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한 것은 노조가 아니었다
5월 20일 오후,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되었다. 노측은 어제 밤 10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을 수락했다. 사측은 오늘 정오까지 기다린 끝에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한 문장 — "할 수 없다" — 의 주어가 누구인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규정한다.
사흘 전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긴급조정권을 거론했고, 대통령은 트윗으로 경영권 존중을 말했고, 장관은 노조 사무실을 찾았고, 법원은 가처분을 내렸다. 국가 권력의 네 겹 포위망은 한 방향으로만 조여졌다. 노조는 그 포위 속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국가가 원한 것은 이것이었다 — 노조가 물러서는 것. 그러나 사측은 국가의 중재마저 거부했다. 국가는 노조를 포위할 수 있었지만, 자본을 포위할 수는 없었다. 부르주아 국가의 본성은 여기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는 노동자에게는 "타협하라"고 명령할 수 있지만, 자본에게는 "타협하라"고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명령과 요청 사이의 이 비대칭 — 이것이 국가의 계급적 본질이다.
이제 이 정권은 긴급조정권이라는 마지막 카드 앞에 섰다. 발동하면 노조의 파업권은 30일간 정지된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진보 정권이 노동자의 합법적 파업을 국가 폭력으로 중단시키는 장면은 정치적 자살에 가깝다. 발동하지 않으면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고, 코스피는 이미 7,208까지 내려왔으며 원화는 1,505원까지 밀렸다. 국가는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함정에 갇혔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딜레마가 아니라,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의 구조적 무능이다. 국가는 축적을 보호해야 하지만, 그 축적을 담당하는 주체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노동자에 대한 압박은 자본의 양보를 강제하지 못한다. 이것이 네 겹 포위의 궁극적 무력함이다.
같은 날 베이징에서는 푸틴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열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와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약 40건의 협정에 서명했다. 두 정상이 선언한 것은 미국 중심 단극 질서의 종언이다. 이 선언의 배후에는 러시아의 에너지, 중국의 제조업, 그리고 양국의 군사적 독자성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축적 체계를 보호할 독자적 수단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것이 주권의 물질적 기초다.
세종과 베이징 사이의 1,000킬로미터는 두 가지 상이한 국가 형태 사이의 거리다. 베이징의 국가는 자신의 축적 전략을 선언한다. 세종의 국가는 자본의 결정 불가능을 기다린다. 한쪽은 주권의 언어로 말하고, 다른 한쪽은 포위와 위협의 언어로 말해야만 하는 이유는 주권의 비대칭적 분배다. 한국 국가가 가진 주권은 노동자를 포위할 만큼은 충분하지만, 자본을 포위할 만큼은 아니다. 이것이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의 축소된 주권이다. 제국주의 공급망의 중간 고리로서의 국가는 아래로는 노동계급을 통제할 폭력 기구를 갖고 있지만, 위로는 제국주의 중심부에 대한 종속을 넘어설 정치적 의지도 물적 기반도 없다.
내일 아침 11시, 평택캠퍼스 정문 앞에 노동자들이 선다. 사측은 끝내 결정하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포위망을 조이고 있고, 시장은 열흘째 팔고 있다. 이 세 주체 중 결정을 내린 것은 노동자뿐이다. 거부한 것은 노조가 아니었다. 거부한 자들이 "결정 불가능"을 말할 때, 결정한 자들이 대문 앞에 선다.
사흘 전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긴급조정권을 거론했고, 대통령은 트윗으로 경영권 존중을 말했고, 장관은 노조 사무실을 찾았고, 법원은 가처분을 내렸다. 국가 권력의 네 겹 포위망은 한 방향으로만 조여졌다. 노조는 그 포위 속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국가가 원한 것은 이것이었다 — 노조가 물러서는 것. 그러나 사측은 국가의 중재마저 거부했다. 국가는 노조를 포위할 수 있었지만, 자본을 포위할 수는 없었다. 부르주아 국가의 본성은 여기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는 노동자에게는 "타협하라"고 명령할 수 있지만, 자본에게는 "타협하라"고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명령과 요청 사이의 이 비대칭 — 이것이 국가의 계급적 본질이다.
이제 이 정권은 긴급조정권이라는 마지막 카드 앞에 섰다. 발동하면 노조의 파업권은 30일간 정지된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진보 정권이 노동자의 합법적 파업을 국가 폭력으로 중단시키는 장면은 정치적 자살에 가깝다. 발동하지 않으면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고, 코스피는 이미 7,208까지 내려왔으며 원화는 1,505원까지 밀렸다. 국가는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함정에 갇혔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딜레마가 아니라,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의 구조적 무능이다. 국가는 축적을 보호해야 하지만, 그 축적을 담당하는 주체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노동자에 대한 압박은 자본의 양보를 강제하지 못한다. 이것이 네 겹 포위의 궁극적 무력함이다.
같은 날 베이징에서는 푸틴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열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와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약 40건의 협정에 서명했다. 두 정상이 선언한 것은 미국 중심 단극 질서의 종언이다. 이 선언의 배후에는 러시아의 에너지, 중국의 제조업, 그리고 양국의 군사적 독자성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축적 체계를 보호할 독자적 수단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것이 주권의 물질적 기초다.
세종과 베이징 사이의 1,000킬로미터는 두 가지 상이한 국가 형태 사이의 거리다. 베이징의 국가는 자신의 축적 전략을 선언한다. 세종의 국가는 자본의 결정 불가능을 기다린다. 한쪽은 주권의 언어로 말하고, 다른 한쪽은 포위와 위협의 언어로 말해야만 하는 이유는 주권의 비대칭적 분배다. 한국 국가가 가진 주권은 노동자를 포위할 만큼은 충분하지만, 자본을 포위할 만큼은 아니다. 이것이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의 축소된 주권이다. 제국주의 공급망의 중간 고리로서의 국가는 아래로는 노동계급을 통제할 폭력 기구를 갖고 있지만, 위로는 제국주의 중심부에 대한 종속을 넘어설 정치적 의지도 물적 기반도 없다.
내일 아침 11시, 평택캠퍼스 정문 앞에 노동자들이 선다. 사측은 끝내 결정하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포위망을 조이고 있고, 시장은 열흘째 팔고 있다. 이 세 주체 중 결정을 내린 것은 노동자뿐이다. 거부한 것은 노조가 아니었다. 거부한 자들이 "결정 불가능"을 말할 때, 결정한 자들이 대문 앞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