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뒤에 서는 브레이크

10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속노조와 한 진보정당 의원이 함께 원청교섭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나온 숫자가 이 법의 7개월을 요약한다. 금속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원청 25곳 가운데 16곳, 64퍼센트가 교섭요구 사실조차 공고하지 않았다. 창구단일화를 마친 곳은 8곳, 10월 19일 기준으로 교섭이 실제 진행 중인 곳은 한국타이어·한화오션·서진산업·CTR모빌리티 네 곳이다.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7곳 가운데 시정명령에 따라 절차를 마친 곳은 세 곳이고, 동희오토·현대자동차·한국지엠은 시정결정 이후에도 공고를 하지 않았다.

정부 집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고용노동부가 10월 1일 기준으로 잡은 교섭요구 원청은 460곳, 조합원 18만5,235명이다. 본단계에 들어간 곳은 142곳, 타결은 3곳 — 현대제철 당진과 자회사 네 곳, 한강이앰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다. 3월 10일 시행 이후 233일이 지나서다. 사용자성 인정이 교섭을 낳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우연이 아니라 굳어진 방식이다.

단계마다 수법이 같다. 공고를 미루고, 공고한 뒤에는 확정공고에서 조합원 수를 빼고, 교섭단위 분리 결정이 나오면 집행정지 신청을 낸다. 포스코는 8월 교섭을 시작했다가 법원이 분리 결정의 집행을 정지하자 교섭 중단을 통보했다. 한화오션은 확정공고에서 한 지회 조합원 수를 제외했고, 노조가 지노위와 중노위 판정을 받아냈지만 원청은 행정소송으로 갔다. 인천 부평구는 중노위가 8월 11일 재심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자 이달 13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같은 인천의 연수구는 4월 30일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 놓고 부평구 소송 결과를 기다린다며 확정공고를 6개월째 미루고 있다. 소송 하나가 다른 지자체의 절차를 인질로 잡는 방식이다. 연세대는 사용자성 인정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이 만든 문 앞에서 원청은 문을 통과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지 않을 방법을 매번 새로 찾아내고 있다.

그러니 이 국면의 핵심 질문은 사용자성이 인정되느냐가 아니다. 인정받은 뒤에도 교섭이 열리지 않게 만드는 이 겹겹의 브레이크를 누가 걷어낼 수 있는가다. 토론회에서 나온 제안은 정확한 진단 위에 서 있다. 원청교섭에는 창구단일화를 적용하지 않도록 입법으로 명시하고, 원청이 공고를 하지 않으면 노동위가 대신 공고하며, 교섭단위 분리에 대한 불복이나 집행정지가 있어도 기존 교섭요구의 효력을 보존하자는 것. 맞는 처방이다. 다만 이 처방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통과시키는 힘은 법률 논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절차가 느린 것이 아니라, 절차를 밟는 힘이 현장에서 끊기고 있다. 시행 첫 달 원청 363곳이었던 요구는 이후 넉 달에 97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법이 열어 준 첫 달에 몰려 나온 요구를 조직이 감당하지 못하면, 다음 동력은 법이 아니라 파업에서만 나온다.

그 파업의 시계가 지금 돌고 있다. 경기지역자동차노조는 조합원 9,420명 가운데 9,001명이 투표해 97.7퍼센트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고, 이번 주 최종 조정회의에서 합의가 없으면 30일 첫차부터 15개 시 854개 노선, 버스 3,798대가 멈춘다. 요구는 1월 1일부터 준공영제 버스 기사 임금을 서울 수준으로 맞추기로 한 기존 합의의 이행이다. 서울과의 격차를 메우라는 요구는 지역 간 임금 불평등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를 정확히 지목한다. 그런데 사측은 경기도 재정난을 말하고, 도는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말한다. 같은 재정을 사이에 두고 약속의 주체가 둘로 갈라져 있다. 이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얻는 것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라, 누가 약속의 당사자인지에 대한 판정이다.

같은 주에 민주노총은 11월 2일과 12일 두 차례 합동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네 후보조가 내놓은 조직 확대 구상은 16개 산별을 50여 개 동종 업종 산별로 재편하겠다는 것, 초기업교섭을 확대하겠다는 것, 2035년까지 단체협약 적용률을 50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등으로 갈린다. 이 구상들이 검증될 자리는 토론회장이 아니라 부평구와 연수구와 연세대와 포스코가 만든 그 병목이다. 초기업교섭 확대는 원청이 공고를 미루고 소송으로 버티는 이 병목을 직접 겨냥하지만, 산별 재편과 협약 적용률 목표는 병목의 법적 절차를 건드리지 않는다. 새 지도부가 1월 1일 임기를 시작할 때, 460곳 중 몇 곳이 타결되어 있느냐가 그 지도부의 실력을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숫자는 토론회에서 정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