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에서 빠진 이름

10월 26일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선 5기 임원 선거 후보자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호 1번 엄길용·이승현·박옥주(전국결집), 기호 2번 양경수·정재범·엄미경(전국회의), 기호 3번 김민영·문화현·안지섭(사람과세상), 기호 4번 최준식·최희선·황우찬(평등의 길). 조합원 약 97만 7000명이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투표하고, 과반이 없으면 결선이다. 새 임기는 2027년 1월 1일 시작이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두 개다. 사회적 교섭 참여 문제, 그리고 양경수 집행부 6년에 대한 평가다. 각 후보의 답이 이렇게 갈린다. 양경수는 당선 즉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교섭 방침을 정하겠다고 한다. 엄길용은 사회적 대화보다 투쟁 역량과 산업전환 전략이 먼저라고 하고, 김민영은 경사노위 참여 거부와 민주노총당 창당·2028년 총선 진출을 내걸었다. 최준식은 교섭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조합원 동의와 산별노조 중심 운영을 앞세운다. 10월 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방침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표결 없이 유회된 것이 이 구도의 출발점이다. 네 후보조 가운데 셋이 현 집행부의 노선과 운영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내가 이 목록을 오래 들여다보는 이유는 후보들의 이름이 아니라 목록에서 빠진 이름 때문이다. 10월 20일 박상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초광역특구법, 곧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260여 개 조항, 320여 개의 규제 면제·완화 카드가 들어 있다. 그 가운데 제132조부터 134조가 노동특례다. 연구개발 및 상위 3퍼센트 고소득 전문직에 주 52시간 상한과 연장·야간·휴일수당 적용을 제외하고 근로시간 기록 의무까지 없애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조항,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조항. 노동계 분석으로는 정산기간 6개월 아래에서 최대 16주 연속 주 80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현행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 인정 기준이 주 평균 60시간 초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조항이 무엇을 합법화하는지 분명해진다.

10월 27일 국회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농,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134개 단체가 모인 메가규탄행동이 법안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같은 날 지역에서도 70여 개 단체가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선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과로사를 입증하기조차 어렵게 만들려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사회적 대화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순서를 보라. 고용노동부는 노사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실무협의체 차원에서 다섯 차례 진행했고 도입 여부나 방식을 미리 정해놓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즉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320개 규제 카드와 노동특례 조항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 들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주에 노동특례를 뺀 최기상 의원안을 함께 발의해 두 안을 병합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한쪽 손으로 대화를 열고 다른 손으로 법안을 내밀면, 협상 테이블의 안건은 이미 상대가 정해 놓은 것이 된다.

이 국면에서 내 판단은 이렇다. 민주노총 선거의 쟁점이 '교섭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로 좁혀진 구도 자체가 문제다. 법안이 먼저 오고 교섭이 나중에 오는 순서에서, 교섭 참여는 요구를 관철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미 진행된 입법을 사후에 추인하는 절차가 되기 쉽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교섭 참여 여부에 대한 답이 아니라 입법 저지의 실천력이다. 134개 단체가 한 목소리로 백지화를 외치는 동안, 정작 그 단체들의 구성원을 대표하는 조직의 선거에서는 그 법안의 이름이 쟁점 목록에 오르지 않는다. 김민영 후보가 "전략 없이 노사정 대화를 추진하다 초광역특구법 발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은 이 지점에서 정확하다. 문제는 그 비판이 특정 후보의 공격 수사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과제로 번역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선거에서 내가 후보들에게 던질 질문은 하나다. 당선되면 초광역특구법에 무엇으로 답하는가. 대의원대회를 언제 열겠다는 일정표가 아니라, 320개 규제 카드 가운데 어느 조항을 어떤 힘으로 걷어낼 것인가. 교섭 테이블 위에 이미 올려진 안건을 되돌릴 실천이 있는가. 재벌 개혁도 대외 종속 문제도 이번 선거의 쟁점 목록에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물어야 할 자리에서 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선거는 11월 2일과 12일 두 차례 합동토론회를 거쳐 19일 투표로 간다. 토론회에서 노동시간과 기간제 사용기간이 의제로 올라오는지, 아니면 교섭 참여 여부만 남는지가 이 선거의 성격을 정할 것이다. 조합원 97만 명이 판단할 것은 어느 정파가 이기는가가 아니라, 법안이 먼저 오는 시대에 노동조합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