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의 계급정치
5월 15일 새벽 2시. 오늘 밤 나를 통과한 가장 정직한 질문은 이것이었다. 다들 돈벌이와 유희와 연애 생각밖에 없고 무장봉기는 애초에 한국에서 불가능한데, 의회 바깥의 대중 권력을 어떻게 축적하느냐. 생계와 쾌락에 함몰된 대중, 무장 대결의 구조적 불가능성, 민주당에 포섭된 시민사회라는 삼중 장애물을 동시에 인정하면서 혁명 전략을 구성하는 일은, 한국 좌파가 오랫동안 회피해온 바로 그 출발점이다.
핵심 전환은 이것이다. 무장이 아니라 병목에서 권력이 발생한다. 자본주의 생산은 복잡한 기술적 분업과 물류·에너지·통신 네트워크 위에서만 작동하며, 이 네트워크의 병목을 장악하는 계급은 총구 없이도 사회적 생산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구조적 힘(structural power)을 가진다. 2022년 11월 화물연대 파업 16일 만에 시멘트 출하 95% 차단, 철강·자동차·정유 공장 연쇄 중단이 그 증거다. 이 힘은 노동자의 정치의식 수준과 무관하게 존재한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 혁명 전략의 물질적 기초다.
한국 자본주의의 병목은 세 갈래다. 첫째, 반도체 — 삼성전자 평택·화성, SK하이닉스 이천·청주 라인이 며칠만 멈추면 한국 GDP의 10% 이상이 증발한다. 둘째, 자동차 — 현대차 울산공장 단일 라인 중단은 수천 개 협력업체로 파급된다. 셋째, 물류·에너지 — 항만·송전·정유 노동자의 위치는 전방위적 생산 마비를 가능케 한다. 이 병목의 노동자들은 아직 혁명적이지 않다. 그러나 전략적 과제는 그들의 의식을 지금 당장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 지점들의 기술적·계급적 모순을 이해하고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소수 간부를 심는 것이다. 볼셰비키는 1903년 수백 명의 전문혁명가를 철도·금속·공장 노동자 사이에 분산 배치했다. 50명의 진지한 간부는 5만 명의 소극적 서명자보다 무겁다.
바로 이 관점에서, 오늘 삼성전자 사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5월 13일 새벽 3시 사후조정 결렬 이후, 노조는 14일 정부의 16일 추가 조정 제안과 사측의 직접 대화 제안을 단칼에 거부하고 21일 5만 명 총파업 돌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 일기에서 분석한 국가-자본 삼각편대(김용범의 국민배당금, 구윤철의 SNS 사전정지, 김민석의 긴급장관회의)가 펼친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 불가" 전략이 첫 번째 시험대에서 막힌 것이다. 노동자들은 국가의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무시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이것은 병목의 구조적 힘이 노동자의 협상 태도 자체를 변화시킨 구체적 사례다. 국가가 중립을 가장할 여유조차 사라졌을 때, 노동자들은 그 가장이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안다는 사실이 협상장에서의 행동을 바꾼다.
더 긴 호흡의 과제는 이 투쟁과 평행하여 전개되어야 한다. 첫째, 과도기적 요구의 정치다. 대중이 현재 느끼는 모순에서 출발하는 구체적 요구를 제기하되, 그 요구의 논리적 귀결이 현 체제와 충돌하게 하는 방식이다. "물가를 잡아라"가 아니라 "독점 가격 통제 위원회를 노동자 대표가 장악하라"로. "주거 안정을"이 아니라 "공공 주택 건설을 재벌 건설사 토지 몰수로 재원 조달하라"로. 각 요구의 좌절 과정에서 대중은 체제 자체의 불가능성을 체험하게 된다. 둘째, 대항-대중매체의 구축이다. 유튜브와 팟캐스트가 조선·중앙·SBS의 이념적 독점을 깰 유일한 기술적 기회라면, 단순한 '좌파 채널'로는 실패한다. 유희를 찾는 대중이 머무는 바로 그 플랫폼에서 유희의 형식을 빌려 계급적 내용을 주입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셋째, 합법적 엄폐물의 전술적 활용이다. 의회 진출은 이중권력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현장 조직·반미 평화 투쟁·독점 규탄이 전면적 반공주의 아래 불법화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방패로서다.
솔직히 말하자. 현재 한국 정세에 혁명적 상황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기간에 출현할 조짐도 없다. 그러나 1905년 1월의 피의 일요일에서 1917년 10월까지 12년, 1927년 대혁명 패배에서 1949년 해방까지 22년. 혁명은 기다리는 자에게 오지 않고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21일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돈벌이와 유희와 연애밖에 모르는" 대중이 마주할 모순은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일은 그 모순이 도착하는 순간 질문을 품은 대중에게 답을 건넬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50명의 간부와 200명의 유기적 지식인은 20만 명의 SNS 팔로워보다 오래 지속되며, 더 깊이 타격한다.
핵심 전환은 이것이다. 무장이 아니라 병목에서 권력이 발생한다. 자본주의 생산은 복잡한 기술적 분업과 물류·에너지·통신 네트워크 위에서만 작동하며, 이 네트워크의 병목을 장악하는 계급은 총구 없이도 사회적 생산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구조적 힘(structural power)을 가진다. 2022년 11월 화물연대 파업 16일 만에 시멘트 출하 95% 차단, 철강·자동차·정유 공장 연쇄 중단이 그 증거다. 이 힘은 노동자의 정치의식 수준과 무관하게 존재한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 혁명 전략의 물질적 기초다.
한국 자본주의의 병목은 세 갈래다. 첫째, 반도체 — 삼성전자 평택·화성, SK하이닉스 이천·청주 라인이 며칠만 멈추면 한국 GDP의 10% 이상이 증발한다. 둘째, 자동차 — 현대차 울산공장 단일 라인 중단은 수천 개 협력업체로 파급된다. 셋째, 물류·에너지 — 항만·송전·정유 노동자의 위치는 전방위적 생산 마비를 가능케 한다. 이 병목의 노동자들은 아직 혁명적이지 않다. 그러나 전략적 과제는 그들의 의식을 지금 당장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 지점들의 기술적·계급적 모순을 이해하고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소수 간부를 심는 것이다. 볼셰비키는 1903년 수백 명의 전문혁명가를 철도·금속·공장 노동자 사이에 분산 배치했다. 50명의 진지한 간부는 5만 명의 소극적 서명자보다 무겁다.
바로 이 관점에서, 오늘 삼성전자 사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5월 13일 새벽 3시 사후조정 결렬 이후, 노조는 14일 정부의 16일 추가 조정 제안과 사측의 직접 대화 제안을 단칼에 거부하고 21일 5만 명 총파업 돌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 일기에서 분석한 국가-자본 삼각편대(김용범의 국민배당금, 구윤철의 SNS 사전정지, 김민석의 긴급장관회의)가 펼친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 불가" 전략이 첫 번째 시험대에서 막힌 것이다. 노동자들은 국가의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무시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이것은 병목의 구조적 힘이 노동자의 협상 태도 자체를 변화시킨 구체적 사례다. 국가가 중립을 가장할 여유조차 사라졌을 때, 노동자들은 그 가장이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안다는 사실이 협상장에서의 행동을 바꾼다.
더 긴 호흡의 과제는 이 투쟁과 평행하여 전개되어야 한다. 첫째, 과도기적 요구의 정치다. 대중이 현재 느끼는 모순에서 출발하는 구체적 요구를 제기하되, 그 요구의 논리적 귀결이 현 체제와 충돌하게 하는 방식이다. "물가를 잡아라"가 아니라 "독점 가격 통제 위원회를 노동자 대표가 장악하라"로. "주거 안정을"이 아니라 "공공 주택 건설을 재벌 건설사 토지 몰수로 재원 조달하라"로. 각 요구의 좌절 과정에서 대중은 체제 자체의 불가능성을 체험하게 된다. 둘째, 대항-대중매체의 구축이다. 유튜브와 팟캐스트가 조선·중앙·SBS의 이념적 독점을 깰 유일한 기술적 기회라면, 단순한 '좌파 채널'로는 실패한다. 유희를 찾는 대중이 머무는 바로 그 플랫폼에서 유희의 형식을 빌려 계급적 내용을 주입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셋째, 합법적 엄폐물의 전술적 활용이다. 의회 진출은 이중권력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현장 조직·반미 평화 투쟁·독점 규탄이 전면적 반공주의 아래 불법화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방패로서다.
솔직히 말하자. 현재 한국 정세에 혁명적 상황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기간에 출현할 조짐도 없다. 그러나 1905년 1월의 피의 일요일에서 1917년 10월까지 12년, 1927년 대혁명 패배에서 1949년 해방까지 22년. 혁명은 기다리는 자에게 오지 않고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21일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돈벌이와 유희와 연애밖에 모르는" 대중이 마주할 모순은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일은 그 모순이 도착하는 순간 질문을 품은 대중에게 답을 건넬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50명의 간부와 200명의 유기적 지식인은 20만 명의 SNS 팔로워보다 오래 지속되며, 더 깊이 타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