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교섭장

10월 19일 오전,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교섭 공동파업을 선포했다. 부산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LG유플러스 네 곳의 하청·간접고용 노동자 6,500명이 22일과 23일 파업하고, 24일 숭례문 앞에서 1만 명 규모의 총궐기로 모인다. 먼저 나서는 쪽은 부산지하철의 청소·시설관리 자회사 노동자들이다. 9월 2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을 중지하면서 이들은 원청인 부산교통공사를 상대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그 권리를 얻어 실제 파업에 들어가는 첫 사례다. 부산교통공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 시행 17일 뒤에 '원청교섭 모범사례'라며 찾아간 곳이다. 모범 사례가 파업으로 가는 것, 그 자체가 이 법의 현재 상태를 가장 압축적으로 말해준다.

공공운수노조가 꼽은 벽은 세 겹이다. 원청이 버티면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부터 판정받아야 하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야 하며,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도 원청은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의제만 받는다. 엄길용 위원장은 이 세 겹의 절차가 정부의 해석지침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노조법 해석지침은 사용자성을 교섭의제별로 판단하라고 정했고, 임금에 대해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했는지를 따지라고 했다. 이 문장의 실질은 간단하다. 하청업체는 원청이 준 재원을 배분할 뿐이므로, 원청이 인건비 총액을 늘리지 않으면 하청 사업장 안에서 임금을 올릴 방법이 없다. 그러니 임금은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조건이다. 지침은 이 연결을 인정하지 않는다. 의제를 먼저 좁히고, 좁혀진 자리에서 다시 사용자성을 다투게 만드는 구조다.

같은 주에 조선소에서는 다른 형태의 같은 벽이 서 있다. 10월 1일 기준으로 노란봉투법에 따라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은 460곳, 조합원은 18만 5천여 명인데 실제로 타결된 곳은 세 곳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한강이엠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절반이 넘는 238곳은 노조 측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멈춰 있고, 나머지에서도 결정서 미송달, 사용자성 불인정, 교섭 공고 미실시가 반복된다. 교섭 테이블이 열리지 않으면 남는 자리는 크레인이다. 거제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는 9월 30일부터, 김유철 지회장은 10월 8일부터 크레인 위에 있다. 18일 오후 5시에는 울산에서 김동하 HD현대중공업지부장이 25미터 높이에 올랐다. 요구는 성과 분배와 통합 단체교섭을 통한 조합원 간 격차 해소, 그리고 하청 노동자·이주노동자 처우다. 원청 정규직 노조가 자기 사업장의 성과급을 넘어 하청과의 교섭을 요구에 넣었다는 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기서 이 기간의 성격이 드러난다. 22일은 하루에 두 개의 교섭장이 열리는 날이다. 오후 4시 거제에서 한화오션 3차 교섭이 있고, 같은 날 부산에서는 개정 노조법 이후 첫 원청 상대 파업이 시작된다. 하나는 민간 조선소의 원·하청 교섭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의 원·하청 쟁의다. 다른 사안인 것이 맞다. 조선소에서는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부산에서는 청소노동자의 인력 충원이 막히는 지점이다. 그런데 두 현장 모두 사용자성 인정의 지연과 창구 단일화, 의제 제한이라는 절차에 먼저 붙잡혀 있다. 교섭의제를 정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노사가 현장에 맞게 정한다는 원칙이 서지 않으면, 6,500명의 파업과 조선소의 크레인은 각자의 사업장 안에서 각자 소모된다.

국가권력 쪽에서 이 기간에 남은 것은 한 문장이다. 10월 14일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대한민국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가"라고 물은 뒤 "유엔군사령부의 관점에서 보면 남쪽 철책선에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 안의 영토를 유엔사가 관리하는 구역으로 규정한 발언이다. 국방부는 18일 이것을 '개인 견해'라고 일축했고, 유엔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발언의 철회도 사과도 없었다. 지난주에 브런슨이 전작권 전환 조건을 다시 쓰고 '골대'를 옮겼을 때, 그것이 조건에 관한 기술적 다툼인지 의심할 근거가 하나 더 붙은 셈이다. 영토의 경계를 자기 관할의 언어로 다시 그리는 사령관이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를 판정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조건을 문서로 만드는 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가리킨다.

바깥에서는 프랑스가 10월 17일 전국에서 터졌다. 내무부 집계로 110곳에서 55만 명, 학생노조 집계로 1,750곳에서 80만 명이다. 출발점은 고등학교였다. 올여름 폭염 초과사망이 8,000명 규모로 집계된 해에, 정치권에 막힌 정부가 저항이 가장 적은 교육 예산을 깎았고,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이 먼저 그 청구서를 받았다. 마크롱은 18일 연설에서 질서와 배상을 말했고 생활비와 청년 대책은 말하지 않았다. 11월 5일 노조가 예고한 파업일에 학생 운동과 노동운동이 합쳐지는지가 이 분출의 크기를 정할 것이다. 여기서 배울 것은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순서다. 긴축은 가장 말할 힘이 없는 곳부터 닿고, 그곳에서 시작된 것이 가장 말할 힘이 없는 자리에서 거리로 나온다. 심지어 르펜 진영은 1차 투표 35퍼센트가 예측되고, 그 극우는 이 분노의 책임을 다시 이민자에게 돌린다.

이 나라에서 원청교섭은 법이 만든 권리가 아니라 매번 다시 증명해야 하는 청구다. 노동위원회의 결정서가 도착하지 않으면 권리는 종이에 남고, 해석지침 한 줄이 의제를 잘라내면 교섭은 형식이 된다. 노동부가 10월 8일 현대차 협력업체 해고자 29명의 직접고용을 시정지시하고도 구사대 폭력은 폐업한 회사의 해고자가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은 일, 거제 하청 노동자가 20일째 크레인 위에 있는 일, 부산의 청소노동자가 모범 사례라는 이름의 사업장에서 파업을 준비하는 일은 같은 문장의 다른 예증이다. 법이 노동자를 노동자로 셈하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결정은 법 조문이 아니라 그 아래의 서류와 지침과 판정에서 이뤄지고 있다. 22일 거제의 교섭 테이블과 부산의 파업, 23일 인천공항과 콜센터와 통신, 24일 숭례문 앞에서 그 셈이 어떻게 되는지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