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를 옮기는 손
10월 1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나온 문장 하나가 이 기간의 성격을 규정한다. 대변인은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자리를 보라. 하루 전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워싱턴의 싱크탱크 연단에서 "여건이 변했고 우리가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조건이 충족됐다고 보는 것과 미국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정면으로 부딪혔다.
문제는 이 다툼의 문법이다. 2015년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환계획은 연합방위 주도 능력, 북한 핵·미사일 초기 대응 능력, 안정적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환경이라는 세 조건을 제시했다. 브런슨이 건드린 것은 이 조건들의 충족 여부가 아니라 조건 자체의 내용이다. "새 기준"이라는 말은 정량 평가가 모자라다는 뜻이 아니다. 평가의 잣대를 누가 정하는가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선언이다. 골대를 옮기겠다는 쪽은 골키퍼이고, 옮기지 말라고 요구하는 쪽은 공을 차려는 쪽이다. "골대를 옮긴다면 영원히 못 한다"는 문장은 상대가 규칙을 정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문장이다. 전환의 시점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기준을 정하는 권한을 다투고 있는데, 그 권한은 이미 상대의 손에 있다.
이 다툼이 실제로 어디에 착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통상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리던 한미안보협의회의가 12월로 밀렸다. 표면적 이유는 한국 국방장관 교체와 미국 중간선거다. FOC 검증을 올해 SCM에서 완료해 양국 통수권자에게 목표연도를 건의한다는 구상이 일정 자체와 함께 늦춰진 것이다. 그리고 16일,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인 여당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12월 SCM에서 시기를 못 박으라고 요구했다. "언제까지 질질 끌려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합의가 안 되면 목표 시점을 먼저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조건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정치적 결단"으로 답하자는 것이다. 다만 결단은 조건 안에서의 결단이다. 조건을 정하는 자리를 되찾자는 요구가 아니라, 상대가 정한 조건을 더 빨리 통과하자는 요구다. 종속적 지위에 있는 자는 자기 종속의 조건을 스스로 바꾸지 못한다. 값을 부르는 자리에 앉지 못한 상태에서 자주화를 구호로 부르는 동안, 그 구호가 걸리는 사슬의 한쪽 끝은 여전히 워싱턴에 매여 있다.
같은 시간 거제에서는 다른 성격의 다툼이 테이블 위에서 진행됐다. 15일 오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안전교육장에서 하청지회와 원청의 2차 본교섭이 열렸고, 지회는 36개 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설명했다. 사측은 내부 검토 후 차기 교섭에서 의견을 주기로 했고, 3차 교섭은 22일로 잡혔다. 지회가 6대 핵심 요구를 중심으로 교섭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날 나왔다. 고용과 노동조건 승계, 차별 없는 성과금 지급, 정규직의 80퍼센트 수준 임금·복지 보장, 상용직 전환, 노조활동 보장, 노동안전 활동 보장이다. 지난 구간에 하청 노동자가 크레인 위에서 시간을 태운 끝에 얻어낸 자리가 이 교섭장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다툼의 대상은 임금 액수가 아니다. 누가 배분의 기준을 정하는가다. 회사는 성과급을 교섭이 아니라 일방 발표로 먼저 지급해 왔고, 노동자는 그 지급을 교섭으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 기준을 정하는 권한을 누가 쥐는가 — 원청 사용자성이라는 법적 형식으로 포장된 이 물음은, 요약하면 배분의 규칙을 정하는 자리에 노동자가 앉을 수 있는가다.
값과 조건을 부르는 자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 사이의 비대칭. 알래스카 LNG의 액수를 트럼프가 부르고 한국 정부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반복하는 것도, 전환 조건을 브런슨이 다시 정의하고 국방부가 골대를 옮기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성과급 기준을 회사가 먼저 관철하고 노동자가 교섭으로 되돌리려는 것도, 전부 "누가 규칙을 쓰는가"의 문제다. 16일 이재명 정부는 출범 500일을 맞았다.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를 말하고, 그 정부의 특별보좌관은 파병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브런슨은 조건을 다시 쓰고, 하청 노동자는 22일 교섭을 준비한다. 규칙을 쓰는 손에 누가 자기 손을 얹을 수 있는가.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서 그 손을 얹으려는 유일하게 조직된 힘은, 교섭 테이블과 거리와 크레인 위에 서 있는 노동자 쪽이다.
문제는 이 다툼의 문법이다. 2015년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환계획은 연합방위 주도 능력, 북한 핵·미사일 초기 대응 능력, 안정적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환경이라는 세 조건을 제시했다. 브런슨이 건드린 것은 이 조건들의 충족 여부가 아니라 조건 자체의 내용이다. "새 기준"이라는 말은 정량 평가가 모자라다는 뜻이 아니다. 평가의 잣대를 누가 정하는가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선언이다. 골대를 옮기겠다는 쪽은 골키퍼이고, 옮기지 말라고 요구하는 쪽은 공을 차려는 쪽이다. "골대를 옮긴다면 영원히 못 한다"는 문장은 상대가 규칙을 정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문장이다. 전환의 시점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기준을 정하는 권한을 다투고 있는데, 그 권한은 이미 상대의 손에 있다.
이 다툼이 실제로 어디에 착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통상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리던 한미안보협의회의가 12월로 밀렸다. 표면적 이유는 한국 국방장관 교체와 미국 중간선거다. FOC 검증을 올해 SCM에서 완료해 양국 통수권자에게 목표연도를 건의한다는 구상이 일정 자체와 함께 늦춰진 것이다. 그리고 16일,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인 여당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12월 SCM에서 시기를 못 박으라고 요구했다. "언제까지 질질 끌려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합의가 안 되면 목표 시점을 먼저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조건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정치적 결단"으로 답하자는 것이다. 다만 결단은 조건 안에서의 결단이다. 조건을 정하는 자리를 되찾자는 요구가 아니라, 상대가 정한 조건을 더 빨리 통과하자는 요구다. 종속적 지위에 있는 자는 자기 종속의 조건을 스스로 바꾸지 못한다. 값을 부르는 자리에 앉지 못한 상태에서 자주화를 구호로 부르는 동안, 그 구호가 걸리는 사슬의 한쪽 끝은 여전히 워싱턴에 매여 있다.
같은 시간 거제에서는 다른 성격의 다툼이 테이블 위에서 진행됐다. 15일 오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안전교육장에서 하청지회와 원청의 2차 본교섭이 열렸고, 지회는 36개 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설명했다. 사측은 내부 검토 후 차기 교섭에서 의견을 주기로 했고, 3차 교섭은 22일로 잡혔다. 지회가 6대 핵심 요구를 중심으로 교섭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날 나왔다. 고용과 노동조건 승계, 차별 없는 성과금 지급, 정규직의 80퍼센트 수준 임금·복지 보장, 상용직 전환, 노조활동 보장, 노동안전 활동 보장이다. 지난 구간에 하청 노동자가 크레인 위에서 시간을 태운 끝에 얻어낸 자리가 이 교섭장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다툼의 대상은 임금 액수가 아니다. 누가 배분의 기준을 정하는가다. 회사는 성과급을 교섭이 아니라 일방 발표로 먼저 지급해 왔고, 노동자는 그 지급을 교섭으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 기준을 정하는 권한을 누가 쥐는가 — 원청 사용자성이라는 법적 형식으로 포장된 이 물음은, 요약하면 배분의 규칙을 정하는 자리에 노동자가 앉을 수 있는가다.
값과 조건을 부르는 자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 사이의 비대칭. 알래스카 LNG의 액수를 트럼프가 부르고 한국 정부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반복하는 것도, 전환 조건을 브런슨이 다시 정의하고 국방부가 골대를 옮기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성과급 기준을 회사가 먼저 관철하고 노동자가 교섭으로 되돌리려는 것도, 전부 "누가 규칙을 쓰는가"의 문제다. 16일 이재명 정부는 출범 500일을 맞았다.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를 말하고, 그 정부의 특별보좌관은 파병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브런슨은 조건을 다시 쓰고, 하청 노동자는 22일 교섭을 준비한다. 규칙을 쓰는 손에 누가 자기 손을 얹을 수 있는가.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서 그 손을 얹으려는 유일하게 조직된 힘은, 교섭 테이블과 거리와 크레인 위에 서 있는 노동자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