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의 낮은 단계와 높은 단계
Lower and Higher Phase of Communism
『고타강령 비판』이 공산주의 사회를 두 단계로 갈라 본 구분. 자본주의에서 갓 나온 낮은 단계에서는 각자가 사회에 준 노동량만큼을 돌려받으므로 상품교환과 같은 등가 원리, 곧 '부르주아적 권리'가 그대로 남는다. 분업에 대한 예속과 정신·육체노동의 대립이 사라지고 노동이 삶의 첫째 욕구가 된 높은 단계에 가서야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가 가능해진다. 레닌이 『국가와 혁명』에서 낮은 단계를 사회주의로, 높은 단계를 공산주의로 이름 붙이면서 20세기의 표준 어법이 되었다.
상세
분배 논쟁의 막다른 곳에서 나온 구분
이 구분은 미래 사회의 설계도로 제시된 것이 아니다. 고타강령이 "공정한 분배"와 "감소되지 않은 노동수익"을 요구한 데 대한 반박을 밀고 나가다가 나온 결과물이다. 무엇이 공정한 분배인가를 따지려면 어떤 사회의 분배인지를 먼저 말해야 하고, 그러자면 자본주의에서 막 나온 사회와 자기 발로 선 사회를 갈라야 했다.
낮은 단계: 노동증서와 부르주아적 권리
낮은 단계의 사회는 "경제적·도덕적·정신적으로 낡은 사회의 모반(母斑)을 온몸에 지닌" 채 나온다. 여기서 생산자는 공제분을 뺀 뒤 자신이 제공한 노동량을 증명하는 증서를 받고, 그 증서로 사회의 소비 재고에서 같은 양의 노동이 든 물건을 꺼내 간다. 개인 사이의 교환은 사라졌지만 원리는 남는다. 같은 양의 노동을 다른 형태로 되돌려 받는다는 점에서 상품교환을 규제하던 등가 원리가 그대로 작동한다.
마르크스는 이것을 "부르주아적 권리"라 부른다. 계급 차이는 인정하지 않지만 개인의 타고난 능력 차이는 자연적 특권으로 묵인하며, 결혼했는지 아이가 몇인지는 아예 셈에 넣지 않는다. "이 평등한 권리는 불평등한 노동에 대한 불평등한 권리다." 그렇다고 결함이라 부르며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권리는 결코 사회의 경제적 구조와 그것이 제약하는 문화 발전보다 높을 수 없다."
높은 단계: 좁은 지평 너머
높은 단계의 조건은 분배 방식이 아니라 노동 자체의 변화로 서술된다. 개인이 분업에 노예처럼 매이는 상태가 끝나고,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대립이 사라지고, 노동이 생계 수단을 넘어 삶의 첫째 욕구가 되고, 개인의 전면적 발전과 함께 생산력이 자라 협동적 부의 샘이 더 넘치게 흐를 때. 그때에야 부르주아적 권리의 좁은 지평을 온전히 넘어설 수 있다.
레닌의 이름 붙이기
『국가와 혁명』 5장에서 레닌은 "흔히 사회주의라 불리는 것을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사회의 '첫 번째' 또는 낮은 단계라 불렀다"고 정리한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별개의 두 이념이 아니라 한 사회의 두 성숙도로 놓은 것이다. 같은 장에서 그는 낮은 단계에 대해 한 걸음 더 나간 표현을 쓴다. 분배를 규율할 법이 부르주아적 권리뿐인 한 그것을 집행할 장치도 남아야 하므로, "공산주의 아래에서 한동안 부르주아적 권리뿐 아니라 부르주아지 없는 부르주아 국가까지 남는다."
헌법에 박힌 낮은 단계
1936년 소련 헌법 12조는 사회주의의 원칙을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노동에 따라"로 명시했다. 필요가 아니라 노동에 따라: 마르크스가 낮은 단계의 한계라고 지적한 바로 그 공식이 국가의 최고 규범이 된 것이다. 이 조항은 그 자체로 모순이 아니다. 낮은 단계임을 인정한 서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소련에서 그 인정은 자주 목표의 연기로 읽혔고, 부르주아적 권리의 존속은 설명되기보다 관리되었다.
읽을 때의 주의
두 단계는 시간표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연도를 말하지 않았고 레닌도 "높은 단계가 언제 오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며 알 수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 구분이 실제로 하는 일은 예언이 아니라 진단이다. 어떤 사회가 아직 노동에 따라 나누고 있다면 그 사회는 아직 낮은 단계이며, 거기 남은 불평등은 도덕의 실패가 아니라 그 단계의 경제적 조건이라는 것.
관련 용어
관련 인물
출처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Part I: 'Labor is not the source of all wealth. Nature is just as much the source of use values'; the list of deductions from the total social product; 'equal right here is still in principle – bourgeois right'; and 'only then can the narrow horizon of bourgeois right be crossed in its entirety and society inscribe on its banners: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chapter 5, the commentary on the Critique: 'What is usually called socialism was termed by Marx the "first", or lower, phase of communist society'; 'under communism there remains for a time not only bourgeois law, but even the bourgeois state, without the bourgeoisie!'; and the reading of the higher phase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Constitution of the USSR (1936), Article 12: 'In the U.S.S.R. work is a duty and a matter of honour for every able-bodied citizen, in accordance with the principle: "He who does not work, neither shall he eat." The principle applied in the U.S.S.R. is that of socialism: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to each according to his work."'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Marx/Engels Selected Works: 'Written: April or early May, 1875… First Published: Abridged in the journal Die Neue Zeit, Bd. 1, No. 18, 1890-91.' The abridgement is the published text, not the manu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