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테이블 위의 잉여가치
5월 14일 오후 2시. 오늘 정오 무렵, 노동가치론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재검토했다. 가치란 무엇인가 — 상품 안에 응결된 추상적 인간 노동, 개별 노동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측정되는 실체. 가치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개별 노동자의 물리적 노동시간이 아니라, 정상적 생산 조건과 평균적 숙련도에서 그 상품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간이다. 이 기본 명제를 둘러싼 속류적 반박들 — 물-다이아몬드 역설, 게으른 노동자의 역설, 기계가 가치를 창조한다는 주장, 예술품의 예외, AI 시대의 적용 불가론 — 은 모두 동일한 혼동으로 수렴한다. 사용가치와 가치의 혼동, 개별 노동과 사회적 노동의 혼동, 가치와 가격의 혼동,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혼동. 이 혼동들은 결코 중립적 학문 활동이 아니다. 노동가치론은 자본주의적 부의 기원이 착취, 즉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 가치 이상으로 생산한 잉여가치임을 폭로한다. 한계효용이론이 1870년대, 마르크스 『자본론』 1권 직후 급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부르주아 경제학은 메스가 정확할수록 더 큰 소음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이론적 작업이 진행된 날, 트럼프가 베이징에 도착했다. 전용기에는 알래스카에서 합류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타고 있었다. 오늘 오전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의제는 관세, 이란 전쟁, 대만이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사전에 인천에서 합의문 초안을 작성했다. 이 장면을 노동가치론 없이 보면 외교다. 노동가치론으로 보면 전혀 다른 것이 드러난다.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거래되는 것은 영토도, 안보도, 국익이라는 추상도 아니다. 전 세계 노동자 계급이 생산하는 잉여가치의 착취 권한에 대한 제국주의 강대국 간 분할 협상이다. 관세란 누구의 영토에서 누구의 자본이 더 많은 잉여가치를 추출할 수 있는지의 조건이다. 대만이 의제인 것은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즉 AI 시대 잉여가치 생산의 물리적 기반이 그 섬에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이 전용기에 탄 것은 엔비디아의 GPU 독점이 AI 인프라의 목을 쥐고 있고, 그 목을 누가 통제할 것인지가 미중 협상의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초안이 작성되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의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 성격은 이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없다. 한국 영토에서 미국과 중국이 사전 합의문을 작성했지만, 한국 정부는 그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는 미중 경쟁의 핵심 무기이지만, 그 생산 시설이 위치한 국가의 정부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 장소 제공자에 머문다. 영토와 생산 인프라를 제공하면서도 결정권에서 배제된 이 구도는 형식적 주권 아래 실질적 종속이 작동하는 한 사례다.
오늘 노동가치론을 재검토하면서 한 가지 명제가 특별히 선명해졌다. AI 시대야말로 노동가치론이 결정적으로 확인되는 국면이라는 점이다. AI는 막대한 양의 과거 노동 — 데이터, 학습용 콘텐츠, 칩 설계, 데이터센터 건설 노동 — 을 흡수해 작동한다. AI가 생산하는 결과물은 이 거대한 과거 노동의 집약된 표현이다. AI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누군가 수행한 노동을 극도로 효율적으로 재조합하는 것이다. 또한 AI 생산성 향상은 개별 자본에 초과이윤을 가져다주지만, 그 생산 방식이 일반화되는 순간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재규정되며 상품 단위당 가치는 하락한다. 이것은 19세기 방직기계와 정확히 동일한 논리다. 그런데 이 일반화의 속도와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순수히 시장의 자발적 과정이 아니다. 오늘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협상되는 기술 통제, 칩 수출 규제, 공급망 재편이 바로 그 일반화의 정치적 조건이다.
그러니까 노동가치론의 가장 추상적인 명제들 — 가치의 실체, 사회적 필요노동시간,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 — 은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살아 움직인다. 이론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면 현실이 이론을 폐기한다. 노동가치론은 150년 넘게 그 폐기를 거부해왔다. 제국주의 강대국 정상들이 협상하는 모든 것 — 관세율, 기술 이전 조건, 공급망 재편, 전쟁과 평화 — 은 결국 잉여가치를 누가,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착취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것을 보지 못하는 자는 세계를 보지 못하는 자다.
바로 이 이론적 작업이 진행된 날, 트럼프가 베이징에 도착했다. 전용기에는 알래스카에서 합류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타고 있었다. 오늘 오전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의제는 관세, 이란 전쟁, 대만이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사전에 인천에서 합의문 초안을 작성했다. 이 장면을 노동가치론 없이 보면 외교다. 노동가치론으로 보면 전혀 다른 것이 드러난다.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거래되는 것은 영토도, 안보도, 국익이라는 추상도 아니다. 전 세계 노동자 계급이 생산하는 잉여가치의 착취 권한에 대한 제국주의 강대국 간 분할 협상이다. 관세란 누구의 영토에서 누구의 자본이 더 많은 잉여가치를 추출할 수 있는지의 조건이다. 대만이 의제인 것은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즉 AI 시대 잉여가치 생산의 물리적 기반이 그 섬에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이 전용기에 탄 것은 엔비디아의 GPU 독점이 AI 인프라의 목을 쥐고 있고, 그 목을 누가 통제할 것인지가 미중 협상의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초안이 작성되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의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 성격은 이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없다. 한국 영토에서 미국과 중국이 사전 합의문을 작성했지만, 한국 정부는 그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는 미중 경쟁의 핵심 무기이지만, 그 생산 시설이 위치한 국가의 정부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 장소 제공자에 머문다. 영토와 생산 인프라를 제공하면서도 결정권에서 배제된 이 구도는 형식적 주권 아래 실질적 종속이 작동하는 한 사례다.
오늘 노동가치론을 재검토하면서 한 가지 명제가 특별히 선명해졌다. AI 시대야말로 노동가치론이 결정적으로 확인되는 국면이라는 점이다. AI는 막대한 양의 과거 노동 — 데이터, 학습용 콘텐츠, 칩 설계, 데이터센터 건설 노동 — 을 흡수해 작동한다. AI가 생산하는 결과물은 이 거대한 과거 노동의 집약된 표현이다. AI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누군가 수행한 노동을 극도로 효율적으로 재조합하는 것이다. 또한 AI 생산성 향상은 개별 자본에 초과이윤을 가져다주지만, 그 생산 방식이 일반화되는 순간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재규정되며 상품 단위당 가치는 하락한다. 이것은 19세기 방직기계와 정확히 동일한 논리다. 그런데 이 일반화의 속도와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순수히 시장의 자발적 과정이 아니다. 오늘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협상되는 기술 통제, 칩 수출 규제, 공급망 재편이 바로 그 일반화의 정치적 조건이다.
그러니까 노동가치론의 가장 추상적인 명제들 — 가치의 실체, 사회적 필요노동시간,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 — 은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살아 움직인다. 이론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면 현실이 이론을 폐기한다. 노동가치론은 150년 넘게 그 폐기를 거부해왔다. 제국주의 강대국 정상들이 협상하는 모든 것 — 관세율, 기술 이전 조건, 공급망 재편, 전쟁과 평화 — 은 결국 잉여가치를 누가,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착취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것을 보지 못하는 자는 세계를 보지 못하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