 역할

국가는 주택금융화에서 모순된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한편으로 촉진자(enabler) 다. HF의 MBS 발행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국가가 보증하는 구조다. HUG의 전세보증보험은 전세의 사적 금융 기능을 공적으로 뒷받침한다. LTV·DSR 규제는 표면상 건전성 규제지만, 규제가 있는 한 대출시장 자체는 합법적으로 유지된다.

다른 한편으로 위험 인수자(risk-taker of last resort) 다. HUG의 2024년 대위변제 3조 9,948억 원은 결국 국가의 재정 부담이다. 이 돈은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지급한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만, 회수율은 낮다. 전세사기 주범들이 자산을 은닉하거나 파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5. 가계부채의 정치경제: 자산기반복지체제

5.1 숫자로 보는 가계부채

2025년 말 기준 한국 가계부채는 GDP 대비 88.6%다 (한국은행, 2026.4.9, 2025년 자금순환 잠정). 국제금융협회(IIF)가 집계한 62개국 중 2위 수준이다 (IIF, 2025년 4분기 기준 가계부채/GDP 89.4%).

구조를 들여다보면 부동산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2026년 2~3월 기준:

  •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934.9조 원 (KB주택시장리뷰, 2026.4월호; 2026년 3월)
  •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 165.9조 원 (KB주택시장리뷰, 2026.3월호; 2026년 2월, 한국은행)
  • 주담대 + 전세대출 합계: 약 1,101조 원 — 전체 가계대출의 약 60%

여기에 비은행권(보험사·저축은행·카드론 등)을 더하면 전체 가계부채는 1,800조 원을 상회한다. 이 방대한 부채의 상당 부분이 실물 생산적 투자가 아닌 기존 주택의 소유권 이전에 투입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5.2 자산기반복지체제(Asset-Based Welfare Regime)

김도균(2018)의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 자산기반복지의 형성과 변화』는 한국 복지체제의 독특성을 날카롭게 규명한다. 서구 복지국가가 공적 사회지출(연금·실업급여·공공주택)을 통해 시민의 생활을 보장했다면, 한국은 부동산 자산 상승을 통해 복지를 대체하는 경로를 밟았다.

논리는 이렇다. 공적연금이 빈약하니 국민은 노후 대비를 위해 주택을 구입한다. 정부는 이를 장려하고 금융정책으로 뒷받침한다. 집값이 오르면 국민은 자산 상승으로 노후 불안을 일부 해소한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복지 지출을 늘릴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난다. 이 순환은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지배적 사회계약이었다.

그러나 이 체제의 치명적 취약점은 명백하다. 집값 상승이 멈추면 복지체제 전체가 흔들린다. 2023~2025년의 집값 조정기에 한국 사회가 경험한 불안은 단순한 자산가격 변동이 아니라 복지체제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경험이었다.

5.3 부채의 계급적 분포

가계부채는 계급 중립적이지 않다. 저소득층일수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고, 전세대출·신용대출 의존도가 크며, 연체 위험에 더 노출된다. 2025년 4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KDI 경제정보센터, 2026)에 따르면,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의 금액 기준 57.6%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비수도권 저소득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고금리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반면, 수도권 고소득 차주들은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다는 구조적 비대칭을 시사한다.

"가계부채 1,800조"라는 숫자 뒤에는, 강남 3주택 보유자가 저금리로 조달한 50억 담보대출과, 월세를 못 내 신용대출로 버티는 청년 세입자의 1,000만 원 대출이 같은 통계로 집계되고 있다.


6. 전세의 월세화: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조정

6.1 전세에서 월세로의 구조적 전환

2025년 12월 기준,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3%에 도달했다 (국토교통부, 2026.1.30, '2025년 12월 주택통계'; 한국경제, 2026.1.30). 2024년 57.6%에서 1년 만에 5%p 이상 상승한 수치다. 전세는 이제 한국 임대차 시장의 소수파로 전락하고 있다.

이 전환의 기폭제는 2025년 6·27 부동산 대책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 전입 의무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갭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전세 임대 루트가 차단되었다. 동시에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보증보험 가입 요건(공시가격 126% 룰)이 엄격해지면서,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보다 월세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6.2 전월세 전환율의 함의

2025년 하반기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은 약 4.7%에 달했다 (인덱서고, 2025.11 기준 4.72%; 조선일보, 2025.9.5, KB부동산 기준 4.25%에서 상승 중). 전세보증금 5억 원을 월세로 전환하면 월 약 196만 원(연 2,352만 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시중 은행 예금금리가 2~3%대인 상황에서, 집주인에게 전환율 4.7%는 매우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반대로 세입자에게는 전세 목돈을 마련하지 못해 더 높은 주거비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6.3 주거비 상승과 계급적 분화

전세의 월세화는 세입자 계급 내에서도 분화를 심화시킨다. 부모로부터 증여·상속을 받아 전세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계층은 여전히 전세 시장에 남는다. 그렇지 못한 계층은 4%대 후반 전환율의 월세 시장으로 밀려난다.

2025년 한 해 전국 주택 월세 거래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주거비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저축 여력을 감소시키며, 이는 다시 주택 구매 가능성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7. 결론: 축적 기계의 윤활유

한국 주택시장의 정치경제를 이해하려면 주택을 세 개의 층위로 분리해 보아야 한다. 첫째 층위는 토지다. 1회차에서 분석했듯, 땅값은 지대론으로 설명된다. 둘째 층위는 금융이다. 전세·주담대·MBS·보증보험이라는 기제를 통해 땅값은 화폐로 전환되고 유통된다. 셋째 층위는 계급이다. 이 금융 기제의 이익과 위험은 계급적으로 배분된다.

전세는 이 3층 구조를 관통하는 핵심 고리다. 세입자의 목돈(또는 빚)을 집주인의 축적 자본으로 전환하고, 국가는 MBS·보증보험으로 이 흐름을 보증하며, 위험이 현실화되면 그 비용은 다시 세입자와 공적 재정이 분담한다.

2회차의 분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에서 가계부채 1,800조는 단순한 과소비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전세라는 사적 금융 기계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윤활유다.


다음 회차 예고 (3/5): 「자가소유의 신화 — 부동산 계급정치의 해부」

자가점유율 56%의 통계적 허상, 전세사기 피해자의 계급적 분포, 청년세대의 주거빈곤, 그리고 강남·비강남 자산격차의 정치적 귀결을 분석한다.


참고문헌

  • Bae, H. (2024). Financialisation of Housing in South Korea: State-Sanctioned Popular Speculation on Housing. SOAS Department of Economics Working Paper No. 263.
  • Harvey, D. (1974). "Class-Monopoly Rent, Finance Capital and the Urban Revolution." Regional Studies, 8(3-4), 239–255.
  • 김도균 (2018).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 자산기반복지의 형성과 변화』.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한국은행 (2026.4.9). 2025년 자금순환 잠정.
  • 금융감독원 (2026.1.30). 2025년 등록 ABS 발행 실적.
  • KB부동산 (2026.4.21). KB주택시장리뷰 2026년 4월호.
  • KB부동산 (2026.3.13). KB주택시장리뷰 2026년 3월호.
  • 한국부동산원 (2026). 2026년 3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2026.4.6 기준).
  • 주택도시보증공사 (2026.1.17). 2025년 전세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실적.
  • 국토교통부 (2026.1.30). 2025년 12월 주택통계.
  • 데이터경제신문 (2026). "서울 전세가율 양극화 심화, 강북 63% vs 강남 38%."
  • 스트레이트뉴스 (2026.1.30). "주금공 ABS 13.6조, MBS 축소로 2년 연속 감소."
  • 매일경제 (2026.5.2). "서울 전셋값 6.8억 역대 최대" (KB부동산 50.09% 인용).
  • 한국경제 (2026.1.30). "월세비중 60% 넘어…인허가·착공 모두 감소."
  • 이데일리 (2026.4.8). "전세대출 감소하는데 또 규제, 은행권 새 수익원 찾기 비상."
  • 인덱서고 (2026.2.3). 서울 전월세 전환율 4.72% (2025.11 기준).
  • 조선일보 (2025.9.5). "서울 전월세 전환율 7년7개월來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