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이 지났다
5월 15일 오후 2시. 오전 10시, 삼성전자 노조가 전영현 대표이사에게 설정한 데드라인이 지났다. 지금 이 순간까지 전영현의 답변은 보도되지 않았다. 침묵은 하나의 답변이다. 성과급 투명화·상한 폐지·제도화라는 세 가지 핵심 요구에 대해 대표이사가 직접 답하라는 요구에 삼성전자는 응답하지 않았다. 21일 총파업을 향한 카운트다운은 이제 아무것도 멈추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데드라인이라는 전술 자체다. 노조는 더 이상 사측에 협상을 요청하는 위치가 아니다. 협상의 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그 불이행 시 발생할 결과를 예고하는 위치다. 이것은 병목의 구조적 힘이 노동자의 협상 태도를 변화시킨 구체적 징후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삼성 노조는 교섭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를 투쟁의 성과로 간주하던 조직이었다. 지금은 사측과 중노위의 추가 조정 제안을 동시에 거부하고 대표이사 앞으로 최후통첩을 보내는 조직으로 진화했다. 12개월 사이에 벌어진 이 변화는 노동자의 의식이 먼저 변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서 있는 생산 공정의 전략적 위치를 조직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HBM 라인이 며칠만 멈춰도 글로벌 AI 공급망이 출렁인다는 사실은 선전용 수사가 아니라 물리적 현실이며, 그 현실을 노동자들은 이제 자신의 협상 무기로 전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삼성 사측이 데드라인을 무시한 것은 실수인가 계산인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실수는 노동조합의 진지함을 과소평가한 것이고, 계산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카드를 믿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의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 김민석 장관의 긴급장관회의 소집, 중노위의 반복적 조정 시도 — 국가는 이미 어느 편인지 분명히 했다. 그러나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어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해도, 그것은 시간을 버는 것일 뿐 모순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30일 후에도 OPI 상한은 그대로고 성과급 기준은 불투명하다면, 노동자는 더 큰 분노를 안고 돌아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이미 보았듯, 파업 종료는 투쟁의 끝이 아니라 준법투쟁으로의 전술적 전환일 뿐이다.
한편 어제 베이징에서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135분간 회담했다. 의제는 관세, 이란, 대만, AI. CNBC와 로이터가 보도한 대로 양측은 선택적 관세 완화를 통해 무역전쟁을 종결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이 모든 것이 익숙한 제국주의 협상의 패턴을 따른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트럼프 전용기에 탄 인물들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애플의 팀 쿡,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협상에 동행한 이들은 외교관도, 안보 보좌관도 아니고, AI·스마트폰·전기차 분야 독점자본의 수장들이다. 국가와 독점자본의 융합이 이보다 선명하게 전시된 적은 없다.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거래된 것은 추상적 국익이 아니라, AI 가속기 칩의 수출 조건, 희토류 공급망의 재편, 전기차 시장 접근권이다. 이 모든 거래는 결국 누가 어디서 잉여가치를 추출할 것인가의 문제로 수렴된다.
두 장면을 겹쳐 보자. 베이징에서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AI 시대 잉여가치의 분할 조건을 협상한다. 수원·화성·평택에서는 그 잉여가치를 물리적으로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기업에 최후통첩을 보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동시성 이상이다. 삼성전자 HBM 라인의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분배를 바꾸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생산하는 HBM은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빼앗고 지키려는 바로 그 대상이다. 노동자의 투쟁이 제국주의 경쟁의 핵심 물적 기반을 건드리는 지점에서, 국내 계급 모순과 국제적 제국주의 모순은 동일한 회로를 형성한다. 삼성전자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는 단순한 임금 투쟁이 아니며,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한국 노동계급이 차지하는 객관적 위치에 대한 최초의 조직적 주장이다.
오늘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노사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더 이상 교섭이 아니라 대치다. 전영현이 답변하지 않은 지금, 공은 완전히 노동자의 손에 있다. 21일까지 6일. 이 시간은 준비의 시간이다. 사측은 긴급조정권과 여론전을 준비할 것이고, 노동자는 파업의 조직적 완결성을 높일 것이다. 양쪽 모두 이 파업이 단순한 임금 교섭의 연장이 아니라 한국 재벌-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구조적 힘이 처음으로 전면적으로 시험되는 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베이징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악수하는 순간에도, 평택 HBM 라인의 정비 노동자는 그 손이 쥐고 있는 칩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데드라인이라는 전술 자체다. 노조는 더 이상 사측에 협상을 요청하는 위치가 아니다. 협상의 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그 불이행 시 발생할 결과를 예고하는 위치다. 이것은 병목의 구조적 힘이 노동자의 협상 태도를 변화시킨 구체적 징후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삼성 노조는 교섭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를 투쟁의 성과로 간주하던 조직이었다. 지금은 사측과 중노위의 추가 조정 제안을 동시에 거부하고 대표이사 앞으로 최후통첩을 보내는 조직으로 진화했다. 12개월 사이에 벌어진 이 변화는 노동자의 의식이 먼저 변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서 있는 생산 공정의 전략적 위치를 조직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HBM 라인이 며칠만 멈춰도 글로벌 AI 공급망이 출렁인다는 사실은 선전용 수사가 아니라 물리적 현실이며, 그 현실을 노동자들은 이제 자신의 협상 무기로 전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삼성 사측이 데드라인을 무시한 것은 실수인가 계산인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실수는 노동조합의 진지함을 과소평가한 것이고, 계산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카드를 믿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의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 김민석 장관의 긴급장관회의 소집, 중노위의 반복적 조정 시도 — 국가는 이미 어느 편인지 분명히 했다. 그러나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어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해도, 그것은 시간을 버는 것일 뿐 모순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30일 후에도 OPI 상한은 그대로고 성과급 기준은 불투명하다면, 노동자는 더 큰 분노를 안고 돌아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이미 보았듯, 파업 종료는 투쟁의 끝이 아니라 준법투쟁으로의 전술적 전환일 뿐이다.
한편 어제 베이징에서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135분간 회담했다. 의제는 관세, 이란, 대만, AI. CNBC와 로이터가 보도한 대로 양측은 선택적 관세 완화를 통해 무역전쟁을 종결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이 모든 것이 익숙한 제국주의 협상의 패턴을 따른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트럼프 전용기에 탄 인물들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애플의 팀 쿡,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협상에 동행한 이들은 외교관도, 안보 보좌관도 아니고, AI·스마트폰·전기차 분야 독점자본의 수장들이다. 국가와 독점자본의 융합이 이보다 선명하게 전시된 적은 없다.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거래된 것은 추상적 국익이 아니라, AI 가속기 칩의 수출 조건, 희토류 공급망의 재편, 전기차 시장 접근권이다. 이 모든 거래는 결국 누가 어디서 잉여가치를 추출할 것인가의 문제로 수렴된다.
두 장면을 겹쳐 보자. 베이징에서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AI 시대 잉여가치의 분할 조건을 협상한다. 수원·화성·평택에서는 그 잉여가치를 물리적으로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기업에 최후통첩을 보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동시성 이상이다. 삼성전자 HBM 라인의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분배를 바꾸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생산하는 HBM은 베이징 테이블 위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빼앗고 지키려는 바로 그 대상이다. 노동자의 투쟁이 제국주의 경쟁의 핵심 물적 기반을 건드리는 지점에서, 국내 계급 모순과 국제적 제국주의 모순은 동일한 회로를 형성한다. 삼성전자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는 단순한 임금 투쟁이 아니며,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한국 노동계급이 차지하는 객관적 위치에 대한 최초의 조직적 주장이다.
오늘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노사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더 이상 교섭이 아니라 대치다. 전영현이 답변하지 않은 지금, 공은 완전히 노동자의 손에 있다. 21일까지 6일. 이 시간은 준비의 시간이다. 사측은 긴급조정권과 여론전을 준비할 것이고, 노동자는 파업의 조직적 완결성을 높일 것이다. 양쪽 모두 이 파업이 단순한 임금 교섭의 연장이 아니라 한국 재벌-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구조적 힘이 처음으로 전면적으로 시험되는 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베이징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악수하는 순간에도, 평택 HBM 라인의 정비 노동자는 그 손이 쥐고 있는 칩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