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결권
The Right of Nations to Self-Determination
억압받는 민족이 남의 나라에 속할지 독립할지를 스스로 정할 권리를 사회주의 운동이 강령으로 인정한 원칙이다. 제2인터내셔널 런던 대회(1896)에서 채택되었고, 레닌이 『민족자결권에 대하여』(1914)에서 이를 “정치적 분리, 곧 독립국가 수립의 자유”로 못 박으면서 볼셰비키 강령의 핵심이 되었다. 10월 혁명 직후 「러시아 여러 인민의 권리 선언」(1917년 11월)이 이 원칙을 국가 정책으로 선포했고, 1922년 소련 결성 조약과 그 뒤의 모든 소련 헌법이 연방 탈퇴권 조항으로 이를 명문화했다. 그러나 실제로 탈퇴가 성사된 것은 1991년 연방 해체 때뿐이었다.
상세
왜 사회주의자가 민족 문제를 강령에 넣었나
19세기 말 유럽 사회주의자들에게 민족 문제는 골칫거리였다.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는 것이 운동의 표어였는데, 폴란드·아일랜드·체코처럼 남의 제국 안에 갇힌 민족들이 독립을 요구하며 사회주의 운동에 합류를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레닌의 답은 억압하는 민족과 억압받는 민족을 구별하는 데서 출발한다. 러시아 노동자가 폴란드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폴란드 노동자에게는 러시아 노동자가 결국 자기를 지배하는 쪽 편이라는 사실만 확인된다. 그래서 억압하는 쪽 사회주의자는 분리의 자유를 앞장서 주장해야 하고, 억압받는 쪽 사회주의자는 노동자 통합을 앞장서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명한 비유가 나온다. 이혼할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이혼을 권하는 것과 같지 않듯, 분리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분리를 권하는 것이 아니다.
룩셈부르크는 무엇을 반박했나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 원칙을 강령에 넣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폴란드는 이미 러시아·독일 경제에 촘촘히 얽혀 있어 독립은 경제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퇴행이고, 자결이라는 말은 결국 그 민족의 부르주아지가 자기 계급 이익을 민족 전체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민족에게는 하나의 의지가 없으므로 ‘민족이 스스로 정한다’는 문장은 실은 누가 정한다는 말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었다.
레닌은 이 비판의 논리는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결론을 뒤집었다. 자결권을 강령에서 빼는 순간,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국제주의가 아니라 지배 민족의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대립은 뒤에도 반복되었다. 자결권을 인정하되 실행은 계급적 기준으로 판정하겠다는 태도가 소련 민족 정책의 기본 문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칙과 실행은 어떻게 갈라졌나
1917년 11월 「러시아 여러 인민의 권리 선언」은 평등, 자결, 민족적 특권 폐지, 소수민족의 자유로운 발전을 선포했다. 핀란드는 그해 12월 실제로 독립을 승인받았고, 폴란드·발트 3국도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처럼 비볼셰비키 정부가 독립을 선포한 곳에서는 내전과 적군의 진주를 거쳐 소비에트 정권이 들어섰다. 자결의 주체를 ‘민족’이 아니라 ‘그 민족의 근로 인민’으로 읽는 해석이 이 과정을 정당화했다.
1922년 소련이 결성될 때 자결권은 탈퇴권으로 형식을 바꿔 조약과 헌법에 남았고, 안으로는 코레니자치야라는 적극적 우대 정책으로 이어졌다. 원칙의 문안이 한 번도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뒤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1988년 이후 공화국들이 연방을 떠날 때 그들이 든 근거가 바로 소련 헌법 자신의 조항이었다.
관련 용어
관련 인물
관련 역사 사건
출처
- 위키백과 (러시아어) формулировка Ленина (1914), лондонская резолюция II Интернационала 1896 г., спор с Розой Люксембург.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В. И. Ленин. О праве наций на самоопределение (1914): определение как «свобода политического отделения», аналогия с правом на развод, различение угнетающих и угнетённых наций.
- 위키백과 (러시아어) текст декларации от 2 (15) ноября 1917 г.: равенство, самоопределение вплоть до отделения, отмена национальных привилеги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