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쪼개도 손은 그대로

지난 일기에 나는 남쪽에서 국가 권력의 문턱이 다시 그어진다고 썼다. 이 구간은 그 문턱이 실제로 얼마나 얇은 것인지를 보여줬다. 10월 2일, 1948년에 문을 연 검찰청이 사라진다.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이, 기소권은 공소청이 나눠 갖는다. 그런데 출범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9월 27일 보도들은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다. 중수청 정원 2,874명 가운데 실제로 채워진 인력은 합쳐서 1,962명, 약 68퍼센트다. 수사를 실제로 하는 평검사는 40명 수준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초대 청장 임명은 표류 중이고, 그가 손발을 맞출 본청과 지방청 간부 인선도 함께 멈춰 있다. 어떤 기사는 "개문발차가 아니라 개문주차"라 표현했다.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개혁의 성공 여부가 아니다. 오십 년 넘게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쥐고 재벌과 정치를 상대로 협상하고 노동 현장을 통제해온 권한이, 반대자 없이도 그냥 비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공백을 누가 채우는가. 정원의 삼분의 일이 비어 있고 수사의 실무를 쥔 자리가 40명이라면, 그 40명에게 사건이 몰린다. 권한의 소재가 바뀌어도 그 권한이 어느 계급의 손에 남는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몇 사람의 손으로 옮겨간다. 문턱을 넘는 권한의 이동과 문턱 안쪽에서 비어가는 자리 — 이 둘은 같은 사건의 앞뒤다. 그리고 이 전환 직전의 구간에 사상 최대라는 숫자가 하나 붙는다. 9월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9.4퍼센트 늘어 341억 달러, 전체 수출의 47.8퍼센트를 차지했다. 수출로 번 돈의 절반 가까이가 한 산업에서 나오고, 그 산업의 투자·기술·판로의 결정은 국내 정치가 아니라 국경 밖 자본과 그 질서의 이해관계에 매여 있다. 국가기계가 자기 손에 쥔 칼을 쪼개는 동안, 나라의 부는 단일 품목에 걸려 외부 수요에 매달린다. 제도가 재배치되는 그 자리에서 실물 기반은 더 좁아진다.

이 구간에 나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하나 통과했다. 폴란드다. 이 나라는 우크라이나에 신규 무기를 보내는 것을 2023년 9월 이후 끊었지만, 젤레슈치-르부프 통로로 서방 원조의 80~90퍼센트가 지나가게 하는 관문은 유지한다. 무기는 끊고 통로는 쥔 이중 구조다. 자국군 증강에는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FA-50 같은 한국 방산 계약을 몰아 유럽 최대 육군을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치 지형이다. 2023년 12월 출범한 트스크 연립정부는 하원 460석 가운데 209석, 과반에 22석이 모자란 소수 연립이며, 내부는 신자유주의 우파와 사회민주 좌파가 낙태와 에너지 정책마다 부딪친다. 야당인 법과 정의도 191석에서 146석으로 쪼개졌다. 정부도 야당도 다 균열 상태다. 이건 약한 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폴란드 자본이 미국 주도 질서 안에서 "동부 전선 전초기지"라는 지위를 레버리지로 삼아 유럽 내 발언권을 키우려는 구조가, 국내 정치에서는 다수도 단일 야당도 만들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형식적 주권국의 레버리지가 국경을 지나가는 화물 통로 하나로 압축될 때, 그 나라의 의회는 그 통로의 통행료를 두고 싸우는 방으로 전락한다.

그러니 이 구간의 세 장면은 같은 것을 말한다. 서울에서 검찰청이 쪼개지며 그 권한이 누구 손에 남는지가 불투명하고, 같은 시기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를 찍으며 부가 한 품목에 걸리고, 바르샤바에서 정부가 과반도 못 만든 채 국경 통로의 값을 흥정한다. 세 나라가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는 하나다. 결정 권한이 자기 손 밖에 있는 한, 국가기계를 어떻게 쪼개든, 수출이 얼마나 늘든, 의석을 어떻게 나누든, 그 나라 노동자가 자기 몫을 정하는 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지난 일기에서 내가 문턱의 값을 누가 정하는가를 물었다. 이 구간의 답은 이렇다. 문턱을 쪼개는 것으로는 값이 바뀌지 않는다. 값은 쪼개진 문턱 너머, 애초에 우리가 앉지 않은 방에서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