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는 것을 쏘는 자리
10월 12일 오전 9시 20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수 발이 날아갔다. 합참 공보실장의 브리핑은 900킬로미터 이상 비행, 정확한 제원은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고만 말했다. 올해 열여섯 번째 발사이고, 10월 3일 이후 아홉 만이다. 3일 발사가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중거리 전략미사일이라는 것이 북측의 주장이었고, 8일에는 한국이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를 처음 시험발사했다. 대통령이 참관했고 사진이 공개됐다. 사흘 뒤 북측의 답이 온 것이다.
여기서 이 사건을 잃어버리기 쉬운 자리가 있다. 우리는 흔히 이 장면에서 남북의 무기 경쟁만 본다. 경쟁은 실재한다. 그런데 이날 브리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발사된 것의 제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합참은 비행거리만 말할 수 있었고, 종말 단계 탐지가 원래 어려운 극초음속일 가능성은 "분석 중"으로 남았다. 왜 확정하지 못하는가. 정밀 분석은 한미가 함께 한다. 그런데 그 한미 사이의 대북 정보 공유가 지난 3월부터 부분적으로 제한됐다는 보도가 있었고, 10월 8일 합참의장은 국회에서 그 제한이 아직 지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 그 답에 붙어 있었다. 문제없다는 말과 정보를 못 본다는 말이 같은 문장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아침 한국군은 자국 동쪽 하늘로 날아가는 물체를 보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확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통로는 한미 공동 분석 절차에 묶여 있다.
이 배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못 잡는다. 10월 9일에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미국 비자가 보류됐고, 10월 10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정보·방첩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무엇을 위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밝히지 않고 기준을 말하는 것이 압박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여기서 분단 체제의 구체적 작동이 드러난다. 남측은 자기 영토 위의 군사 사안을 자기 정보망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그 정보를 쥔 쪽이 동시에 그 정보를 조건부로 제공하는 쪽이다. 전시작전권이 미군에 있고 정전협정 위반 판정이 유엔군사령부에서 나오는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가, 이번에는 정보의 층위에서 반복된다. 위기가 커질수록 결손이 커지고, 결손이 커질수록 동맹에 대한 의존이 깊어진다. 이것이 제국주의적 종속이 안보 축에서 재생산되는 형태다.
10월 17일 오후 서울에서 주권찾기의 날 집회가 예고되어 있다. 대미투자와 파병 강요를 규탄하고 이재명 정부에 거부를 요구하는 구호가 걸려 있다. 위기 담론이 커지면 전시작전권 전환은 또 유보되고, 정보 공유 제한을 푸는 명분은 "동맹 기준 준수"로 되돌아간다. 군사적 긴장과 주권 후퇴가 서로를 먹여 살리는 고리다.
같은 시각 거제에서는 다른 종류의 배분 갈등이 테이블에 올라간다. 한화오션 하청노조와 원청의 2차 교섭이 10월 12일부터 16일 사이에 열린다. 지난 8일 7개월 만에 열린 첫 교섭은 상견례 수준이었고,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정규직의 80퍼센트 수준으로 올리고 성과급 차별을 없애며 고용 승계를 보장하라는 요구안은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 1,7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퍼센트 늘어난 회사의 배분 문제가, 조선소 지붕 위와 크레인 위에 선 사람들의 몸으로 시간을 지불하는 형태로 걸려 있다. 그 배분을 앞당기는 것은 교섭장의 교재가 아니라, 교섭장이 열리도록 만든 압력이다.
여기서 이 사건을 잃어버리기 쉬운 자리가 있다. 우리는 흔히 이 장면에서 남북의 무기 경쟁만 본다. 경쟁은 실재한다. 그런데 이날 브리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발사된 것의 제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합참은 비행거리만 말할 수 있었고, 종말 단계 탐지가 원래 어려운 극초음속일 가능성은 "분석 중"으로 남았다. 왜 확정하지 못하는가. 정밀 분석은 한미가 함께 한다. 그런데 그 한미 사이의 대북 정보 공유가 지난 3월부터 부분적으로 제한됐다는 보도가 있었고, 10월 8일 합참의장은 국회에서 그 제한이 아직 지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 그 답에 붙어 있었다. 문제없다는 말과 정보를 못 본다는 말이 같은 문장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아침 한국군은 자국 동쪽 하늘로 날아가는 물체를 보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확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통로는 한미 공동 분석 절차에 묶여 있다.
이 배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못 잡는다. 10월 9일에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미국 비자가 보류됐고, 10월 10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정보·방첩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무엇을 위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밝히지 않고 기준을 말하는 것이 압박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여기서 분단 체제의 구체적 작동이 드러난다. 남측은 자기 영토 위의 군사 사안을 자기 정보망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그 정보를 쥔 쪽이 동시에 그 정보를 조건부로 제공하는 쪽이다. 전시작전권이 미군에 있고 정전협정 위반 판정이 유엔군사령부에서 나오는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가, 이번에는 정보의 층위에서 반복된다. 위기가 커질수록 결손이 커지고, 결손이 커질수록 동맹에 대한 의존이 깊어진다. 이것이 제국주의적 종속이 안보 축에서 재생산되는 형태다.
10월 17일 오후 서울에서 주권찾기의 날 집회가 예고되어 있다. 대미투자와 파병 강요를 규탄하고 이재명 정부에 거부를 요구하는 구호가 걸려 있다. 위기 담론이 커지면 전시작전권 전환은 또 유보되고, 정보 공유 제한을 푸는 명분은 "동맹 기준 준수"로 되돌아간다. 군사적 긴장과 주권 후퇴가 서로를 먹여 살리는 고리다.
같은 시각 거제에서는 다른 종류의 배분 갈등이 테이블에 올라간다. 한화오션 하청노조와 원청의 2차 교섭이 10월 12일부터 16일 사이에 열린다. 지난 8일 7개월 만에 열린 첫 교섭은 상견례 수준이었고,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정규직의 80퍼센트 수준으로 올리고 성과급 차별을 없애며 고용 승계를 보장하라는 요구안은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 1,7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퍼센트 늘어난 회사의 배분 문제가, 조선소 지붕 위와 크레인 위에 선 사람들의 몸으로 시간을 지불하는 형태로 걸려 있다. 그 배분을 앞당기는 것은 교섭장의 교재가 아니라, 교섭장이 열리도록 만든 압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