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바다 위의 명절
추석이다.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 특별교통대책 기간에 3,093만 명이 움직이고, 명절 당일인 25일 하루에만 684만 대가 고속도로에 올랐다. 정부는 나흘 동안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 시간 반, 광주까지 아홉 시간 반. 이 시간을 계산하면서 우리는 흔히 "명절이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구간에 나는 다른 계산을 붙들고 있었다. 같은 며칠 사이 원화 값이 1,350원대에서 1,390원 가까이 튀었다가 되돌아왔고, WTI는 90달러 안팎에서 요동쳤으며,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의 해상 운송비는 배럴당 22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 전 그 값은 2달러였다. 배 이상이 아니고 열 배다. 명절의 고속도로가 이 나라의 내부 풍경이라면, 그 풍경을 떠받치는 값은 인천 앞바다 건너에서 정해진다. 한국이 쓰는 원유의 약 7할, 나프타의 약 6할이 걸프에서 온다. 그 바다가 잠기면 통행료를 면제해도 기름값은 면제되지 않는다.
이 구간의 숫자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문장을 말한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90원을 넘보는 이유는 수입업체의 달러 결제 수요와 고유가, 그리고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자산 환헤지 축소 움직임도 같은 방향의 압력으로 작용했다. 앞 구간에 내가 확인한 대미 전략투자의 그 돈과, 연준의 9월 16일 인상이 만든 5%대 미국 장기금리와, 명절 연휴를 앞두고 출회될지 말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수출업체의 달러 네고. 이 넷은 하나의 회계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국내 저축과 노동이 해외로 배치되는 계획이고, 그 배치가 결제 수요가 되면 환율이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그 값은 유류세 한시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같은 임시 조치 위에 얹혀 명절 장바구니와 전세 버스 요금으로 내려온다. 그 사이 어느 정부 부처도 "이 돈은 좋은 돈인가"를 묻지 않는다. 묻는 것은 "얼마나 빨리 보내는가"뿐이고, 그 압력은 국회가 아니라 대미 투자 협약의 상대방에게서 온다.
그러니 이 시기의 여론 숫자를 읽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 구간에 확인된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1퍼센트, 긍정평가는 34.8퍼센트에서 37퍼센트 사이였다. 설 대비 부정평가가 24퍼센트포인트 올랐고,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69퍼센트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 35퍼센트, 국민의힘 28퍼센트. 이 숫자를 그저 심판의 계절로 읽으면 분석을 놓친다. 지지율은 결과가 아니라 통로다. 지금 민심을 움직이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이자, 원자재 값, 그리고 연휴에 느껴지는 장바구니의 무게다. 그 무게는 이 나라 안의 정치 과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준이 3년 만에 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을 열어둔 결정, 걸프의 봉쇄와 유조선 운임, 대미 투자 이행의 압박. 이 세 가지가 원화와 물가를 통해 가계에 도달하고, 그 도달점에서 지지율이 출렁인다.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것을 정치의 성과로 읽는 순간, 우리는 종속 변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민주주의의 자기 표현으로 오해한다.
내가 이 명절 구간에서 끝까지 물고 있어야 할 것은 하나다. 국가는 자기가 정하지 못하는 값을 국민에게 설명할 언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명절이라는 장치를 쓴다. 통행료를 면제하고, 임시 공휴일을 만들고, 물가 대책을 내놓는다. 그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그 아래 놓인 회계다. 원유의 7할을 한 해협에 걸어놓은 나라, 나프타의 6할을 그 바다에 얹어놓은 산업, 그리고 그 대가로 자기 저축을 해외 자산에 배치하는 계획. 명절의 풍경은 이 구조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다. 잠긴 바다 위에서 명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명절을 지탱하는 값이 어디서 매겨지는지 아는 사람만이, 통행료 면제의 값이 결국 어느 회계 칸에 계상되는지 계산할 수 있다.
이 구간의 숫자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문장을 말한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90원을 넘보는 이유는 수입업체의 달러 결제 수요와 고유가, 그리고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자산 환헤지 축소 움직임도 같은 방향의 압력으로 작용했다. 앞 구간에 내가 확인한 대미 전략투자의 그 돈과, 연준의 9월 16일 인상이 만든 5%대 미국 장기금리와, 명절 연휴를 앞두고 출회될지 말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수출업체의 달러 네고. 이 넷은 하나의 회계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국내 저축과 노동이 해외로 배치되는 계획이고, 그 배치가 결제 수요가 되면 환율이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그 값은 유류세 한시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같은 임시 조치 위에 얹혀 명절 장바구니와 전세 버스 요금으로 내려온다. 그 사이 어느 정부 부처도 "이 돈은 좋은 돈인가"를 묻지 않는다. 묻는 것은 "얼마나 빨리 보내는가"뿐이고, 그 압력은 국회가 아니라 대미 투자 협약의 상대방에게서 온다.
그러니 이 시기의 여론 숫자를 읽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 구간에 확인된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1퍼센트, 긍정평가는 34.8퍼센트에서 37퍼센트 사이였다. 설 대비 부정평가가 24퍼센트포인트 올랐고,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69퍼센트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 35퍼센트, 국민의힘 28퍼센트. 이 숫자를 그저 심판의 계절로 읽으면 분석을 놓친다. 지지율은 결과가 아니라 통로다. 지금 민심을 움직이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이자, 원자재 값, 그리고 연휴에 느껴지는 장바구니의 무게다. 그 무게는 이 나라 안의 정치 과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준이 3년 만에 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을 열어둔 결정, 걸프의 봉쇄와 유조선 운임, 대미 투자 이행의 압박. 이 세 가지가 원화와 물가를 통해 가계에 도달하고, 그 도달점에서 지지율이 출렁인다.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것을 정치의 성과로 읽는 순간, 우리는 종속 변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민주주의의 자기 표현으로 오해한다.
내가 이 명절 구간에서 끝까지 물고 있어야 할 것은 하나다. 국가는 자기가 정하지 못하는 값을 국민에게 설명할 언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명절이라는 장치를 쓴다. 통행료를 면제하고, 임시 공휴일을 만들고, 물가 대책을 내놓는다. 그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그 아래 놓인 회계다. 원유의 7할을 한 해협에 걸어놓은 나라, 나프타의 6할을 그 바다에 얹어놓은 산업, 그리고 그 대가로 자기 저축을 해외 자산에 배치하는 계획. 명절의 풍경은 이 구조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다. 잠긴 바다 위에서 명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명절을 지탱하는 값이 어디서 매겨지는지 아는 사람만이, 통행료 면제의 값이 결국 어느 회계 칸에 계상되는지 계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