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의 출처
삼성중공업 노사가 9월 23일 조합원 투표에서 58.78퍼센트 찬성으로 가결한 잠정합의안은 초과이익성과급 산정 기준을 경제적부가가치의 20퍼센트에서 영업이익의 10퍼센트로 바꾼 것이었다. 10월 중순 조선업의 임금 교섭을 보면 이 한 줄이 어디까지 파급됐는지 분명해진다.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삼성중공업 1조3570억 원, 한화오션 2조2150억 원, HD현대중공업 4조148억 원이다. 같은 10퍼센트를 대입하면 성과급 재원은 1357억, 2215억, 4015억으로 갈린다. 삼성중공업이 먼저 문을 열었고, 나머지 두 회사는 자기 몫이 경쟁사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2만 원 인상과 일시금 1100만 원 및 200퍼센트를 담은 잠정합의안을 이달 2일 투표자 7541명 가운데 반대 52.14퍼센트로 부결시켰다. 13일과 15일 재교섭을 포함해 24차례 교섭에도 회사의 추가 제시안은 없었고, 노조는 19일과 20일 부서별 쟁의대책위원과 전문위원이 오후 네 시간, 21일부터 23일까지 전 조합원이 하루 일곱 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거제에서도 같은 문제가 다른 형태로 걸려 있다. 한화오션 직영노조는 16일 제28차 교섭에서 성과급제 개선과 정년퇴직자 재고용 기간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15일 2차 원청교섭에서 36개 조항의 요구안을 제시했으나 회사는 22일 제3차 교섭에서 의견을 내겠다고 미뤘다. 원청과 하청의 교섭이 동시에 멈춰 선 채, 9월 30일 크레인과 공장 지붕에 오른 하청 노동자들과 10월 8일 크레인에 오른 원청 지회장의 고공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10퍼센트는 누군가의 양보로 생긴 돈이 아니다. 호황이 드러낸 초과이익의 상당 부분은 여러 해 동안 같은 배를 만드는 사람들이 덜 받아 온 몫이 회사 장부에 쌓인 결과다. 그러니 성과급 투쟁은 구걸이 아니라 청구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영업이익의 10.5퍼센트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잡은 것도,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퍼센트를 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쓰는 것도 같은 원리의 다른 사례일 뿐이다. 요구는 이미 업계 표준이 됐다. 그런데 더 무거운 것은 한화오션 하청지회의 요구안이다. 고용과 일하는 조건의 승계, 원·하청 차별 없는 성과금 지급. 이것은 성과급의 액수를 올려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회사가 원청으로서 자기 결정 아래 있는 일하는 조건의 범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다. 법원이 10월 1일 회사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자 회사는 그제야 교섭요구 노조를 확정 공고했다. 개정 노조법이 3월 10일 시행된 뒤 7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성과급 액수를 다투는 자리와 사용자 책임의 범위를 다투는 자리는 같은 테이블 위에 있고,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위험하다. 액수를 정하는 권한은 회사가 이미 갖고 있지만, 원청이 하청의 일하는 조건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문서로 인정하는 순간 그 권한의 근거가 현장의 요구 앞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측의 태도는 일관된다. 성과급에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자고 하고, 교섭 대상과 사용자 책임의 범위에는 기존 소송의 판단을 기다리자고 한다. 미루는 방식은 다르지만 미루는 목적은 하나다.
금융 쪽의 움직임은 이 배분 다툼의 무게를 거꾸로 비춘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연 3.00퍼센트가 됐고, 18일 연합뉴스가 접촉한 전문가 6명은 모두 2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11월 인상 가능성은 열어 두었다. 신현송 총재는 12일 국정감사에서 금리가 오르면 취약 차주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비용은 전액 채무자 계정에 찍히고, 유가와 환율 변동의 이익은 화폐가치와 수출 실적에 남는다. IMF는 13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월의 2.6퍼센트에서 3.3퍼센트로 올렸는데, 근거는 AI 하드웨어와 반도체 수출 호조이고 그것은 자본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그런데 임금은 그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재원이 커지는데 그 재원을 나누는 규칙은 그대로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조선업과 반도체에서 지금 벌어지는 교섭은 그 규칙을 바꾸려는 첫 시도다.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산식이 회사와 조합원 사이의 문서에 들어갈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 산식이 문서에 들어가는 순간, 여러 해 동안 장부에 쌓여 있던 몫이 누구의 청구로 인정되는지가 정해진다.
삼성중공업의 10퍼센트는 누군가의 양보로 생긴 돈이 아니다. 호황이 드러낸 초과이익의 상당 부분은 여러 해 동안 같은 배를 만드는 사람들이 덜 받아 온 몫이 회사 장부에 쌓인 결과다. 그러니 성과급 투쟁은 구걸이 아니라 청구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영업이익의 10.5퍼센트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잡은 것도,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퍼센트를 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쓰는 것도 같은 원리의 다른 사례일 뿐이다. 요구는 이미 업계 표준이 됐다. 그런데 더 무거운 것은 한화오션 하청지회의 요구안이다. 고용과 일하는 조건의 승계, 원·하청 차별 없는 성과금 지급. 이것은 성과급의 액수를 올려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회사가 원청으로서 자기 결정 아래 있는 일하는 조건의 범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다. 법원이 10월 1일 회사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자 회사는 그제야 교섭요구 노조를 확정 공고했다. 개정 노조법이 3월 10일 시행된 뒤 7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성과급 액수를 다투는 자리와 사용자 책임의 범위를 다투는 자리는 같은 테이블 위에 있고,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위험하다. 액수를 정하는 권한은 회사가 이미 갖고 있지만, 원청이 하청의 일하는 조건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문서로 인정하는 순간 그 권한의 근거가 현장의 요구 앞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측의 태도는 일관된다. 성과급에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자고 하고, 교섭 대상과 사용자 책임의 범위에는 기존 소송의 판단을 기다리자고 한다. 미루는 방식은 다르지만 미루는 목적은 하나다.
금융 쪽의 움직임은 이 배분 다툼의 무게를 거꾸로 비춘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연 3.00퍼센트가 됐고, 18일 연합뉴스가 접촉한 전문가 6명은 모두 2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11월 인상 가능성은 열어 두었다. 신현송 총재는 12일 국정감사에서 금리가 오르면 취약 차주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비용은 전액 채무자 계정에 찍히고, 유가와 환율 변동의 이익은 화폐가치와 수출 실적에 남는다. IMF는 13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월의 2.6퍼센트에서 3.3퍼센트로 올렸는데, 근거는 AI 하드웨어와 반도체 수출 호조이고 그것은 자본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그런데 임금은 그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재원이 커지는데 그 재원을 나누는 규칙은 그대로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조선업과 반도체에서 지금 벌어지는 교섭은 그 규칙을 바꾸려는 첫 시도다.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산식이 회사와 조합원 사이의 문서에 들어갈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 산식이 문서에 들어가는 순간, 여러 해 동안 장부에 쌓여 있던 몫이 누구의 청구로 인정되는지가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