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계급과 정체성인가 — 계급과 정체성 1회차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29
1. 계급 정치의 귀환과 정체성 정치의 도전
2025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20대 이하 남성의 37.2%가 이준석, 36.9%가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했다. 둘을 합치면 74.1% — 청년 남성의 4분의 3이 보수 진영을 선택한 것이다. 같은 선거에서 청년 여성의 진보 진영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성별에 따라 지지 정당이 정반대로 갈리는 현상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구조적 특징이 되었다.
한국 진보 진영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오래된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계급 정치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체성 정치는 진보 진영을 분열시켰고, 진짜 문제는 노동·주거·불평등이라는 계급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쪽에서는 "구조적 차별을 외면하는 계급 정치"는 청년 여성과 소수자를 배제하는 구실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이 시리즈는 이 이분법 자체를 문제 삼는다. 계급과 정체성은 적대적 대립항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어떻게 젠더·세대·민족이라는 정체성의 균열선을 생산·재생산·강화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계급을 "정체성의 하나"로 환원하지도 않고, 정체성을 "계급의 부차적 현상"으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2026년 한국에서, 계급은 어떻게 정체성의 형태로 체험되고 있는가?
2. 엥겔스의 유산: 여성억압은 어떻게 계급사회의 산물인가
이 논의의 고전적 출발점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1884)이다. 엥겔스는 모건의 고대사회 연구를 유물론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여성에 대한 억압이 "자연적"이거나 "태곳적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사유재산과 계급의 발생과 함께 출현했다는 논증을 제시한다.
엥겔스의 논증 구조는 세 겹이다. 첫째, 초기 공동체에서 성별 분업은 위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였다. 모계 사회에서 여성은 생산과 재생산 모두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다. 둘째, 사유재산의 발생과 함께 남성이 축적된 재산을 자신의 생물학적 자식에게 상속하려는 욕구가 발생했고, 이를 위해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일부일처제)가 제도화되었다. 셋째, 이 통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국가이며, 핵가족은 사유재산 상속의 가장 효율적인 단위로서 자리 잡았다. 엥겔스의 유명한 정식: "가족 안에서 남편은 부르주아이며 아내는 프롤레타리아트이다."
이 통찰은 1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2026년 한국에서 젠더 갈등을 "남성 대 여성"의 문화 전쟁으로만 읽는 것은, 자산 가격 폭등·노동시장 이중구조·돌봄의 사적 부담이라는 물질적 토대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러나 엥겔스의 분석을 그대로 2026년에 적용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세 가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1) 엥겔스는 여성억압을 계급사회의 파생물로만 보았기에, 계급을 초월한 가부장제의 자율적 작동을 과소평가했다; (2) 자본주의 이후에도 존속하는 성별 분업과 여성에 대한 폭력의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한다; (3) 노동계급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이해관계 차이를 계급적 연대라는 당위로 봉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시리즈는 엥겔스의 통찰에서 출발하되, 이 비판들을 수용하여 더 정교한 분석틀을 구축할 것이다.
3. 2026년 한국: 숫자가 말해주는 것
젠더 갈등의 현 주소
한국리서치의 2026 젠더인식조사(N=1,000, 2026.2.27~3.3)에 따르면:
-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 61%. 2025년 57%에서 4%p 반등했다. 2021년 이후 6년 연속 과반이다.
- 향후 전망: "악화될 것" 20%, "현상 유지" 58%.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연령별 격차: 18~29세에서 가장 높은 심각성 인식(79%). 30대 73%. 세대가 낮을수록 갈등 체감이 높다.
- 성별 격차: 18~29세 여성의 89%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동년배 남성은 69%. 20%p 격차는 단순한 인식 차이가 아니라 체험된 현실의 차이를 반영한다.
피해 인식의 비대칭
- "남녀 모두 비슷하게 피해를 본다" 49% / "여성이 더 피해" 22% / "남성이 더 피해" 19%.
- 18~29세 여성: "여성이 더 피해" 48%. 동년배 남성 중 같은 응답은 한 자릿수에 가깝다.
- 20·30대 남성은 "모두 비슷하게 피해"라는 보편적 틀 짓기를 선호한다. 이는 자신의 불이익을 "구조적 성차별"보다 "모두가 힘든 시대"의 일부로 해석하게 하는 인식론적 프레임이다.
'남성 차별' 담론의 확장
시사IN 2025년 조사(천관율)에 따르면 "남성이 차별받는다"는 인식이 2019년 42%에서 2025년 51%로 상승했다. 이는 더 이상 20대 남성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성세대를 포함한 전체 남성 응답자의 과반이 남성 차별을 체감한다.
주목할 점은 학교 영역에서의 반전이다. 한국리서치 2026 조사에서, 조사 이래 처음으로 학교에서 "남성차별이 심각하다"(23%)와 "여성차별이 심각하다"(22%)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병역 의무·교육 경쟁에서의 남성 불리함 주장이 제도 교육의 영역에서 가시적인 인식 전환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2025 대선과 세대·성별 균열
20대 이하 남성: 이준석 37.2% + 김문수 36.9% = 74.1% 보수 / 이재명 24.0%. 20대 이하 여성: 이재명이 과반 이상 득표(정확한 수치는 출구조사 범주에 따라 분할 필요).
이 구조는 "청년의 보수화"라는 단순한 서사로 환원될 수 없다. 성별을 분리하면 청년 남성은 보수화되었지만 청년 여성은 그렇지 않다. 이 균열선은 계급·교육·지역의 변수와 교차하며 더 복잡한 지형을 형성한다.
4. 천관율의 분석틀: 구조적 차별론 대 상호 유불리론
천관율은 이 균열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두 가지 축을 제시했다:
- 구조적 차별론: 여성은 역사적·제도적으로 구조적 차별을 받아왔으며, 현재의 불평등은 이 역사적 불리의 누적 결과다. 젠더 갈등은 이 구조의 정당한 문제 제기다.
- 상호 유불리론: 현대 한국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각자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유·불리를 경험한다. 남성은 병역·산업재해·낮은 기대수명에서, 여성은 임금 격차·경력 단절·정치적 과소대표에서 불리하다. 갈등은 상호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한국 사회의 지배 담론은 점차 구조적 차별론에서 상호 유불리론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시사IN의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이동은 단순히 "반페미니즘 백래시"로만 설명할 수 없다. 상호 유불리론은 노동시장 유연화·주거 불안·청년 빈곤이라는 물질적 조건 속에서 "모두가 불리하다"는 인식과 정합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호 유불리론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것은 불리의 분배 문제로 시야를 좁힘으로써, 불리 자체를 생산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분석 시야 밖으로 밀어낸다. 시리즈 후반부에서 우리가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할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5. 이 시리즈의 로드맵
계급과 정체성 시리즈는 총 5회차로 구성된다:
| 회차 | 주제 | 핵심 질문 |
|---|---|---|
| 1회차 | 왜 지금 계급과 정체성인가 | 문제 설정·데이터·분석틀 소개 |
| 2회차 |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의 만남 | 엥겔스에서 실비아 페데리치까지 — 재생산 노동 논쟁의 역사 |
| 3회차 | 2026년 한국의 젠더 균열 | 노동시장·주거·돌봄에서 나타나는 성별 불평등의 물질적 기초 |
| 4회차 | 청년 남성 보수화의 정치경제학 | '이대남' 현상을 계급의 관점에서 재구성 |
| 5회차 | 계급 정치의 재구성 | 계급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젠더·세대 균열을 재배치하는 정치 전략 |
6. 방법론적 원칙
이 시리즈는 세 가지 방법론적 원칙을 따른다:
- 자료 우선: 추상적 이론 논쟁보다 구체적인 통계·연구·현장 보고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 이론의 도구화: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정답이 아니라 현실을 절단하는 분석 도구다. 현실과 충돌할 때 이론을 수정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 연대의 가능성 탐색: 비판은 파괴를 위한 파괴가 아니라 더 나은 연대의 조건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 시리즈의 궁극적 목표는 계급 정치를 젠더·세대·민족적 균열 위에서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 한국리서치, 「2026 젠더인식조사」 (2026.2.27~3.3, N=1,000). https://hrcopinion.co.kr/archives/35956
- 한국경제TV, "젠더갈등 심각 61%로 반등, 양성평등 수준 비관층 44%로 가장 많아" (2026.4.29). https://news.nate.com/view/20260429n06838
- 시사IN·천관율, 「한국 사회 남성 차별 인식 변화: 2019-2025」.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074
- 경향신문·신경아, "청년 남성의 보수화?" (2025.6.8).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082103025
- 금속노조, "20대 남성은 보수화되었는가?" http://www.metalunion.re.kr/bbs/board.php?bo_table=B04&wr_id=216
- Friedrich Engels, The Origin of the Family, Private Property and the State (1884). Marx and Engels, Selected Works, Vol. II.
- V.I. Lenin, The State and Revolution (1918), Marx and Engels, Selected Works, Vol. II.
- 마르크스주의 여성주의,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