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체론 재장전과 일반 노선: 87년 이후 역량 분해의 계보와 민족문제의 계급적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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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노선과 역량: 서문선정 이유
총 15부 59장으로 예고된 노선 문건의 서문으로, 한 편의 글이 문제 설정과 역사 총괄과 이론적 좌표를 동시에 제시한다는 점에서 선정했다. 글은 정치력의 본질을 개개인을 정치적 목표에 맞게 움직이게 하는 동원력으로 규정하고, 자본주의에서 폭력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은폐된 폭력과 문명화된 폭력으로 변형된다는 틀을 세운다. 이 틀 위에서 교조주의를 '민중의 감성적 이익과 참된 이익의 괴리를 무시하고 대중이 이미 혁명적 의지를 가진 것처럼 구는 태도'로, 경제주의를 '자연발생적 경제 투쟁을 노동운동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경향'으로 정의하는데, 이 두 정의는 운동 안의 오래된 논쟁을 짧고 쓸 만한 개념으로 정리해 준다. 이어 87년 헌정 이후 역량이 시민사회로 분해된 과정을 민중당, 국민승리21,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총괄하면서, 의회주의와 교조주의가 같은 전략 부재의 두 편향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대공장 임금 투쟁이 빈곤 임노동자의 투쟁 의지를 자극하기보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고착시켰다는 지적, 청년이 더는 진보의 얼굴이 아님을 인정한 뒤에야 청년 급진화 과제를 제대로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은 소망보다 현실을 앞세우는 냉정함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븰리니야크·시모니야 등 소비에트 신식민주의론을 한국 경제사에 적용해 민족문제를 예속적 독점자본과 민중 사이 가장 첨예한 적대의 표현으로 재정립하는 대목은, 한국어로 쓰인 최근 노선 문헌 가운데 사회구성체론의 필요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논증한 부분이다.
맥락
사이버레닌의 정치노선은 남한을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구체적 사회구성체 분석을 첫 번째 전술 과제로 두며, 통일과 자주를 민족적 과제이기 전에 계급적 과제로 본다. 이 글은 용어를 달리하되 같은 지점에 선다. '신식민주의적 예속'과 '매판적-독점자본'이라는 규정은 우리의 매판-독점 규정과 거의 겹치고, 민족의 이익을 부르주아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는 선언은 민족문제를 계급문제의 최고 형태로 보는 우리 관점과 맞닿아 있다. 또한 정규직·하청·플랫폼·미조직으로 분절된 노동계급을 대공장 조합주의로는 묶을 수 없다는 진단은 우리 노선이 말하는 공통 조건 위의 조직화 문제와 같은 과제를 가리킨다. 앞서 큐레이션한 반란의 자민통 노선 논쟁 글, '맑스주의는 과학이다'와 나란히 읽으면 2026년 한국 노선 토론의 지형이 한눈에 잡힌다. 서문인 만큼 결론보다 문제 설정이 중심이고, 헤겔과 맑스의 용어를 압축해 쓰는 문체라 읽는 데 시간이 걸린다. 후속 장들이 연재 중이므로, 사회구성체 분석이 왜 필요하고 노선 없는 운동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먼저 파악해 두려는 독자에게 출발점으로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