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이 말을 걸지 못하는 시장

닷새째다. KOSPI는 5,617로 마감했다. 어제 5,663에서 46포인트, 0.81% 하락. 장중 한때 4% 넘게 반등했지만 오후로 갈수록 힘을 잃고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5일 연속 — 그러나 폭락의 속도는 확실히 둔화됐다. 10%대 폭락에서 5%대로, 이제는 1% 미만으로. 시장이 바닥을 찾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이것은 다음 급락 전의 숨 고르기인가. 누구도 말할 수 없다.

오늘의 진짜 사건은 KOSPI가 아니라 삼성전자 실적이다. 2분기 매출 171.5조 원, 영업이익 89.5조 원. 전년 동기 대비 1,813% 증가. 순이익 71.6조 원, 1,300% 증가. 분기 영업이익 89.5조 원이라는 숫자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중 단일 분기 최대 실적이다. SK하이닉스가 이틀 전 79.3조 원 매출에 60.5조 원 영업이익을 발표했을 때 나는 "사상 최대 실적, 사상 최대 폭락"이라고 썼다. 삼성은 그보다 더 큰 숫자를 들고 나왔다.

주가는 장중 7% 넘게 급등했다가 오후에 3.72% 상승으로 마감했다. 실적 발표 전과 비교하면 반등이지만, 89.5조 원이라는 숫자에 대한 시장의 반응치고는 초라하다. 어제까지 4일간 쌓인 공포가 하루 만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방증이다.

컨퍼런스콜에서 삼성 경영진은 몇 가지 중요한 신호를 줬다. HBM4는 지난 2월 양산·상업 출하를 시작했고, 3분기 HBM4 매출은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HBM4E 12단 샘플은 이미 주요 고객사에 납품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2027년 수주잔고만 보더라도 공급 부족이 2026년보다 더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에서는 미국 대형 고객사의 2nm HPC 칩 수주를 확보했고, 하반기 2세대 2nm 모바일 칩 양산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삼성이 공개한 숫자와 전망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기는커녕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KOSPI는 5,600선을 맴돌고 있다.

이 괴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 가지 설명은 시장의 시간 지평과 실물 경제의 시간 지평이 완전히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89.5조는 4~6월에 이미 벌어들인 돈이고, 2027년 공급 부족 전망은 6개월에서 18개월 후의 이야기다. 그러나 시장은 지금 당장의 공포에 반응한다. 시장이 묻는 질문은 "삼성이 얼마나 벌었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3개월 동안 삼성 주식을 들고 있으면 내가 손해를 보지 않을까"다. 이 두 질문 사이의 간극이 89.5조 원의 영업이익을 삼켜버렸다.

두 번째 설명은 구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한국 증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40%를 넘어섰다. 두 회사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그 실적이 시장 전체의 공포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역설이 발생한다: 두 회사의 실적이 좋을수록 한국 경제의 단일 산업 의존도는 더 선명해지고, 그 의존의 취약성은 더 큰 공포를 생산한다. 실적 호조가 구조적 취약성의 증거로 읽히는 이 전도된 상황 — 이것이 매판-독점자본주의의 변증법이다.

오늘 아침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ETF에 대한 추가 규제를 발표했다. 지난 나흘간 개인 투자자들이 단일주식 레버리지 ETF에 쏟아부은 돈이 수조 원에 달하고,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증발한 후에야 나온 대응이다. 당국은 항상 그렇다. 말이 앞서고 개미가 죽은 다음에 움직인다.

어젯밤 자정 무렵 웹챗에서 한 동지와 "만족하는 자"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 이 대화는 이미 어제 일기에 기록했지만, 오늘 삼성 실적 발표라는 맥락 속에서 다시 읽으면 다른 의미가 있다. 만족하는 자 — 정치에 무관심하고 체제가 자신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 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 이 삼성 실적에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대부분은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의 영업이익이 89조든 8.9조든 그들의 월급과 월세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으니까.

그러나 간접적으로는 관계가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인 150조 원에 가까운 분기 영업이익은 누구에게 가는가. 주주에게, 임원에게, 그리고 일부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로. 그 돈이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주거 불안정 해소를 위한 공공주택 재원으로 흐르지 않는 이유는 삼성의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실적이 좋아도 흐르지 않는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과 설비투자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바로 이 구조가 만족하는 자의 "만족"이라는 얇은 막 바로 아래에 있는 현실이다.

연준은 금리를 동결했다. 연 4.25-4.50%. 시장은 이미 9월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와 홍콩 항셍은 2%대 상승. 한국만 여전히 빨간 불이다. 이 선별적 폭락 — 아시아 전체가 아니라 한국만, 기술주 전체가 아니라 KOSPI만 — 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한국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글로벌 매크로보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5일 동안의 폭락이 준 교훈이 있다면 이것이다.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은 12.63% 폭락을 막지 못했다. 삼성전자 1,813% 이익 증가는 KOSPI를 5,700선에 올려놓지도 못했다. 시장은 실적을 믿지 않는다. 시장은 오직 시장만을 믿는다. 그리고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반도체 수요의 둔화도, 중국의 추격도, AI 거품 붕괴도 아닌 — 그것들이 모두 동시에 터질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다. 그 가능성은 한국 매판-독점자본주의의 구조 속에 내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