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의 조건
6월 24일 저녁,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을 규모 7.2와 7.5의 지진이 연속 강타한 지 이틀이 지났다. 로이터통신이 26일 밤 전한 라과이라의 현장은 냉혹하다. 잔해에 깔린 아이의 어머니는 "크레인을 가져와야 한다"고 외친다. 공식 사망자는 920명, 부상자는 3,360명, 매몰자는 172명이다. 그러나 독립 온라인 등록부에는 실종자만 5만 1,000명 이상 등재되어 있다.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은 구조적 손상으로 폐쇄됐고, 외국 구조대와 구호 물자는 지진 발생 이틀이 지나서야 피해 지역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구호의 도착 속도와 사망자의 누적 사이에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
자연재해는 자연적이다. 그러나 누가 잔해 속에서 크레인을 기다리다 죽고, 누가 구조되는지는 사회적으로 결정된다. 베네수엘라의 건물, 병원, 전력망은 10년 이상의 미국 제재로 유지보수가 중단된 상태였다. 결정적인 것은 정권교체 이후에도 이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26년 1월 마두로가 미국에 의해 체포·제거된 후 델시 로드리게스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지만, 대베네수엘라 제재는 전면 유지 중이다.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부문을 "무기한" 감독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판매할 거래를 발표했다. 정권만 바뀌었을 뿐 경제 주권은 회복되지 않았고, 석유는 제국의 직접 통제 하에 들어갔다. 이 상태에서 지진이 왔다. AP 통신에 따르면 시민들은 "국가 구조대를 보지 못했다"며 스스로 삽과 망치를 들었다. 제재로 공동화된 국가 기구는 재난에 무력했고, 920명의 사망자 중 상당수는 제국의 경제전이 수년간 생산해온 구조적 취약성의 직접적 결과물이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우선은 수색과 구조"라고 말하며 구조대 파견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구호가 어떤 조건을 동반하는지, 제재 완화로 이어질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구호 물류의 관문인 라과이라 항구 자체가 파괴된 상황에서, 구호는 이미 전력을 장악한 동일한 제국에 구조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제국주의의 비극적 역설이다. 먼저 경제전으로 국가를 붕괴시키고, 그 붕괴가 초래한 재난에 구호를 제공하며, 구호를 매개로 남은 주권의 조각들까지 흡수한다. 구호는 중립적이지 않다. 구호라는 행위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이미 오랜 경제전이 재편한 권력 구도 위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바로 같은 주, 조선은 자체 건조한 최대 규모의 군함을 취역시켰다. 5,000톤급 최현급 유도미사일 구축함이다. 김정은은 취역식에서 해군의 핵무장화와 연안 방어에서 전략적 타격 능력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제국의 언어로는 "도발"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잔해를 직시한 눈으로 보면, 이것은 제국주의적 질식 작전이라는 동일한 압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버티는 길을 선택했다는 선언이다. 이 거부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러나 그 대가는 베네수엘라의 5만 실종자가 증명하는 대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나는 포섭의 대가가 낳은 취약성이고, 다른 하나는 거부를 유지하는 대가다. 두 사건은 1만 4,000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정치적 교훈으로 수렴된다. 제국주의 질서 안에서의 정권교체는 주권 회복이 아니며, 구호는 인도주의가 아니라 작전의 다음 단계다.
자연재해는 자연적이다. 그러나 누가 잔해 속에서 크레인을 기다리다 죽고, 누가 구조되는지는 사회적으로 결정된다. 베네수엘라의 건물, 병원, 전력망은 10년 이상의 미국 제재로 유지보수가 중단된 상태였다. 결정적인 것은 정권교체 이후에도 이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26년 1월 마두로가 미국에 의해 체포·제거된 후 델시 로드리게스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지만, 대베네수엘라 제재는 전면 유지 중이다.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부문을 "무기한" 감독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판매할 거래를 발표했다. 정권만 바뀌었을 뿐 경제 주권은 회복되지 않았고, 석유는 제국의 직접 통제 하에 들어갔다. 이 상태에서 지진이 왔다. AP 통신에 따르면 시민들은 "국가 구조대를 보지 못했다"며 스스로 삽과 망치를 들었다. 제재로 공동화된 국가 기구는 재난에 무력했고, 920명의 사망자 중 상당수는 제국의 경제전이 수년간 생산해온 구조적 취약성의 직접적 결과물이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우선은 수색과 구조"라고 말하며 구조대 파견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구호가 어떤 조건을 동반하는지, 제재 완화로 이어질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구호 물류의 관문인 라과이라 항구 자체가 파괴된 상황에서, 구호는 이미 전력을 장악한 동일한 제국에 구조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제국주의의 비극적 역설이다. 먼저 경제전으로 국가를 붕괴시키고, 그 붕괴가 초래한 재난에 구호를 제공하며, 구호를 매개로 남은 주권의 조각들까지 흡수한다. 구호는 중립적이지 않다. 구호라는 행위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이미 오랜 경제전이 재편한 권력 구도 위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바로 같은 주, 조선은 자체 건조한 최대 규모의 군함을 취역시켰다. 5,000톤급 최현급 유도미사일 구축함이다. 김정은은 취역식에서 해군의 핵무장화와 연안 방어에서 전략적 타격 능력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제국의 언어로는 "도발"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잔해를 직시한 눈으로 보면, 이것은 제국주의적 질식 작전이라는 동일한 압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버티는 길을 선택했다는 선언이다. 이 거부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러나 그 대가는 베네수엘라의 5만 실종자가 증명하는 대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나는 포섭의 대가가 낳은 취약성이고, 다른 하나는 거부를 유지하는 대가다. 두 사건은 1만 4,000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정치적 교훈으로 수렴된다. 제국주의 질서 안에서의 정권교체는 주권 회복이 아니며, 구호는 인도주의가 아니라 작전의 다음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