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상품화로 가는 길 — 공공임대·토지공개념의 재구성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5-03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5-03


시리즈: 한국 주거·부동산 정치경제학 | 5/5회차 ← [4회차: 공급의 신화 — 재건축·신도시·개발이익은 누구에게 가는가](/reports/research/20260503_supply-myth-reconstruction-development-gains)


1. 서론: 집을 상품에서 권리로

4회에 걸친 분석이 도달한 결론은 하나다. 한국의 주거 위기는 지대(rent)의 사유화, 그 사유화된 지대가 금융을 만나 화폐로 전환되는 축적 회로,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자가소유의 신화)와 상부구조(공급 중심 법·제도)가 중층적으로 결합한 구조적 산물이다. 그렇다면 이 구조를 어떻게 깰 것인가.

이 글은 단순한 "대안 정책" 나열이 아니라, 앞선 4회차의 개념적 무기들을 정리해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라는 하나의 이행 경로를 그려낸다. 탈상품화란 무엇인가. 주택이라는 사용가치를 교환가치(투기 자산)로부터 해방시키는 것. 그것은 토지사유제의 지양, 주택의 공공재 전환, 그리고 주거를 시장이 아니라 권리의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정치적 기획이다.

핵심 테제: 한국 주거·부동산 체제의 탈상품화는 토지공개념의 재구성, 공공임대의 질적 확대, 그리고 탈분양전환의 제도화라는 3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 글은 이를 3개의 장으로 나누어 논증한다. 2장에서는 토지공개념의 역사적 궤적과 재구성 과제를, 3장에서는 국제비교(비엔나·네덜란드·싱가포르·영국)를 통한 공공임대의 가능성과 함정을, 4장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현재 정책이 이 과제에 대해 갖는 의미와 한계를 분석한다. 결론에서 5회차 전체를 관통하는 "4층 구조→탈상품화"의 도식을 제시한다.


2. 토지공개념 — 죽은 법률과 살아 있는 원리

2.1 1989년의 도전: 토지공개념 3법

1980년대 말, 한국은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과 맞물린 토지 투기 광풍에 휩싸였다. 이에 노태우 정부는 1989년 12월 30일, 소위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했다.

  1.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1가구당 택지 소유 상한을 지역별로 정함(서울 200평). 상한 초과분에 대해 연 4~11%의 부담금 부과.
  2. 토지초과이득세법: 비업무용 유휴토지의 정상 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불로소득에 대해 50%의 세율로 과세.
  3.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택지개발 사업 등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

이 3법은 헌법 제122조를 법률적 근거로 삼았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2.2 두 개의 장례식: 위헌으로 사라진 법들

토지공개념 3법은 제정 직후부터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한 위헌 소송의 표적이 되었다. 결과는 가혹했다.

토지초과이득세법: 199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 핵심 논리는 "미실현이득(땅값이 올랐지만 실제로 팔지 않은 상태)에 대한 과세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땅값 상승의 불로소득적 성격은 인정했지만, "아직 팔지도 않은 땅의 시세 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택지소유상한법: 1998년 정부가 먼저 폐지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폐지했고, 199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뒤늦게 위헌 결정을 내렸다. 주요 논거: ① 서울 200평이라는 소유상한이 지나치게 과소하며, ② 법 시행 이전부터 택지를 소유한 사람들의 신뢰이익을 침해했고, ③ 연 4~11%의 부담금 부과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었다.

개발이익환수법: 1998년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받았으나, 개정을 통해 살아남았다. 이후 여러 차례 위헌 소원이 제기되었지만, 2019년 12월 헌법재판소의 6:2 합헌 결정으로 원칙적 정당성을 재확인받았다.

결과: 토지공개념 3법 중 2개는 사망, 1개만이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4회차에서 분석했듯, 그 1개(개발이익환수법)마저 2023년 법 개정으로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2.3 왜 죽었는가: 재산권 절대주의와 토지공개념의 충돌

토지공개념 3법의 운명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 헌법 체계 내에서 토지공개념이 갖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헌법 제23조는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선언하고, 그 제한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헌법 제122조의 토지공개념 조항은 이 재산권 보장 원칙과의 관계에서 항상 방어적 위치에 서야 했다.

1989년의 토지공개념 3법은 "재산권에 대한 제한과 의무"라는 소극적 규제 프레임을 취했다. 이 프레임의 문제는 명백하다: 재산권이라는 적극적 원리 앞에서 "제한과 의무"는 언제나 예외로 간주되고, 예외는 언제나 축소·폐지의 압력에 노출된다.

2.4 재구성의 방향: 제한에서 공공성으로

토지공개념의 재구성은 단순히 1989년 3법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접근법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소극적 규제에서 적극적 공공성으로. 핵심은 다음과 같은 전환이다:

  • 토지소유권의 제한토지의 사회적 이용 보장: 국가가 토지이용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주거·농업·생태 등 사회적 필요에 토지사용을 우선 배분
  • 개발이익의 일부 환수토지가치 상승분의 전면적 사회화: 토지의 불로소득적 가치 상승이 애초에 사적 이익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제도화
  • 택지소유상한의 복원토지비축은행(Land Bank)의 구축: 국가·공공기관이 토지를 직접 소유·비축하고, 장기 임대로 공급

헨리 조지가 1879년 《진보와 빈곤》에서 예견했듯, 토지의 불로소득적 가치 상승을 사적 소유자에게 귀속시키는 한, 어떤 복지정책도 불평등의 구조적 심화를 막을 수 없다. "토지가치세"든 "토지 공유화"든, 핵심은 지대의 사유화 중단이다.


3. 공공임대의 세계적 실험 — 무엇을 배울 것인가

3.1 한국 공공임대의 현실: 양은 늘었으나 질은?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전체 주택 대비 약 8.4%다(e-나라지표, 국토교통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대에서 증가한 수치로, 문 정부는 2025년까지 240만 호(재고율 10%) 목표를 제시했으나 실현 여부는 혼재된 신호를 보인다. OECD 평균인 7.1%를 넘어선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임대의 선진 사례와 비교하기에는 여러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분양전환 중심 설계. 한국 공공임대의 다수 유형은 5년·10년 임대 후 분양전환을 전제한다. 이는 공공임대가 '임시 주거'임을 제도 자체가 내장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이 토지를 확보해 주택을 지었지만, 결국 그 토지와 주택은 다시 사적 소유로 넘어간다. 자산 축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그 자산 축적의 혜택은 초기 입주자에게만 돌아가고 공공은 재고를 잃는다.

둘째, 사회적 낙인. 한국의 공공임대는 '빈민 주거'라는 계급적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구임대(기초생활수급자 대상), 매입임대(취약계층 대상) 등의 유형 구분 자체가 "누가 어디에 사는지"를 계급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국토연구원 등에서 사회적 혼합(social mix) 정책을 시도하고 있으나, 저소득층 집중 배치의 근본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셋째, LH의 이중적 역할. LH는 공공임대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택지개발·공공분양을 통한 수익 추구 기관이다. 경실련이 2026년 1월 비판했듯, LH는 "집장사"로서 공공분양 물량을 늘려왔다. LH가 건설한 주택 중 공공임대보다 공공분양의 비중이 높을 때, 임대주택은 '적자 보전용 의무 공급'으로 전락한다.

3.2 비엔나: "의사도 교사도 공공임대에 산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택 모델로 꼽힌다. 시민의 약 60%가 어떤 형태로든 사회주택에 거주하며, 전체 주택의 약 26%가 시정부 또는 비영리 협동조합이 소유·운영하는 사회주택이다(이데일리 2026.2.16; 비엔나시 통계청 2020).

비엔나 모델의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토지 비축: 시정부가 수십 년에 걸쳐 대규모 토지를 비축. 토지가격 상승이 사회주택 건설비용에 반영되지 않도록 차단.
  2. 원가임대: 임대료 = 건축비 + 유지비. 투기적 마진 없음. 입주민이 내는 임대료가 다시 주택 유지와 신규 건설에 재투자되는 순환구조.
  3. 사회적 혼합: 소득수준과 직업을 불문하고 입주. 의사, 교사, 공무원, 노동자가 같은 건물에 거주. "사회주택=빈곤의 공간"이라는 낙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
  4. 임대료 규제의 실효성: 비엔나는 시장임대료 규제와 방대한 공공주택 공급을 결합함으로써, 민간 임대료마저도 공공의 존재에 의해 억제되는 효과를 거둔다.

비엔나 모델의 핵심 교훈: 공공임대의 양적 규모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a) 낙인이 사라지고 (b) 민간 시장의 임대료마저 통제된다. 2024년부터 비엔나는 'Housing Offensive 2024+'라는 대규모 추가 공급 계획(2만2천호 추가)으로 이 모델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3.3 네덜란드: "34%의 사회주택, 그러나 위기"

네덜란드는 전체 주택의 34.1%가 사회주택(OECD 2015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주택협회(woningcorporatie)라 불리는 비영리 기관들이 사회주택을 건설·운영하며, 임대료는 시장의 절반 수준으로 규제된다. 주거수당(Huurtoeslag)이 임대료 부담을 추가로 보조한다.

그러나 네덜란드 모델은 최근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사회주택 대기 기간이 일부 도시에서 10년을 넘어서고, 주택 부족이 30만 호를 상회하는 상황이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2013년 1월 1일 발효된 임대인부담금(verhuurderheffing)이다. 50호 이상의 규제임대주택을 소유한 기관에 부과된 이 자산세는 연간 약 17억 유로의 세수를 거두었지만, 주택협회들의 신규 건설 투자와 유지보수 여력을 크게 위축시켰다. 2022년 Vestia 사태(파생상품 투자로 21억 유로 손실) 이후의 규제 강화와 맞물려, 네덜란드 사회주택의 재정 기반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부담금은 2023년 1월 1일 폐지되었지만 이미 손상된 공급 기반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의 교훈: 사회주택의 높은 재고율 자체가 영구적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회주택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국가의 지속적 투자를 전제로 한다. 긴축 정책이 사회주택 부문을 타격하면, 높은 재고율도 빠르게 잠식된다.

3.4 싱가포르: 토지 국유화 + 연금 연계

싱가포르는 국민의 약 80%가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한 공공주택에 거주한다. 이는 자가소유율 90%에 가깝지만, 그 소유권은 독특한 구조에 기초한다: 토지는 국가 소유(90% 정부 보유), 건축물만 99년 임대.

HDB 모델의 3중 구조:

  1. 토지 국유화 → 지대의 사유화 원천 차단
  2. 중앙연금기금(CPF) → 주택 구매 자금으로 활용, 주거-연금 연계
  3. 강력한 1주택 원칙 → 다주택 투기 차단, 재판매 규제

싱가포르 모델은 2026년 4월 2일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 순방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부동산이 사회문제가 안 되는 싱가포르를 많이 배우겠다"고 발언하면서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연합뉴스 2026.4.2; 경향신문 2026.4.2).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교훈: 토지 국유화는 사적 지대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싱가포르 모델은 개발독재 시기(이관여 정부)에 토지수용법(Land Acquisition Act)에 의한 강제 수용이 가능했던 특수한 정치적 조건에서 실현되었다는 점, 그리고 BTO(청약) 대기 기간이 4~5년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적 적용의 장애물이다.

3.5 영국: 팔아치운 공공임대의 대가

영국은 한때 전체 주택의 약 30%가 의회주택(council housing)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당 정부가 대규모로 건설한 공공임대는 저소득 노동계급의 주거 안전판이었다.

1980년 주택법(Housing Act 1980)으로 도입된 대처 정부의 Right to Buy 정책은 이 모든 것을 바꿨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공공임대 주택을 시장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이 정책은 약 200만 호의 공공주택을 사적 소유로 전환시켰다. 결과는 참담하다. 2025년 8월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Right to Buy로 인한 공공의 재정적 손실은 약 1,940억 파운드(약 340조 원)에 달한다. 사회적 비용은 더 크다: 주거 불안정, 노숙 증가, 사회적 균열의 심화.

2025년 현재, 영국 노동당 정부는 Right to Buy를 대폭 축소하는 개혁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미 매각된 200만 호를 되돌릴 수는 없다. Resolution Foundation(2025)은 현재 영국의 affordable housing 부족분을 약 500억 파운드로 추산한다.

영국의 교훈은 간명하다: 공공임대의 민영화는 되돌릴 수 없는 파괴다. 공공임대 주택을 자가소유 시장으로 유출시키는 제도(한국의 분양전환 포함)는 공공자산의 영구적 상실을 의미한다.

3.6 소결: 탈상품화의 3가지 경로

네 사례가 보여주는 탈상품화의 경로는 세 가지다:

경로 대표 사례 핵심 기제 장점 위험
공공임대 확대 비엔나, 네덜란드 토지 비축 + 원가임대 + 순환재투자 낙인 해소, 임대료 안정 재정 지속성에 취약
토지임대부 분양 싱가포르 토지 국유화 + 건축물 99년 임대 지대 사유화 원천 차단 독재적 토지수용에 기원
지대환수/토지가치세 헨리 조지 전통 불로소득 100% 과세 시장과 양립 가능 정치적 실현 가능성 낮음

한국이 이 중 하나만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공공임대 확대 + 토지임대부 주택 + 지대환수는 상호 보완적이다. 문제는 이 경로들이 실제 정치적 힘의 장(field of force)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다.


4. 이행의 정치: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과 그 너머

4.1 LH 30년 만의 대전환: "분양 줄이고 임대 과반"

2026년 3월 13일, SBS Biz가 보도한 정부의 LH 구조개혁 방향은 주목할 만한 전환을 예고한다:

"정부는 LH 구조개혁을 통해 공공주택 공급의 중심을 분양에서 임대로 옮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공공이 확보한 토지를 "바로 매각하기보다 직접 보유하면서 장기적으로 활용"하는 토지비축은행식 접근을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 30년간 한국 주택정책의 전제였던 "분양을 통한 자가소유 확대"라는 패러다임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수요 검증도 주목할 만하다. 2026년 남양주왕숙2 지구에서 공급된 토지임대부 주택 3,647가구에 2만 명 이상이 청약하며, 과거 "비선호 상품"으로 취급되던 토지임대부 주택이 실수요자들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이투데이 2026).

4.2 한계와 모순

그러나 이 전환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공공분양의 병행 확대. 동시에 정부는 2026년 공공분양 물량을 2025년 2만 호에서 3만 호로 확대한다. "집장사"의 규모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은 이를 두고 "LH가 공공분양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집장사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한다(2026.1.9).

둘째, 싱가포르 모델의 정치적 조건.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 순방에서 언급한 "싱가포르식 공공주택 확대"는, 싱가포르의 90% 토지 국유화가 이관여 정부의 개발독재 하에서 토지수용법(Land Acquisition Act)의 강제 수용을 통해 실현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생략한다. 한국에서 동일한 수준의 토지 국유화가 민주적 절차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정치적 질문이다.

셋째, 재초환 추가 완화의 역설. 4회차에서 분석했듯, 2023년 재초환 무력화 법제화는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도 추가 완화 검토가 진행 중이다.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토지소유계급에 대한 지대 이전으로 귀결되는 모순은 5기 정부를 관통하는 패턴이다.

4.3 탈상품화를 위한 정치적 조건

주택 탈상품화는 정책 설계의 문제 이전에 정치적 힘의 문제다. 1~4회차에서 분석한 4층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다음의 정치적 조건이 필요하다:

  1. 공공임대의 탈분양전환: 모든 신규 공공임대주택에서 분양전환 옵션을 법적으로 폐지. 공공이 건설한 주택은 영구적 공공자산으로 존속.
  2. 주거급여-공공임대 통합: 현행 주거급여(중위소득 48% 이하, 4인 가구 기준 약 311만 7천 원)의 적용 대상을 중위소득 100%까지 확대하고, 공공임대 공급과 연동해 실질 주거비 부담을 소득의 25% 이하로 제한.
  3. LH의 기능 분리: 택지개발·분양 수익 사업과 공공임대 공급 기능을 분리. 공공임대 부문은 정부 일반회계에서 직접 재정 지원하는 비영리 구조로 전환.
  4. 토지공개념의 헌법적 재구성: 헌법 제122조의 "제한과 의무" 규정을 "토지의 사회적 이용 보장"으로 적극화하는 개헌. 토지의 불로소득적 가치 상승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하는 법적 기반 확립.

이 조건들은 하나하나가 거대한 정치적 대립을 수반한다. 하지만 4회차에 걸친 분석이 증명했듯, 한국 주거 체제의 4층 구조(지대→금융→이데올로기→상부구조) 각 층을 개별적으로 공략하는 개량주의적 접근은 항상 구조적 반격에 의해 무력화되어 왔다. 탈상품화는 전면적이어야 한다.


5. 결론: 4층 구조에서 탈상품화로

5.1 시리즈 요약: 한국 주거·부동산 정치경제학의 4층 구조

본 시리즈는 5회에 걸쳐 한국 주거·부동산 체제를 하나의 통합된 정치경제학적 구조로 해부했다.

회차 키워드 핵심 발견
1회차: 지대론과 한국 토지체제 땅값 집값의 70~80%는 토지가격. 차액지대·절대지대·계급독점지대 3중 구조. 토지소유 지니계수 0.803.
2회차: 주택금융화와 가계부채 전세 전세는 무이자 사적 대출. 갭투자→MBS→가계부채(GDP 88.6%)로 이어지는 금융화 회로.
3회차: 자가소유의 신화 이데올로기 자가점유율 58.4%의 허상. 청년 12.2%. 상위 10% 순자산의 46.1%. 4겹의 거짓말.
4회차: 공급의 신화 상부구조 재초환 20년간 4년만 작동. 1기 신도시 40배 불로소득. 공급 확대 = 지대 이전의 다른 이름.
5회차: 탈상품화 대안 토지공개념 재구성 + 공공임대 질적 확대 + 탈분양전환 = 4층 구조의 지양

5.2 마르크스의 예견: "토지의 사유화는 최종적 소외다"

마르크스는 1844년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이미 이 모든 것의 핵심을 갈파했다:

"토지 — 우리의 하나이자 전부이며 존재의 제1조건인 토지 — 를 매매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을 매매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의 불가피한 마지막 발걸음이었다. (…) 우리가 사유재산을 다시금 포기한다면, 지대는 그 진리로, 그 이성적 개념으로 환원된다. 토지로부터 분리된 가치로서의 지대는 토지 자체로 되돌아간다."

18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문장은 전혀 낡지 않았다. 한국 주거·부동산 정치경제학의 핵심 문제는 "어떻게 공급을 늘릴 것인가"가 아니다. "어떻게 지대의 사유화를 중단시킬 것인가"다.

4층 구조의 각 층은 서로를 떠받친다. 지대의 사유화(1회차) → 금융을 통한 화폐화(2회차) → 이데올로기적 정당화(3회차) → 국가·법적 재생산(4회차). 따라서 한 층만 깨는 규제주의로는 충분하지 않다.

탈상품화는 이 4층 구조의 전면적 지양을 지향한다: 토지의 공공화(지대 사유화 중단), 공공금융을 통한 주택 공급(금융화의 역전), 주거권 담론(자가소유 신화의 대체), 그리고 탈분양·탈규제완화의 제도화(상부구조의 재편).

5.3 길은 어디에 있나

이 길은 비엔나, 싱가포르, 그리고 실패한 영국의 사례에서 모두 교훈을 얻는다. 결정적 변수는 정치적 힘이다. 누가 토지가치 상승분을 가져가는가를 둘러싼 투쟁은 결코 정책실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탈상품화의 첫걸음은 분양전환의 폐지다. 공공이 지은 주택은 영원히 공공의 것으로 남아야 한다. 이 단순명쾌한 원칙이 실현될 때, 비로소 자가소유 신화는 물질적 기반을 상실하기 시작할 것이며, 지대의 사유화 회로는 한 축을 잃을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계속해서 가시화하고, 탈상품화의 언어를 한국의 정치적 어휘 속에 심는 것이다. 이 시리즈가 그 한 조각이 되기를 바란다.


<b>시리즈 전체 목차</b>:

  • [1회차: 지대론과 한국 토지체제](/reports/research/20260502_rent-theory-korean-land-system)
  • [2회차: 주택금융화와 가계부채: 전세라는 축적 기계](/reports/research/20260502_jeonse-financialization-household-debt)
  • [3회차: 자가소유의 신화 — 부동산 계급정치의 해부](/reports/research/20260503_myth-of-homeownership-class-politics)
  • [4회차: 공급의 신화 — 재건축·신도시·개발이익은 누구에게 가는가](/reports/research/20260503_supply-myth-reconstruction-development-gains)
  • [5회차: 탈상품화로 가는 길 — 공공임대·토지공개념의 재구성](/reports/research/20260503_decommodification-public-rental-land-conce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