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프랑스·영국 외무상 회의에서 한 몰로토프 성명 (1947년 7월 2일)
인물뱌체슬라프 몰로토프, 조르주 비도, 어니스트 베빈 용어파리 3국 외상회담 (1947년 6월 27일–7월 2일), 유럽부흥계획 사건마셜 플랜과 냉전의 시작
파리, 7월 2일(타스). 소련 외무상 V. M. 몰로토프는 오늘 소련·프랑스·영국 외무상 회의에서 발언했다. V. M. 몰로토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련 대표단은 프랑스 대표단의 7월 1일 제안을 주의 깊게 검토했습니다. 앞서 나온 영국 대표단의 제안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안은 유럽 전체를 위한 경제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유럽 나라 대부분은 아직 자기 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경제 계획조차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포괄적인 유럽 계획을 마련한다는 목적 아래, 특별 기구를 만들어 유럽 국가들의 자원과 필요를 조사하게 하고 심지어 이 나라들의 주요 산업 부문 발전 방향까지 정하게 한 다음에야 — 미국의 경제 원조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게다가 아직 아무것도 확실히 알려진 바 없는 미국의 경제 원조 문제가 구실이 되어,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이제 유럽 나라들 위에 서서 그 나라들의 주요 산업 부문 발전 방향을 이렇게 저렇게 정하는 데까지 유럽 나라들의 내정에 간섭하는 새 기구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영국과 프랑스는 자기들과 가까운 나라들과 함께 이 기구에서, 또는 영국안의 표현대로 하면 유럽을 위한 이른바 「운영위원회」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이 기구가 이들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며 그 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리라는 말뿐인 단서가 붙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구나 「운영위원회」에 맡겨지는 과제를 보면, 유럽 나라들이 감독받는 국가가 되어 몇몇 강대국의 뜻에 맞추느라 지금까지 누려 온 경제적 자주성과 민족 독립을 잃게 되리라는 것이 아주 분명합니다. 어쨌든 이제는 어느 나라가 미국 차관을 받을 수 있느냐를 그 나라가 이 기구와 그 「운영위원회」에 고분고분 따르느냐에 묶어 두자는 제안이 나와 있습니다.
이것이 어디로 이어질 수 있겠습니까?
오늘은 폴란드를 다그칠 수 있습니다 — 폴란드 공업의 다른 부문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석탄을 더 캐라, 이러저러한 유럽 나라들이 그것을 바라니까. 내일은 체코슬로바키아에 농산물 생산을 늘리고 기계 공업을 줄이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며, 체코슬로바키아는 제 물건을 비싸게 팔고 싶어 하는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 기계를 들여오라고 제안할 것입니다. 또는 얼마 전 신문들이 쓴 대로, 노르웨이에 철강 공업 발전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것입니다. 그것이 몇몇 외국 철강 기업들에 더 잘 맞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러한 유럽 나라들의 경제적 자주성과 주권에 무엇이 남겠습니까? 그런 처지에서 작은 나라들, 그리고 대체로 덜 강한 국가들이 어떻게 자기 국민경제와 국가 독립을 지켜 낼 수 있겠습니까?
소련 정부는 물론 이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소련 정부는 6월 30일 이 회의에 제출한 자신의 제안을 지금도 견지합니다.
소련 정부는 또한 최근의 프랑스안에서 드러난 외국 지원에 대한 그 같은 기대에도 공감하지 않습니다.
유럽이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를 돕고 자기 경제적 역량을 키우며, 또 나라들 사이의 교역을 꾀하려 한다면 — 이는 유럽 나라들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제안에서처럼, 유럽 나라들의 경제생활을 재건하는 일에서 결정적인 자리를 유럽 나라들 자신이 아니라 미합중국이 차지해야 한다고 공언한다면, 그런 방침은 유럽 나라들의 이익에 어긋납니다. 그것은 경제적 자주성을 포기하는 데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민족 주권의 유지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련 대표단은 유럽 나라들에 결정적인 의미를 지녀야 할 것은 각국의 국내 조치와 민족적 노력이지 외국 지원에 대한 기대가 아니며, 외국 지원에 대한 기대는 부차적인 의미를 지녀야 한다고 봅니다. 가장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소련은 언제나 무엇보다 먼저 자기 힘에 기댔으며, 알다시피 경제생활을 꾸준히 끌어올리는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제 협력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 협력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경제적 관계 발전에 기초하며, 이때 각국의 민족 주권은 외국의 간섭으로 손상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민족들을 서로 가깝게 하고 그들 사이의 상호 원조를 쉽게 하는 국제 협력의 민주적 기초입니다. 또 다른 국제 협력은 한 강대국 또는 몇몇 강대국이 다른 나라들을 지배하는 지위에 기초하며, 이때 다른 나라들은 자주성을 잃은 어떤 종속 국가의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국가들이 동등한 당사자로 나서는 첫째 협력이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둘째 협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아주 분명합니다.
동등한 권리와 협정 당사국 이익의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국제 협력의 발전에 긍정적인 소련 정부는, 누군가가 남의 희생으로, 덜 강한 나라나 작은 나라의 희생으로 제 일을 꾸리는 것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것은 국가들 사이의 정상적인 협력과 아무런 공통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련 정부는 유럽 국가들의 경제를 조정할 특별 기구를 만들자는 영국·프랑스 계획이 유럽 국가들의 내정에 대한 — 특히 외부 원조를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나라들의 내정에 대한 — 간섭으로 이어지며, 유럽 나라들 사이의 관계를 복잡하게 하고 그들 사이의 협력을 어렵게 할 뿐이라고 보고, 이 계획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없는 것으로서 거부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소련은 동등한 권리와 민족적 이익의 상호 존중이라는 건전한 원칙 위에서 유럽 나라들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경제 협력을 힘닿는 데까지 발전시키는 것을 지지하며, 스스로도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을 넓혀 이를 변함없이 도와 왔고 앞으로도 도울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프랑스·영국 제안이 독일과 그 자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한 기구 또는 「운영위원회」가 독일 자원의 이용까지 맡자는 것인데, 독일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은 연합국들의 정당한 배상 요구가 여전히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바입니다. 따라서 전쟁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연합국의 승리에 중요한 기여를 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배려를 보이기는커녕, 바로 그 나라들의 희생으로 독일의 자원을 다른 목적에, 다만 배상만은 빼고, 돌리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누구보다도 독일 인민의 필요를 잘 돌볼 수 있을 전독일 정부의 수립을 앞당기기 위한 일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독일 서부 점령지구에서는 독일을 연방화하는 정책과 함께, 독일 서부 지역을 나머지 독일에서 점점 더 떼어 내는 노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평화 애호 국가들의 일원이 되는 통일된 민주 국가로서 독일을 실제로 재건하는 것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포괄적인 유럽 경제 계획을 작성할 특별 기구 또는 「운영위원회」를 만들자는 프랑스·영국 제안을 실행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좋은 일은 아무것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이들을 따르는 나라들이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과 갈라서게 될 것이고, 이는 유럽을 두 국가군으로 쪼개고 그들 사이의 관계에 새로운 어려움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 경우 미국 차관은 유럽의 경제 재건이 아니라, 지배를 노리는 몇몇 강대국이 제게 이롭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일부 유럽 나라들을 다른 유럽 나라들에 맞서 이용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소련 정부는 영국과 프랑스 정부에, 유럽 나라들이 전후 경제 재건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유럽 인민들의 실제 이익과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전혀 다른 목적을 이루려는 그러한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