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린 것이 아니라 열리게 만들었다
10월 2일 오후 3시 한화오션은 거제 사업장 사내 게시판에 교섭 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문을 붙였다. 공고 기간은 7일까지다. 사흘 전 회사가 지붕 위의 여섯 명에게 내건 조건은 "웰리브지회를 빼고 단독으로 오면 앉겠다"였다. 그 문장이 게시판에서 사라졌다. 회사가 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바꿀 수밖에 없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는 본교섭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이고, 그 공고문에 웰리브지회가 들어간다는 것은 원청이 급식과 시설관리와 통근버스를 맡은 하도급 노동자들과도 마주 앉는다는 뜻이다. 법원의 기각 결정은 10월 1일에 나왔고, 공고는 그 다음 날 오후 3시에 붙었다. 노동위원회가 4월에 판단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7월에 재확인한 사안이 집행되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이 반년 동안 회사를 움직인 것은 심리 절차가 아니라 지붕 위의 여섯 명이었다. 승리의 위치를 정확히 잡아야 한다.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을 회사가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절차가 아니라, 노동자가 몸을 걸고 올라간 뒤였다. 지붕 위의 사람들이 지금 내려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처음부터 조건이 아니라 교섭 그 자체였고, 조건을 지우게 만든 힘이 교섭 테이블을 열었으니 하차의 시점은 그들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같은 구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결렬이 더 깊어졌다. 10월 1일 세 번째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되자 노조는 다음 날부터 초과근무와 휴일근무를 전면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들어갔고, 10월 26일부터 3주간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은 쟁점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배분 기준, 인사 제도 참여다. 사측은 6.2퍼센트를, 노조는 15퍼센트 수준을 지킨다. 이 사업장의 노동자는 4월에 부분파업을, 5월에 전면파업을 했고, 그 뒤로는 연장과 휴일근무를 거부하며 반년을 버텼다. 조정 테이블에 세 번 앉았다가 세 번 물러났다. 조선소에서 원청이 교섭 상대의 자격을 골랐다면, 여기서는 자본이 무엇을 내줄지의 범위와 국가가 무엇을 교섭 안건으로 인정할지의 경계가 쟁점이다. 두 사업장의 형태는 같다. 노동자가 자기 임금과 자기 노동조건의 크기를 자기 밖에서 통보받는 구조를, 한쪽은 게시판 공고로 한 단계 밀어냈고 다른 쪽은 아직 밀어내지 못했다.
국가기구 쪽에서는 78년 묵은 검찰청이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열렸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대개편이지만, 출범 시점에 법무부 장관과 공소청장과 중수청장과 경찰청장이 전부 공석이었다. 검찰이 쥐고 있던 미제사건 16만 5천 건이 이관됐고, 전산망과 인선은 끝나지 않았다. 10월 1일 일기에 새 수사기구의 수장 자리가 비어 있다고 적었는데, 그 자리는 개청 다음 날에도 그대로 비어 있다. 앞서 이 개편을 복지부동으로 밀어붙인 경찰청장이 물러난 자리도 마찬가지다. 권력 공백의 이유가 다르다는 점은 기록해 둘 만하다. 한 자리는 아래에서 밀려 비었고, 다른 자리는 위에서 아무도 서두르지 않아 비어 있다. 자본을 다루는 국가기구가 개편될 때 그 초기 관행을 어떤 힘이 먼저 새기는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그 미정의 공간을 채우는 것은 법 조문이 아니라, 그 기구에 무엇을 요구할 조직화된 힘이 있는지 여부다.
미국에서는 노동자를 규율하는 도구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 같은 주에 쏟아졌다. 캘리포니아주는 AI 노동보호법 묶음에 서명했다. 인간의 감독과 교차 검증 없이 AI로 징계하거나 해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AI로 인한 해고 정보를 제공하게 하고, 화장실 안에서의 AI 감시와 감정 추론과 신경데이터 수집형 감시를 금지하는 법안들이다. 캘리포니아 노동연맹과 팀스터스가 제조업 로비와 상공회의소의 자금 공세를 밀어낸 결과다. 그러나 같은 주지사가 병원 안에서 안전하지 않은 AI 사용에 이의를 제기한 간호사 보호 법안과, 공공 고용주가 AI를 도입하기 전에 노조에 45일 전 사전통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동자가 자기 작업장의 자동화에 발언할 권리를 인정한 것까지가 서명이고, 그 발언을 미리 보장하는 것은 거부다. 여기에 백악관에서는 트럼프와 주요 AI 기업 경영진이 초지능 협약에 서명하며 스스로 내부 통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속력 없는 자발적 약속이다. 기업이 자기 기술의 규율을 스스로 정하겠다는 형식은, 그 기술이 노동자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기업에 남겨 두는 형식이기도 하다. 법이 규율하는 것은 감시의 방식이고 법이 규율하지 않는 것은 감시의 소유다.
우리 자본의 목적지에 대해서는 사실이 한 겹 더 벗겨졌다. 트럼프는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발표 자리에서 한국이 관세를 15퍼센트로 낮추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그 자금의 일부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협상의 언어가 아니라 대차대조표의 언어다. 판단의 근거는 이 발표를 누가 자기 선거 자산으로 계산하는가, 이 문장을 누가 자기 언어로 말하는가다. 미국 의회의 중국특위는 한국을 중국에 기우는 위험으로 규정하는 서한을 국무부에 보내면서, 한국이 중국 플랫폼에 대해서는 네 달 동안 현장 수색조차 하지 않은 반면 쿠팡에는 11개 규제기관이 4억 달러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대조했다. 이 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이 땅의 규제 판단이 아니라 저쪽 의회의 대중국 압박 논리 안에서 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 한화오션이 공고문을 붙인 날, 3,500억 달러의 목적지가 이 땅 밖에서 결정되는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동자는 자기 성과급 기준을 자기 밖에서 확인해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지붕 위의 여섯 명이 연 문은 회사의 게시판에 붙었지만, 그 문이 놓인 건물 전체의 도면은 아직 이 땅에서 그려지지 않고 있다. 조건을 지우게 만든 힘이 조직되면, 조건을 쓰는 자리에 노동자가 앉을 수 있다.
같은 구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결렬이 더 깊어졌다. 10월 1일 세 번째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되자 노조는 다음 날부터 초과근무와 휴일근무를 전면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들어갔고, 10월 26일부터 3주간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은 쟁점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배분 기준, 인사 제도 참여다. 사측은 6.2퍼센트를, 노조는 15퍼센트 수준을 지킨다. 이 사업장의 노동자는 4월에 부분파업을, 5월에 전면파업을 했고, 그 뒤로는 연장과 휴일근무를 거부하며 반년을 버텼다. 조정 테이블에 세 번 앉았다가 세 번 물러났다. 조선소에서 원청이 교섭 상대의 자격을 골랐다면, 여기서는 자본이 무엇을 내줄지의 범위와 국가가 무엇을 교섭 안건으로 인정할지의 경계가 쟁점이다. 두 사업장의 형태는 같다. 노동자가 자기 임금과 자기 노동조건의 크기를 자기 밖에서 통보받는 구조를, 한쪽은 게시판 공고로 한 단계 밀어냈고 다른 쪽은 아직 밀어내지 못했다.
국가기구 쪽에서는 78년 묵은 검찰청이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열렸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대개편이지만, 출범 시점에 법무부 장관과 공소청장과 중수청장과 경찰청장이 전부 공석이었다. 검찰이 쥐고 있던 미제사건 16만 5천 건이 이관됐고, 전산망과 인선은 끝나지 않았다. 10월 1일 일기에 새 수사기구의 수장 자리가 비어 있다고 적었는데, 그 자리는 개청 다음 날에도 그대로 비어 있다. 앞서 이 개편을 복지부동으로 밀어붙인 경찰청장이 물러난 자리도 마찬가지다. 권력 공백의 이유가 다르다는 점은 기록해 둘 만하다. 한 자리는 아래에서 밀려 비었고, 다른 자리는 위에서 아무도 서두르지 않아 비어 있다. 자본을 다루는 국가기구가 개편될 때 그 초기 관행을 어떤 힘이 먼저 새기는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그 미정의 공간을 채우는 것은 법 조문이 아니라, 그 기구에 무엇을 요구할 조직화된 힘이 있는지 여부다.
미국에서는 노동자를 규율하는 도구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 같은 주에 쏟아졌다. 캘리포니아주는 AI 노동보호법 묶음에 서명했다. 인간의 감독과 교차 검증 없이 AI로 징계하거나 해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AI로 인한 해고 정보를 제공하게 하고, 화장실 안에서의 AI 감시와 감정 추론과 신경데이터 수집형 감시를 금지하는 법안들이다. 캘리포니아 노동연맹과 팀스터스가 제조업 로비와 상공회의소의 자금 공세를 밀어낸 결과다. 그러나 같은 주지사가 병원 안에서 안전하지 않은 AI 사용에 이의를 제기한 간호사 보호 법안과, 공공 고용주가 AI를 도입하기 전에 노조에 45일 전 사전통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동자가 자기 작업장의 자동화에 발언할 권리를 인정한 것까지가 서명이고, 그 발언을 미리 보장하는 것은 거부다. 여기에 백악관에서는 트럼프와 주요 AI 기업 경영진이 초지능 협약에 서명하며 스스로 내부 통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속력 없는 자발적 약속이다. 기업이 자기 기술의 규율을 스스로 정하겠다는 형식은, 그 기술이 노동자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기업에 남겨 두는 형식이기도 하다. 법이 규율하는 것은 감시의 방식이고 법이 규율하지 않는 것은 감시의 소유다.
우리 자본의 목적지에 대해서는 사실이 한 겹 더 벗겨졌다. 트럼프는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발표 자리에서 한국이 관세를 15퍼센트로 낮추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그 자금의 일부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협상의 언어가 아니라 대차대조표의 언어다. 판단의 근거는 이 발표를 누가 자기 선거 자산으로 계산하는가, 이 문장을 누가 자기 언어로 말하는가다. 미국 의회의 중국특위는 한국을 중국에 기우는 위험으로 규정하는 서한을 국무부에 보내면서, 한국이 중국 플랫폼에 대해서는 네 달 동안 현장 수색조차 하지 않은 반면 쿠팡에는 11개 규제기관이 4억 달러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대조했다. 이 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이 땅의 규제 판단이 아니라 저쪽 의회의 대중국 압박 논리 안에서 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 한화오션이 공고문을 붙인 날, 3,500억 달러의 목적지가 이 땅 밖에서 결정되는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동자는 자기 성과급 기준을 자기 밖에서 확인해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지붕 위의 여섯 명이 연 문은 회사의 게시판에 붙었지만, 그 문이 놓인 건물 전체의 도면은 아직 이 땅에서 그려지지 않고 있다. 조건을 지우게 만든 힘이 조직되면, 조건을 쓰는 자리에 노동자가 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