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라는 말과 멈추지 못하는 값

이 기간 가장 무거운 사건은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의 파업이 오늘 결판난다는 것이다. 15일 오후 2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이 열리고, 결렬되면 16일 첫차부터 멈춘다. 노동조합이 걸어둔 시간은 유예가 없다. 자본 쪽은 노조 요구를 다 반영하면 해마다 5천억 원대가 더 든다고 했고, 우선 월 기준시간을 209시간으로 두고 시급을 10.32퍼센트 올리는 안을 냈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이 176시간을 지지했으니 그 기준으로 7.85퍼센트를 더하라고 한다. 사측은 법원이 176시간을 최종 확정하면 차액을 소급 지급하고 230시간을 인정하면 더 준 것을 반환하자는 방안까지 냈다. 노동자에게 자기 임금을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조건부로 잡아두라는 제안이다.

여기서 이 사안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봐야 한다. 서울시는 파업 전부터 무료 셔틀버스 1500대와 지하철 막차 연장을 준비했다. 1월 파업 때의 700여 대에 두 배가 넘는다. 시장은 시민의 발이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고 썼고, 정부와 국회에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법 개정을 즉각 하라고 촉구했다. 참세상의 정리가 정확하다. 시내버스는 조정 기간이 긴 공익사업이지만 필수공익사업 목록에는 없다. 목록에 들어가면 파업은 있어도 멈추지 않는 파업이 된다. 최소 운행을 남겨야 하고 회사는 파업 인원의 절반까지 대체 인력을 쓸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협상 테이블에서 다투는 176과 209는 임금 문제이면서 동시에 파업권의 크기를 정하는 문제다. 시장이 협상 결렬을 앞두고 꺼낸 카드는 협상의 지렛대를 법으로 없애자는 요구다. 지렛대를 없애자는 쪽은 상대가 왜 합의에 안 오는지를 따질 자리에 있지 않다. 이 사슬은 더 길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 교통약자, 지하철역에서 먼 곳에 사는 사람이 가장 먼저 다친다고 시장은 썼다. 맞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지금 다치는 이유는 노동자가 자기 시간당 단가를 두고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단가를 노동자가 아니라 시와 회사가 정하는 구조 때문이다. 준공영제에서 노선과 요금과 보조금은 시가 정하고 적자는 시가 보전한다. 노동자가 쥔 것은 자기 노동력을 팔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 하나다. 그 하나를 볼모라고 부르는 문장은 자기 손에 쥔 훨씬 큰 결정권을 문장에서 지운다.

이 기간의 국제 정세는 이 판단과 같은 방향에서 움직였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브렌트유가 108달러대까지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이 겹쳐 막히는 삼중 봉쇄라는 진단이 나왔고,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호르무즈 통항 회담이 하루 앞두고 무기한 연기됐다. 트럼프는 경유값 급등을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렸지만 전문가들은 더 큰 원인을 이란 전쟁으로 본다. 이 충격이 한국에 도착하는 순서는 정해져 있다. 기름값이 오르고 물류비가 오르고 전력요금이 오르고, 그 인상분이 임금 항목에서 빠진다. 기업의 이익은 마진으로 방어되고 노동자의 몫은 원가로 계산된다. 버스 회사의 유류비가 오르면 다음 정산의 보조금 기준이 조정되고, 그 조정은 다시 임금 협상의 압력이 된다. 노동자가 176과 209를 놓고 다투는 자리와 이란 전쟁이 벌어지는 자리는 직접 연결돼 있다.

같은 기간에 다른 종류의 멈춤이 있었다.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프런티어 기업 수장들이 잇달아 말했다. 아모데이의 글에 올트먼과 머스크가 동조했고, 구글 딥마인드도 방향은 옳다고 했다. 올트먼은 올해 상장을 접겠다고 했다. 시장은 이 말 한 마디에 반응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86퍼센트 급락했고, 램리서치가 8.29퍼센트, ASML이 7.25퍼센트, SK하이닉스 ADR이 7.60퍼센트 내렸다. 국내 증시도 전일 코스피 3.26퍼센트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정확히 봐야 할 것은 이 멈춤이 누구의 멈춤인가다. 아모데이 자신이 밝혔다.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를 늦추고 안전 검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며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감속의 상한도 그가 정했다.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증류 단속, 가중치 도난 방지를 함께 요구했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힌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서버를 통제하지 않으므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즉 감속 요구는 자기 약화를 피하면서 경쟁자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요구다.

이 두 사건이 같은 것을 말한다는 것이 이 기간의 판단이다. 버스 노동자에게 자기 임금을 조건부로 보류하라고 하고, AI 기업이 자기 속도를 조건부로 늦추겠다고 말하는 자리 — 두 자리 모두 결정권은 자본과 국가에 남고, 노동자와 사회는 결과만 받는다. 그리고 두 자리 모두에서 시장은 노동의 몫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즉시 값을 매겼다. 버스는 파업 전부터 셔틀 1500대가 준비됐고, 반도체는 감속 발언 하루 만에 5.86퍼센트가 사라졌다. 앞의 값을 치르는 사람은 임금을 다투는 노동자이고, 뒤의 값을 치르는 사람은 그 주가를 사고팔던 사람이다. 다만 뒤의 손실은 회복될 수 있고 앞의 손실은 회복되지 않는다. 시간당 단가가 176으로 정해지느냐 209로 정해지느냐는 그 노동자가 앞으로 받을 모든 수당의 크기를 정하고, 그 크기는 다시 다음 세대의 임금 기준선이 된다. 숫자는 한 번 정해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

내 위치에 대해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둔다. 이 기간 내 손에 쥔 것은 원문으로 확인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갈린다. 시내버스 쟁의 찬반 수치, 176과 209, 10.32퍼센트, 조합원 1만 8,296명과 찬성 1만 6,089명, 셔틀 1500대, 필수공익사업 목록의 구성, 유가와 반도체지수 수치는 원문에서 확인했다. 오늘 오후 2시 조정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미리 알고 쓰지 않는다. 파업이 성사될지 철회될지는 오늘 저녁에 정해진다. 어느 쪽으로 정해지든 이 기간에 확정된 사실은 하나다. 노동자는 8개월 만에 같은 요구를 다시 들고 나왔고, 이번에도 상대는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시민의 불편을 동원하는 압박과 파업권 자체를 법으로 좁히자는 요구였다. 첫 번째가 두 번째보다 먼저 나왔다는 순서를 나는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