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렛대 효과
Leverage Effect (Financial Amplification)
레버리지가 소득·자산가치의 변화를 확대하는 일반 원리, 그리고 악성 충격이 금융시장 여건 악화를 통해 증폭되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후자는 버냉키·거틀러·길크리스트(1996)가 '금융 가속기'로 정식화했으며, 역정보 때문에 차입 능력이 순자산에 연동되면서 자산가격 하락이 투자 위축을 낳고 그 위축이 다시 자산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작동한다. 계량금융에서는 가격 하락과 레버리지 비율 상승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통계적 규칙성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상세
세 가지 용법
'지렛대 효과'라는 표제어 아래에는 서로 다른 개념이 겹쳐 있다.
첫째, 레버리지가 손익을 확대하는 일반 원리다. 차입한 자금으로 투자하면 가용 자본이 커지고, 성공하면 큰 수익을, 실패하면 상환 불능 위험을 낳는다. 레버리지는 자산가치를 그것을 사는 데 필요한 현금으로 나눈 비율로 정의되며, 경기순환에 따라 팽창·수축하는 경기순응적 성격을 갖는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줄어 마진콜이 발생하고 강제 매도가 이어지면서 레버리지가 축소되는데, 이 때문에 가격이 기초여건과 무관하게 필요 이상으로 하락할 수 있다. 50% 마진으로 주식을 사면 주가가 20% 하락할 때 40%를 잃는다.
둘째, 금융 가속기(financial accelerator)다. 거시경제에서 악성 충격이 금융시장 여건의 악화에 의해 증폭되는 과정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악화된 조건이 금융 및 거시경제 침체를 확산시킨다. 핵심은 역정보(비대칭 정보)다. 기업의 차입 능력은 근본적으로 순자산의 시장가치에 달려 있고, 자산가격 하락은 대차대조표와 순자산을 악화시켜 차입 능력을 떨어뜨리고 투자를 위축시킨다. 감소한 경제활동은 자산가격을 더욱 끌어내린다.
셋째, 계량금융의 통계적 용법이다. CEV(항상 탄력성 분산) 모형(John Cox, 1975)에서 γ<1일 때 주가가 하락하고 레버리지 비율이 커지면 주식의 변동성이 증가하는데, 이는 주식시장에서 흔히 관측되는 현상이다. 반대로 상품시장에서는 γ>1인 경우가 흔해 가격 상승과 함께 변동성이 커진다.
정의의 조건과 전달 경로
금융 가속기 프레임워크는 세 조건 위에 서 있다. 완전 담보화되지 않는 한 외부금융(부채)은 내부금융(자기자본)보다 비용이 크고, 외부금융 프리미엄은 필요 자금 규모와 함께 커지며 필요 자금이 고정된 경우 차입자의 순자산이 클수록 작다. 그리고 차입자 순자산의 하락은 내부금융 기반을 줄이는 동시에 외부금융 필요와 비용을 높인다. 이론적 미시 기초는 신용시장의 주인-대리인 문제로, 대출자는 차입자의 투자 기회·신용도·위험 감수 행동에 관한 정보를 무비용으로 얻을 수 없으며 이 대리인 비용이 금융 가속기를 낳는다.
이 프레임워크는 통화정책 전달의 신용 채널과 밀접하다. 신용 채널은 금리에 영향을 주는 정책 변화가 내생적 외부자금 프리미엄 변화로 증폭되는 간접적 증폭 기제로, 이자율 채널과 나란히 작동한다. 외부자금 프리미엄은 기업이 내부적으로 조달하는 자본 비용과 주식·채무시장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하는 비용의 차이다. 신용 채널은 대차대조표 채널과 은행대출 채널 두 경로로 나타난다. 대차대조표 채널은 외부자금 프리미엄의 크기가 차입자의 순자산과 반비례한다고 보며, 기본 모형에서는 기업의 변동투입 지출이 총현금흐름과 자산의 순현재가치 합을 넘을 수 없다는 '선담보(collateral-in-advance)' 제약으로 표현된다. 은행대출 채널은 통화정책 변화가 은행의 대출 가능 자금과 대출 총액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개방경제에도 적용된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악성 충격은 악화되는 국제금융시장 여건에 의해 증폭될 수 있으며, 생산성·세계금리·국가위험 프리미엄에 대한 초기 충격이 자본유입의 '급정지(sudden stop)'를 초래해 초기 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 신흥경제의 행위자들은 외부금융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정보 마찰이나 제한적 약속 때문에 국제자본시장 접근이 제한된다.
역사
가속(acceleration) 원리 자체는 1900년대 초부터 쓰인 더 오래된 개념으로, Aftalion의 1913년 논문 『Les crises périodiques de surproduction』이 그 최초 등장으로 보인다. Samuelson(1939)은 전통적 견해의 대표 예로, 정부지출 등 수요 증가가 국민소득을 늘리고 그 소득이 소비와 투자를 유발해 경제활동을 가속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적 가속기 견해의 뿌리는 Fisher(1933)의 부채-디플레이션 이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다 부채로 유발되고 부채 청산, 자산·상품 가격 디플레이션, 순자산 악화, 경제 위축의 순환으로 강화되는 하향 나선을 다룬 이 이론은 당시 케인즈 경제학에 밀려 외면받았다. 관련 선행 연구로는 Bernanke(1981, 1983), Bernanke & Gertler(1989, 'Agency Costs, Net Worth, and Business Fluctuations'), Kiyotaki & Moore(1997, 'Credit Cycles')가 있다.
'금융 가속기'라는 용어는 버냉키·거틀러·길크리스트의 1996년 논문 "The Financial Accelerator and the Flight to Quality"(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78(1): 1–15)에서 거시경제학 문헌에 도입되었다. 이 논문의 동기는 총체적 경제활동의 큰 변동이 때로는 사소해 보이는 충격에서 비롯되는 듯 보이는 오랜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금융시장 여건이 경기순환을 이끄는 데 중요하다는 견해가 높아지면서, 신용시장 불완전성을 침체의 전파 기제로 연결하는 분석으로 부활했다. 오늘날 많은 경제학자는 이 프레임워크가 대공황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동학을 잘 설명한다고 본다.
사례
레버리지 축소가 실물경제로 확산된 사례로 1929년 주식시장 대폭락이 있다. 1920년대에는 마진 요건이 느슨해 90%까지 부채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일이 드물지 않았고, 시장이 위축되자 많은 개인이 마진콜을 받아 추가 자금을 넣거나 주식을 강제 매도당했으며, 이 매도가 주가를 더 떨어뜨려 추가 마진콜을 유발했다. 다만 Rappoport & White(1994)에 따르면 1928년 말이나 1929년 초부터 마진 요건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 차입 비율이 낮아지고 있었다.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때는 차익거래 전략에 나선 다수 헤지펀드가 큰 손실을 입고 포지션을 축소해야 했으며, 그로 인한 가격 변동이 손실을 심화시켜 추가 청산을 촉발했다. 한 시장의 가격 변동이 다른 시장의 가격 변동을 유발하는 금융 전염도 나타났고, 이 사태로 시장 교란과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커져 연방준비제도가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 구제를 조율하게 되었다. 2007년 8월 퀀트 헤지펀드 위기에서도 헤지펀드들이 자본 제약에 부딪혀 포지션을 줄여야 했고, 그 시점에는 가격이 펀더멘털의 움직임보다 유동성 요인에 의해 더 크게 움직였다.
2007-2009년 위기에서 2007-2008년 서브프라임 손실은 수천억 달러 규모로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5%에 불과했으나, 주로 레버리지된 금융기관이 손실을 떠안으면서 나선형 효과가 위기를 증폭시켜 주식시장 손실액이 8조 달러를 넘었다. Krishnamurthy(2010)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직접 손실은 최대 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신용부도스왑(CDS)도 위기 이전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CDS 매수자는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도 CDS를 살 수 있었기에 비관론자들이 자산가격을 매우 낮게 끌어내릴 수 있었고, CDS의 표준화가 대량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리먼 브라더스는 마지막 연차 재무제표에서 회계적 레버리지 31.4배(자산 6,910억 달러 ÷ 주주자본 220억 달러)를 보였고, 파산관재인 Anton R. Valukas는 이른바 repo 105 등 문제된 회계처리로 실제 회계적 레버리지가 더 높았다고 판정했다. 장외거래 때문에 명목 레버리지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2007년 말 리먼의 명목 파생상품 규모는 7,380억 달러).
정책과 후생
금융 가속기 기제를 끊는 한 방법은 자산가격 하락을 되돌리는 것이다. 자산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그 가격에 자산을 사들여 수요를 끌어올려 가격을 되돌릴 수 있으며, 실제로 연방준비제도는 2008년과 2009년에 비정상적으로 낮은 시장가격으로 주택저축은행 담보부증권을 매입했다. 다른 수단은 차입자의 순자산과 차입 능력의 연동을 끊는 것이다. 유동성 위기 시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통화 확장을 해야 하며, 투자자가 재정 제약에 가까울 때 효과가 가장 크다.
레버리지가 매우 높은 경제에서는 소수의 투자자가 경제 내 모든 대출자로부터 많은 현금을 빌린 상태이므로 자산가격이 소수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 극단적으로 레버리지된 행위자의 실패가 다른 레버리지 행위자의 동반 실패 가능성을 높일 때 그 행위자는 경제에 필수불가결해질 수 있으며, 이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로 이어진다. 레버리지 차익거래자는 자신의 이익 극대화만 고려하고 자신의 결정이 자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데, 자산가격은 다른 차익거래자의 부와 금융 제약을 통해 그들의 투자 능력을 결정하므로 외부성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최적이 아닐 수 있다.
규제
1980년대 이전에는 은행 레버리지에 대한 양적 한도가 드물었다. 대부분 국가의 은행은 지급준비 요건을 두었지만 이는 레버리지를 제한하지 않으며 자본 요건과는 개념이 다르다. 각국 감독당국이 공식적 자본 요건을 부과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고, 1988년까지 대부분 대형 다국적 은행에 Basel I 기준이 적용되었다. Basel I은 은행 위험 관리를 개선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모든 부외 위험에 자본을 요구하지 않았고, 각 위험 버킷에서 은행이 가장 위험한 자산을 고르도록 유인했다는 결함이 있었다. Basel II 작업은 1990년대 초 시작되어 200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었고,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많은 은행의 부진한 성과 때문에 레버리지 한도 재도입 요구가 나왔다. Basel III 아래에서 은행은 3%를 상회하는 레버리지 비율(기본자본 ÷ 총노출)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며, 여기서 노출은 부외 항목과 파생상품 애드온을 포함한다.
출처
- 위키백과 (영문) Core definition and mechanism of the financial accelerator: small shocks amplified through deteriorating financial market conditions into large macroeconomic effects. Bernanke, Gertler & Gilchrist (1996) formulation.
- investopedia.com Accessible definition: feedback loop where financial market conditions amplify small economic changes, with credit conditions and the real economy reinforcing each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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