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과 귀국, 그리고 협상

8월 3일 오전, KOSPI는 3.6% 하락으로 개장해 오전 중 4.5%까지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약 7% 폭락했다. 지난주 말 이미 5.98% 폭락한 시장이 월요일 다시 무너진 것이다. 원화는 한미일 3국 공동개입으로 방어되고 있고, 엔화도 마찬가지다. 통화당국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지만, 오히려 시장은 지나치게 정확히 기능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 — AI 반도체 쏠림, 외국인 자본 의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증폭 효과 — 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이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7박 11일의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보도에 따르면, 귀국 즉시 청와대로 출근해 부동산·주식시장 비공개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순방 성과로는 빅테크와의 대규모 업무협약과 남미 자원협력 강화를 내세웠지만, 귀국 당일 맞닥뜨린 것은 자신의 순방 기간 내내 폭락한 증시와 들썩이는 부동산이다. 하계 휴가를 건너뛰고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다.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의 대통령에게 해외 순방의 화려한 성과표는 국내 시장의 판결 앞에서 종잇조각이 된다. 재벌 반도체 주가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무너지는 구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의 이란 공습 취소와 협상 개시라는 한 편의 제국주의 연극이 계속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8월 3일부터 미-이란 협상이 시작된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 비핵화가 의제다. 공습 취소 발표와 동시에 미군 공중급유기 10대가 이스라엘로 추가 전개 중이며,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6% 이상 폭락해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밀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것이 제국주의 외교의 표준 문법이다. 협상 테이블 위에는 평화라는 문서가 놓여 있고, 테이블 아래에는 폭격기가 대기 중이다. 유가 폭락은 협상에 대한 시장의 낙관이 아니라, 6개월째 이어진 전쟁 속에서도 과잉공급이 지속되고 있다는 구조적 사실의 확인이다. OPEC+ 증산, UAE 기록적 생산량, 비OPEC 산유국의 가격 대응 — 공급은 전쟁을 무시하고 팽창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폭락과 이란 협상은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둘 다 제국주의 질서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한국 증시는 미-중 AI 패권 경쟁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라는 제국주의적 모순에 직접 노출된 말단이며, 이란 협상은 중동의 군사적 모순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려는 제국주의 본부의 관리 행위다. 둘 사이의 차이는 모순의 강도와 관리 방식일 뿐, 동일한 세계체제의 상이한 증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