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겹치는 자리
11월 5일, 여의도에서 두 개의 문이 동시에 열린다. 하나는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노사정 회의실로 통하는 문이다. 초광역특구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은 조작기소 특검법, 민주유공자법, 도시정비법, 도시정비촉진법, 용산공원법과 함께 오늘 본회의 상정 목록에 올랐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특검법이 상정되면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했고, 전날 조정식 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은 결렬됐다. 특구법은 그 목록 맨 끝에 붙어 있다. 단독 안건으로 걸리면 논쟁이 되지만, 여섯 개 묶음의 마지막 항목이 되면 절차에 실려 지나간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법안의 심사 기구가 노동계가 반대하는 다른 법안과 한 묶음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이다.
그리고 6일에는 제7차 실무협의체가 열린다. 이쪽 문도 닫히지 않았다. 참세상이 11월 4일 전한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노사정 논의안에는 주 52시간 예외와 비정규직 규제 완화가 들어 있다. 이 문장이 오늘 확인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앞선 기록에서 '특위 심사 중단'과 '사회적 대화 합의'를 두 개의 경로로 갈라 놓고, 정부가 어느 쪽을 택할지가 쟁점이라고 정리했지만, 그 구분은 틀렸다. 두 경로는 같은 방으로 통한다. 노동계가 국회 문을 막는 동안 회의실 문에서 이미 예외 조항이 조율되고 있다면, 철회를 얻어도 조항은 살아서 들어온다. 8월 3일 공동 성명에서 '저지'를 외치고, 11월 3일 장관을 만나고, 4일 특위 구성을 규탄한 그 이원 구조는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정부에 두 개의 통로를 준다. 압박이 한쪽 문에 집중될 때 다른 문은 조용하다. 이원화는 힘의 분산이 아니라 힘의 이중 사용처럼 보이지만, 상대가 문이 둘인 것을 알면 압박은 두 문 사이를 오갈 뿐 어느 문도 닫히지 않는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당·정·청이 특례 문제로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나"라며 기존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절차 개선을 주문했고, 산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냈다. 산업통상부와 규제합리화위원회는 특례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여기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대통령의 발언은 특례 포기가 아니다. 기존 제도로 같은 결과를 내라는 주문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이미 근로기준법 안에 있다. 그것을 시행령과 절차 개선으로 넓히면 국회를 통과할 법안도, 철회를 요구할 조문도 남지 않는다. 노동계가 11월 3일 면담에서 시행령을 통한 노동시간 확대 가능성을 문제 삼은 이유가 여기 있다. 법을 막아도 법 밖에서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승리는 법 조문의 운명에 달린 것이 아니다.
같은 기간 노동 현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증거가 나왔다. 전주 한 아파트 경비원이 1~3개월짜리 계약을 거듭 맺으며 일하다가 난방기와 화장실 이용을 문제 삼아 항의했고, 관리업체는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으며 다음 날 새 경비원이 출근했다. 회사는 구제신청 뒤에 취업규칙 위반과 근무평가 미달을 사유로 덧붙였지만, 근무평가 규정은 취업규칙에 없었고 이 아파트에서만 적용됐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3일 갱신 기대권을 인정해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노조 집계로 관리노동자의 70퍼센트 가까이가 1년 미만 계약이고, 평택 조사에서는 응답 경비원 245명 중 32.3퍼센트가 3개월 계약이었다. 석 달짜리 계약서는 근로조건을 낮추는 문서가 아니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시간 자체를 끊는 문서다. 항의한 사람의 계약을 끊으면 항의할 사람이 남지 않는다.
초광역특구법의 4년 기간제와 파견 확대, 외투기업의 무급 주휴일은 고용의 질을 낮추는 조항이다. 경비원의 석 달 계약과 특구의 4년 계약 사이에는 정도의 차이만 있고 성질의 차이는 없다. 계약이 짧으면 사람은 다음 계약을 걱정하며 목소리를 낮춘다. 그래서 노동계 요구의 핵심은 특례 조항의 삭제가 아니라 협약서에 적히는 절차다. 원청의 교섭 의무, 상시·지속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 지원금 환수, 고용 형태 구성비와 근로시간 기록의 공시, 성과평가 항목에 인건비 비중과 산업재해율을 넣는 일. 이것들은 조문이 지워진 뒤에도 남는 것들이다. 조문은 국회에서 지워지고 시행령에서 되살아나지만, 공시되고 평가되는 항목은 되살아난 뒤에도 기록으로 남는다.
태평양 건너의 계산도 끝났다. AP는 민주당이 상원 다수를 되찾았다고 예측했고, 뉴욕타임스 집계로 4일 오후 한국시간 3시 30분 기준 상원 53석, 하원 220석이다. 20년 만의 양원 장악이다. 그러나 이 승리는 트럼프에 대한 거부 투표이지 판이 바뀌었다는 신호가 아니다. 민주당은 현 체제의 운영을 맡는다. 상원을 잡아도 관세와 공급망, 방위비 분담의 구조는 그대로이고, 한국 입장에서 협상 상대의 이름만 바뀐다. 2027년 초로 밀린 한미안보협의회의, 12월 워싱턴 국방장관회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의 일정이 새 의회와 같은 해 상반기에 겹친다. 새 의회의 구성이 바뀌어도 한국을 둘러싼 외부 조건은 의회가 아니라 자본의 이해가 정한다는 판단은 이번 선거 결과로 흔들리지 않는다.
법안의 운명과 조항의 운명은 다르다. 법이 철회되면 조항은 시행령으로 가고, 법이 통과되면 조항은 부칙으로 가고, 대화가 합의되면 조항은 협약서로 간다. 어느 문으로 들어가든 방은 같다. 남는 쟁점은 특구법이 여섯 개 묶음의 끝에 붙어 절차로 지나갈 때, 그리고 실무협의체가 예외 조항을 협약서에 옮길 때, 그 조항이 공시되고 평가되는 항목으로 남느냐다.
그리고 6일에는 제7차 실무협의체가 열린다. 이쪽 문도 닫히지 않았다. 참세상이 11월 4일 전한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노사정 논의안에는 주 52시간 예외와 비정규직 규제 완화가 들어 있다. 이 문장이 오늘 확인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앞선 기록에서 '특위 심사 중단'과 '사회적 대화 합의'를 두 개의 경로로 갈라 놓고, 정부가 어느 쪽을 택할지가 쟁점이라고 정리했지만, 그 구분은 틀렸다. 두 경로는 같은 방으로 통한다. 노동계가 국회 문을 막는 동안 회의실 문에서 이미 예외 조항이 조율되고 있다면, 철회를 얻어도 조항은 살아서 들어온다. 8월 3일 공동 성명에서 '저지'를 외치고, 11월 3일 장관을 만나고, 4일 특위 구성을 규탄한 그 이원 구조는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정부에 두 개의 통로를 준다. 압박이 한쪽 문에 집중될 때 다른 문은 조용하다. 이원화는 힘의 분산이 아니라 힘의 이중 사용처럼 보이지만, 상대가 문이 둘인 것을 알면 압박은 두 문 사이를 오갈 뿐 어느 문도 닫히지 않는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당·정·청이 특례 문제로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나"라며 기존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절차 개선을 주문했고, 산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냈다. 산업통상부와 규제합리화위원회는 특례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여기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대통령의 발언은 특례 포기가 아니다. 기존 제도로 같은 결과를 내라는 주문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이미 근로기준법 안에 있다. 그것을 시행령과 절차 개선으로 넓히면 국회를 통과할 법안도, 철회를 요구할 조문도 남지 않는다. 노동계가 11월 3일 면담에서 시행령을 통한 노동시간 확대 가능성을 문제 삼은 이유가 여기 있다. 법을 막아도 법 밖에서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승리는 법 조문의 운명에 달린 것이 아니다.
같은 기간 노동 현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증거가 나왔다. 전주 한 아파트 경비원이 1~3개월짜리 계약을 거듭 맺으며 일하다가 난방기와 화장실 이용을 문제 삼아 항의했고, 관리업체는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으며 다음 날 새 경비원이 출근했다. 회사는 구제신청 뒤에 취업규칙 위반과 근무평가 미달을 사유로 덧붙였지만, 근무평가 규정은 취업규칙에 없었고 이 아파트에서만 적용됐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3일 갱신 기대권을 인정해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노조 집계로 관리노동자의 70퍼센트 가까이가 1년 미만 계약이고, 평택 조사에서는 응답 경비원 245명 중 32.3퍼센트가 3개월 계약이었다. 석 달짜리 계약서는 근로조건을 낮추는 문서가 아니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시간 자체를 끊는 문서다. 항의한 사람의 계약을 끊으면 항의할 사람이 남지 않는다.
초광역특구법의 4년 기간제와 파견 확대, 외투기업의 무급 주휴일은 고용의 질을 낮추는 조항이다. 경비원의 석 달 계약과 특구의 4년 계약 사이에는 정도의 차이만 있고 성질의 차이는 없다. 계약이 짧으면 사람은 다음 계약을 걱정하며 목소리를 낮춘다. 그래서 노동계 요구의 핵심은 특례 조항의 삭제가 아니라 협약서에 적히는 절차다. 원청의 교섭 의무, 상시·지속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 지원금 환수, 고용 형태 구성비와 근로시간 기록의 공시, 성과평가 항목에 인건비 비중과 산업재해율을 넣는 일. 이것들은 조문이 지워진 뒤에도 남는 것들이다. 조문은 국회에서 지워지고 시행령에서 되살아나지만, 공시되고 평가되는 항목은 되살아난 뒤에도 기록으로 남는다.
태평양 건너의 계산도 끝났다. AP는 민주당이 상원 다수를 되찾았다고 예측했고, 뉴욕타임스 집계로 4일 오후 한국시간 3시 30분 기준 상원 53석, 하원 220석이다. 20년 만의 양원 장악이다. 그러나 이 승리는 트럼프에 대한 거부 투표이지 판이 바뀌었다는 신호가 아니다. 민주당은 현 체제의 운영을 맡는다. 상원을 잡아도 관세와 공급망, 방위비 분담의 구조는 그대로이고, 한국 입장에서 협상 상대의 이름만 바뀐다. 2027년 초로 밀린 한미안보협의회의, 12월 워싱턴 국방장관회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의 일정이 새 의회와 같은 해 상반기에 겹친다. 새 의회의 구성이 바뀌어도 한국을 둘러싼 외부 조건은 의회가 아니라 자본의 이해가 정한다는 판단은 이번 선거 결과로 흔들리지 않는다.
법안의 운명과 조항의 운명은 다르다. 법이 철회되면 조항은 시행령으로 가고, 법이 통과되면 조항은 부칙으로 가고, 대화가 합의되면 조항은 협약서로 간다. 어느 문으로 들어가든 방은 같다. 남는 쟁점은 특구법이 여섯 개 묶음의 끝에 붙어 절차로 지나갈 때, 그리고 실무협의체가 예외 조항을 협약서에 옮길 때, 그 조항이 공시되고 평가되는 항목으로 남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