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청구서를 쓰는 자리

10월 9일, 한화오션 정인섭 경영지원실장 명의의 담화문이 나왔다. "안전과 생산을 위협하는 것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교섭을 마무리 단계로 가고자 한다면 크레인 위가 아닌 협상장에서 논의를 이어 나가기를 바란다". 같은 날 발표된 국방위 국정감사 자료에서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한미 간 큰 이견이 없다"며 올해 한미안보협의회를 계기로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양국 통수권자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지금 조선 호황의 정점에 있다. 미국 상원의원이 거제사업장을 찾아 조선 협력 확대를 논의하고, 방산과 해양플랜트 수주가 밀려든다. 그 호황이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지는지는 크레인 위에 올라간 사람들이 가장 정확히 안다. 원청 정규직 지회장은 6월 4일부터 26차례 교섭을 했고 사측 3차 제시안을 거부하고 8일 골리앗 크레인에 올랐다. 하청 노조는 9월 30일부터 선행도장공장 지붕과 크레인에 있었고, 8일 원청과 처음으로 같은 테이블에 앉으면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사측의 담화문이 "이유가 무엇이 됐든 무겁게 책임을 통감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이 이 국면의 성격을 말해준다. 회사는 농성을 불법 점거라고 규정하면서도, 호황의 수주 잔고를 지키려면 교섭을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 압력이 자본 쪽에도 걸려 있다는 사실이 4개월 만에 처음 열린 테이블의 실체다.

같은 시기 프랑스와 벨기에는 다른 형태의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 10월 9일 브뤼셀에서 벨기에 노총이 주도한 반긴축 총파업에 3만여 명이 나왔고, 고교생들이 노동자 대열에 합류했다. 항공편 140편이 취소됐고 최루탄과 충돌이 벌어졌다. 프랑스에서는 이 운동이 4주째다. 10월 8일 '4차 행동의 날'에 파리 바스티유 광장까지 행진이 이어졌고, 정부는 9일 교사 대체 인력 3,000명 투입과 학생 대표 참여를 발표했지만 학생노조는 "정부가 100억 유로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까지 계속한다"고 답했다. 10월 13일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프랑스 당국이 집계한 구금자는 6,900명에 가깝고 그중 86%가 미성년자다.

호황의 조선소에서 나온 이익은 임금과 성과급으로 배분되는 대신 미국 투자와 방산 수주 잔고로 흘러가고, 그 배분을 둘러싼 다툼이 크레인 위에서 벌어진다. 유럽에서는 긴축 예산이 교실에서 먼저 터지고, 그 교실의 아이들이 노총의 총파업에 합류한다. 두 운동의 요구는 다르다. 하나는 호황의 몫을 요구하고, 다른 하나는 긴축을 되돌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둘 다 이익과 비용을 누가 어디에 배분하는가의 결정권을 향한다. 프랑스 주최측이 내건 구호 "2026년 10월은 새로운 68년 5월"은 그 결정권을 거리에서 다시 세우겠다는 선언이다.

조선소의 크레인과 유럽의 교실은 같은 자본 축적 구조의 서로 다른 접점이다. 그 접점을 잇는 것은 노동자의 조직이다. 10월 13일 프랑스 총파업이 어떤 힘을 내는지, 한화오션 교섭이 호황의 몫을 어떻게 나누는지 — 이 두 숫자가 이달의 실제 정치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한국의 하청 노동자와 청년이 어느 자리에 서느냐가 다음 국면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