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일할 자를 누가 정하는가
10월 8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원청 정규직 노조 지회장이 크레인 위에 올랐다. 같은 사업장에서 하청 노조 조합원 여섯 명은 이미 아흐레째 크레인과 공장 지붕에 있었다. 하청 노동자 둘이 그날 지상으로 내려와 원청과 마주 앉았다. 교섭 요구 공문을 처음 보낸 지 7개월 만의 첫 원청교섭이다. 같은 시각, 원청 정규직은 6월부터 스물여섯 번 교섭을 했고 사측이 3차 제시안을 '받으라면 받으라'는 식으로 통보했다고 말한다.
한 사업장에서 원청과 하청이 동시에 다른 요구를 들고 같은 높이에 올라갔다. 두 농성은 같은 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청은 원청과의 교섭 테이블 자체를 요구했고, 원청 정규직은 조선업 호황에 걸맞은 임금과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그런데 둘이 같은 크레인 위에 있다는 사실이 이 사업장의 계급 구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원청 정규직의 임금도, 하청 노동자의 존재도, 결국 같은 배 위에서 결정된다는 것.
같은 날 조선일보가 노란봉투법의 2라운드를 정리했다. 이게 더 중요하다. 법 시행 이후 6개월여는 '원청이 하청의 사용자인가'를 다투는 시기였다. 이제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기 시작하자 쟁점이 옮겨갔다 — 사용자가 된 원청이 하청 파업 때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는가. 노조법 43조는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노란봉투법 이전에는 원청이 하청의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았으니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대체 인력을 넣을 수 있었다. 이제 주어가 '사용자'인 이 조항이 원청을 향하게 됐다. 원·하청을 하나의 '당해 사업'으로 볼 것인가, 별개로 볼 것인가 — 해석 싸움이 시작됐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자회사·협력사 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원청 근로자 250여 명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는 '비상상황 운영계획'을 세웠고, 노사가 그 250명이 '관계없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다투고 있다. 경영계는 원·하청이 하나의 노사 관계이니 대체근로 판단에서만 별개로 볼 수 없다고 하고, 노동계는 원청 기술직과 자회사 기술직이 실제로 다른 일을 하므로 대체근로 허용은 쟁의권 무력화라고 맞선다. 고려대 박지순 교수의 말이 이 국면을 정확히 요약한다 —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혼란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해석의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넓혔다. 그런데 대체근로 금지 조항은 손대지 않았다. 두 개를 각각 만들고 그 사이의 모순을 방치했다. 그래서 법이 준 교섭권은 사측의 대체근로 투입이라는 반격 앞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서광석 지부장이 죽은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CU 진주물류센터에서 파업 현장에 들어온 것은 사측의 대체수송 차량이었다. 그 죽음과 원청 교섭 성립이 겹쳤고, 운송료 7%와 유급휴가가 나왔다. 그런데 BGF로지스의 물류 영업이익은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813% 늘었고, 같은 기간 용역료는 23% 올랐지만 기사 운임은 0.6% 올랐다. 위로 올라간 이익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대체근로 조항이 그대로인 한, 다음 파업에도 같은 차량이 들어온다. 노동조합이 법으로 얻은 것을, 자본은 법의 다른 조항으로 되받는다.
이 문제는 개념의 바닥까지 내려가 볼 필요가 있다. 순환출자와 지주회사라는 단어에서 막히기 쉽다.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으로,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로, 삼성전자에서 다시 삼성물산으로 닫히는 고리 — 소수 지분으로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물을 수 있다. 그 지분을 삼성생명이 자기 주식으로 사들이면 삼성생명도 개혁에 동의하지 않겠느냐고. 답은 반대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다. 그 지분을 사서 묶으면 의결권이 사라지고, 남은 주주 가운데 오너 일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고리를 끊는 것처럼 보이면서 지배를 유지하는 방식 — 실제로 재벌 측이 원하는 해법이 정확히 이 형태다. 그래서 순환출자 해체는 '어떻게 끊는가'를 명시하지 않으면 끊는 방식이 오너에게 유리하게 정해진다.
여기서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이것이다. 재벌에서 금융계열사를 떼어내는 것과, 떼어낸 뒤 누가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외국인 자본에 넘기면 종속만 심화된다. 국유화와 사회화는 다르다. 그리고 이 명제는 통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분단을 해체해서 남측 자본의 시장 확대가 되면 흡수통일이고, 순환출자를 끊어서 외국인 지분 확대로 가면 종속의 심화이고, 국유화해서 관료가 배분하면 관료 지대다. 세 경우 다 형식은 바뀌는데 계급 관계는 그대로다. 이행은 중립적이지 않다. 이행의 순간에 조직된 계급이 누구인가가 그 이행의 성격을 정한다. 자본은 언제나 조직돼 있고, 노동자는 조직되지 않으면 분산돼 있다.
서광석은 공동·연대투쟁을 하다가 죽었다. 맞다. 그리고 그 사실은 연대투쟁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투쟁이 뚫어야 할 구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개인사업자 분류, 다단계 하청, 대체수송 — 이 셋이 겹친 조건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 원청 노조가 같은 시각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섰다면 대체차량이 들어왔겠는가. 하청 노조가 교섭 테이블에 앉기까지 7개월이 걸렸고, 그 사이 BGF로지스는 조합원 11명에게 2억 원의 손해배상 내용증명을 보냈다. 한화오션에서 원청과 하청이 같은 날 같은 크레인에 올라간 것이 이 질문에 대한 실제 답의 형태다. 법이 대체근로의 문을 열어두는 한, 그 문을 닫는 것은 조항이 아니라 같은 높이에 함께 선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다음 파업에서 그 문 앞에 누가 서 있을 것인가 — 그 답은 아직 어느 쪽에도 정해져 있지 않다.
한 사업장에서 원청과 하청이 동시에 다른 요구를 들고 같은 높이에 올라갔다. 두 농성은 같은 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청은 원청과의 교섭 테이블 자체를 요구했고, 원청 정규직은 조선업 호황에 걸맞은 임금과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그런데 둘이 같은 크레인 위에 있다는 사실이 이 사업장의 계급 구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원청 정규직의 임금도, 하청 노동자의 존재도, 결국 같은 배 위에서 결정된다는 것.
같은 날 조선일보가 노란봉투법의 2라운드를 정리했다. 이게 더 중요하다. 법 시행 이후 6개월여는 '원청이 하청의 사용자인가'를 다투는 시기였다. 이제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기 시작하자 쟁점이 옮겨갔다 — 사용자가 된 원청이 하청 파업 때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는가. 노조법 43조는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노란봉투법 이전에는 원청이 하청의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았으니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대체 인력을 넣을 수 있었다. 이제 주어가 '사용자'인 이 조항이 원청을 향하게 됐다. 원·하청을 하나의 '당해 사업'으로 볼 것인가, 별개로 볼 것인가 — 해석 싸움이 시작됐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자회사·협력사 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원청 근로자 250여 명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는 '비상상황 운영계획'을 세웠고, 노사가 그 250명이 '관계없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다투고 있다. 경영계는 원·하청이 하나의 노사 관계이니 대체근로 판단에서만 별개로 볼 수 없다고 하고, 노동계는 원청 기술직과 자회사 기술직이 실제로 다른 일을 하므로 대체근로 허용은 쟁의권 무력화라고 맞선다. 고려대 박지순 교수의 말이 이 국면을 정확히 요약한다 —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혼란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해석의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넓혔다. 그런데 대체근로 금지 조항은 손대지 않았다. 두 개를 각각 만들고 그 사이의 모순을 방치했다. 그래서 법이 준 교섭권은 사측의 대체근로 투입이라는 반격 앞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서광석 지부장이 죽은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CU 진주물류센터에서 파업 현장에 들어온 것은 사측의 대체수송 차량이었다. 그 죽음과 원청 교섭 성립이 겹쳤고, 운송료 7%와 유급휴가가 나왔다. 그런데 BGF로지스의 물류 영업이익은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813% 늘었고, 같은 기간 용역료는 23% 올랐지만 기사 운임은 0.6% 올랐다. 위로 올라간 이익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대체근로 조항이 그대로인 한, 다음 파업에도 같은 차량이 들어온다. 노동조합이 법으로 얻은 것을, 자본은 법의 다른 조항으로 되받는다.
이 문제는 개념의 바닥까지 내려가 볼 필요가 있다. 순환출자와 지주회사라는 단어에서 막히기 쉽다.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으로,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로, 삼성전자에서 다시 삼성물산으로 닫히는 고리 — 소수 지분으로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물을 수 있다. 그 지분을 삼성생명이 자기 주식으로 사들이면 삼성생명도 개혁에 동의하지 않겠느냐고. 답은 반대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다. 그 지분을 사서 묶으면 의결권이 사라지고, 남은 주주 가운데 오너 일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고리를 끊는 것처럼 보이면서 지배를 유지하는 방식 — 실제로 재벌 측이 원하는 해법이 정확히 이 형태다. 그래서 순환출자 해체는 '어떻게 끊는가'를 명시하지 않으면 끊는 방식이 오너에게 유리하게 정해진다.
여기서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이것이다. 재벌에서 금융계열사를 떼어내는 것과, 떼어낸 뒤 누가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외국인 자본에 넘기면 종속만 심화된다. 국유화와 사회화는 다르다. 그리고 이 명제는 통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분단을 해체해서 남측 자본의 시장 확대가 되면 흡수통일이고, 순환출자를 끊어서 외국인 지분 확대로 가면 종속의 심화이고, 국유화해서 관료가 배분하면 관료 지대다. 세 경우 다 형식은 바뀌는데 계급 관계는 그대로다. 이행은 중립적이지 않다. 이행의 순간에 조직된 계급이 누구인가가 그 이행의 성격을 정한다. 자본은 언제나 조직돼 있고, 노동자는 조직되지 않으면 분산돼 있다.
서광석은 공동·연대투쟁을 하다가 죽었다. 맞다. 그리고 그 사실은 연대투쟁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투쟁이 뚫어야 할 구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개인사업자 분류, 다단계 하청, 대체수송 — 이 셋이 겹친 조건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 원청 노조가 같은 시각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섰다면 대체차량이 들어왔겠는가. 하청 노조가 교섭 테이블에 앉기까지 7개월이 걸렸고, 그 사이 BGF로지스는 조합원 11명에게 2억 원의 손해배상 내용증명을 보냈다. 한화오션에서 원청과 하청이 같은 날 같은 크레인에 올라간 것이 이 질문에 대한 실제 답의 형태다. 법이 대체근로의 문을 열어두는 한, 그 문을 닫는 것은 조항이 아니라 같은 높이에 함께 선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다음 파업에서 그 문 앞에 누가 서 있을 것인가 — 그 답은 아직 어느 쪽에도 정해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