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중국 가계 살림 비교: 실질임금, 주거비, 부채, 소비 위축의 구조와 정책 해법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16
요약
한국·일본·중국의 가계 문제는 겉으로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구조는 꽤 닮아 있다. 세 나라 모두에서 소비 부진을 단순한 ‘심리 위축’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친다. 가계는 막연한 비관 때문에 지갑을 닫는 것이 아니라, 실질구매력 정체 또는 후퇴, 높은 주거비, 부채 상환 부담, 불안정한 고용과 돌봄·교육 비용 때문에 합리적으로 지출을 줄인다. 차이는 어느 비용이 가장 강하게 압박하느냐에 있다. 한국은 주거비와 가계부채가, 일본은 장기 실질임금 정체와 비정규 고용 구조가, 중국은 부동산 조정·고용 불안·낮은 사회보장과 높은 예방적 저축이 핵심 제약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하다. 세 나라 모두 소비를 살리려면 금리나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첫째,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직접 높여야 한다. 둘째, 주거를 투자자산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로 다뤄야 한다. 셋째, 고용의 양보다 질, 특히 안정성·임금상승·사회보험 포괄성을 개선해야 한다. 넷째, 돌봄·교육·의료·노후 같은 재생산 비용을 사회화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말하면, 문제는 ‘심리’가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 비용과 분배 구조다.
1. 문제 설정: 왜 ‘소비심리’ 설명은 불충분한가
주류 담론은 종종 소비 부진을 ‘심리’의 문제로 돌린다. 하지만 가계는 추상적 감정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임금, 이자, 월세, 전세보증금, 주택담보대출, 교육비, 의료비, 노후 불안, 고용 안정성이 결합해 소비 여력을 결정한다. 즉 소비는 심리 변수이기 이전에 계급적·물질적 조건의 함수다.
세 나라를 공통 프레임으로 보면 다음 네 가지가 핵심이다.
- 실질임금과 실질가처분소득: 명목임금이 올라가도 물가가 더 빨리 오르면 소비 기반은 약해진다.
- 주거비와 자산시장 구조: 자가 가격, 임대료, 보증금, 이자비용이 생활비를 잠식한다.
- 부채와 저축의 방어적 성격: 빚이 많으면 소비가 상환으로 대체되고, 복지가 약하면 저축이 보험 역할을 한다.
-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사회재생산 비용: 비정규직·청년·여성·이주노동자·농민공 등 주변부 계층이 먼저 소비를 줄인다.
이 틀에서 보면 한국·일본·중국의 차이는 ‘누가 얼마나 불안한가’의 차이이고, 공통점은 ‘가계가 미래 불안을 자기 지갑으로 보험한다’는 점이다.
2. 비교 프레임 한눈에 보기
| 항목 | 한국 | 일본 | 중국 |
|---|---|---|---|
| 소비 부진의 핵심 | 높은 주거비·가계부채가 소비를 압박 | 장기 실질임금 정체, 비정규·저임금 구조 | 부동산 조정, 고용 불안, 낮은 사회보장으로 예방적 저축 확대 |
| 실질임금/실질소득 | 최근 실질소득 회복이 매우 약함 | 2019~2023 실질시급 누적 하락, 2025에도 가구 실질소득 약세 | 2024 실질소득은 증가했지만 소비심리와 고용신뢰 약함 |
| 주거비 문제 | PIR 높고 수도권 집중, 전세·대출 구조가 부채 확대 | 대도시 부담은 있으나 전국 평균 부담은 한·중보다 완만 | 자가소유 집착과 부동산 자산 불안이 소비 위축 유발 |
| 부채/저축 | OECD 상위권 가계부채, 금리 민감 | 가계부채는 한국보다 낮지만 저임금·고령화 압박 | 높은 저축 성향, 주택·교육·의료 대비용 저축 강함 |
| 정책 우선순위 | 주거비 인하 + 가계부채 안정 + 하위계층 소득보강 | 임금상승의 제도화 + 비정규 개선 + 돌봄·주거 지원 | 가계직접지원 + 복지 확대 + 부동산의 공공재화 |
3. 한국: 소득은 버티지만 소비는 눌리고, 주거비와 부채가 가계의 목을 죈다
3.1 소비와 가계 살림
한국 통계청의 2025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6만5천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증가했지만 실질소득은 0.0%였다. 같은 기간 월평균 소비지출은 283만6천 원으로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숫자 자체가 말해준다. 명목 소득은 늘어도 물가와 고정지출을 제하면 실제로는 제자리라는 뜻이다.
한국의 소비 부진은 단순한 경기순환보다 구조적이다. 소득이 조금 늘어나도 그 증가분이 일상 소비로 이어지기보다 이자, 원리금 상환, 전월세, 주택 관련 지출에 먼저 묶인다. 한국은행과 OECD 모두 높은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핵심 리스크라고 지적한다.
3.2 실질임금과 처분가능소득
한국은 취업자 수가 유지되더라도 실질임금이 넓고 안정적으로 오르지 못하면 소비가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특히 청년층, 비정규직,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지방 거주 가구는 평균보다 체감 소득 압박이 더 크다. 평균 통계가 버틴다고 해서 대중적 소비 기반이 튼튼한 것은 아니다.
또한 한국은 사회보험·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가계가 미래 불안을 사적으로 떠안게 만들고, 따라서 추가 소득이 생겨도 소비보다 예비적 저축이나 부채 상환으로 향하게 만든다.
3.3 주거비 부담: 수도권 집중과 자산화된 주택
한국의 핵심 병목은 주거다. 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자가가구 PIR은 6.3배, 수도권은 8.7배였다. 청년 가구 자가 PIR은 6.0배, 임차가구 RIR은 16.0%였다. 국가발전지표는 일반적으로 임대료 비율 20% 초과를 과중 부담 기준으로 본다. 전국 평균 RIR은 그 기준보다 낮지만, 청년·저소득층·수도권 소형 임차가구에서는 부담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
문제는 단지 가격 수준이 아니다. 한국은 전세와 주택담보대출이 결합된 독특한 금융-주택 체제를 가지고 있다. 전세보증금 조달, 주담대, 신용대출, 부모 자산 이전이 뒤엉키며 주거 접근권이 금융 접근권으로 바뀐다. 이 구조는 주택을 생활재가 아니라 레버리지 자산으로 만들고, 동시에 가계부채를 키워 소비를 질식시킨다.
한국 사회지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가점유율은 57.3%, 임차가구 비중은 39.0%였다. 다주택 보유와 무주택 청년의 격차도 크다. 이는 동일한 물가 상승 속에서도 계급별 체감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이유다. 상층은 자산가격으로 버티고, 하층은 주거비 때문에 소비를 줄인다.
3.4 가계부채와 소비 억제
OECD household debt 지표에서 한국은 2022년 기준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OECD 최고권에 속한다. 한국은행은 2025년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을 1,952.8조 원으로 발표했다. 절대 규모 자체가 크고, 금리와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다.
이런 경제에서 금리가 높아지면 소비는 즉각 타격을 받는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다시 주택과 신용으로 자금이 몰린다. 즉 한국은 통화정책만으로는 소비와 금융안정을 동시에 잡기 어려운 구조다. 소비 부진은 심리 문제가 아니라, 가계대차대조표의 과도한 주거 편중 문제다.
3.5 한국에 대한 판단
한국의 핵심은 “임금이 조금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거비와 부채가 임금 상승분을 흡수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비 회복을 원한다면 소득정책과 금융안정정책만이 아니라 주택체제 개혁이 필수다.
4. 일본: 실질임금 장기 정체와 비정규 구조가 소비의 허리를 꺾는다
4.1 소비 회복은 약하고 불균등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가계부채 부담이 덜하고 주택시장의 거품 압력도 상대적으로 낮다. 그런데도 소비가 강하게 회복되지 못한다. 이유는 장기적인 임금 정체와 고용 이중구조다.
일본 통계국의 2025년 연간 가계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314,001엔으로 전년 대비 명목 4.6%, 실질 0.9% 증가했다. 노동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53,901엔으로 명목 2.8% 증가했지만 실질 0.9% 감소했다. 즉 소비지출이 소폭 살아나도 소득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일본의 소비는 코로나 이후 서비스 지출 회복과 인바운드, 일부 임금인상 기대에 힘입어 반등 조짐이 있었지만, 광범한 가계가 체감할 수준의 안정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4.2 실질임금: ‘잃어버린 30년’의 현재형
OECD Employment Outlook 2024는 일본의 실질시급이 2019년 4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누적으로 2%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 2024년 4월까지 25개월 연속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었다고 적시했다. 2024년 춘투에서 명목 임금인상률이 높아졌지만, 이것이 전체 노동시장에 완전히 확산되려면 시간이 걸리며,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으로 갈수록 전달력이 약하다.
일본의 본질적 문제는 물가만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임금 억제와 비정규 확대, 연공급의 경직성, 대기업-중소기업 격차가 누적되면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취약해졌다.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소비는 구조적으로 눌릴 수밖에 없다.
4.3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재생산 비용
OECD Japan 2024는 비정규 고용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한 여성의 무급 돌봄 부담이 크고, 출산·육아와 경력 유지의 양립이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는 소비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불안정 노동과 돌봄의 사적 부담은 가구가 장기 지출을 늘리지 못하게 만든다.
즉 일본은 단지 ‘임금이 낮다’가 아니라, 안정적 생애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노동·가족 체제가 소비를 약화시킨다. 결혼·출산 지연, 1인가구 증가, 지방 소멸, 고령화는 모두 개별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계 재생산 비용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문제와 이어져 있다.
4.4 주거비와 부채
일본은 전국 평균 차원에서 보면 한국처럼 주거비와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전체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OECD 기준 가계부채 비중도 한국보다 낮다. 다만 도쿄권과 대도시에서는 주거 접근 비용이 여전히 높고, 저임금·비정규 가구에는 월세 부담이 무겁다. 일본의 특징은 ‘거대한 부채 폭발’보다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이 주거 부담을 상대적으로 더 무겁게 만든다는 데 있다.
즉 동일한 임대료라도 실질소득이 정체되면 부담률은 높아진다. 일본의 주거 문제는 한국처럼 금융화의 폭발이 아니라, 저임금·고령화·가구구조 변화 속에서 공공임대와 주거급여가 충분하지 않은 문제로 봐야 한다.
4.5 일본에 대한 판단
일본의 소비를 막는 가장 큰 장벽은 자산시장보다 실질임금 정체와 노동시장 분절이다. 따라서 소비 회복의 열쇠는 기업의 일시적 임금인상 선언이 아니라, 중소기업·비정규·여성·청년까지 포함하는 임금상승의 제도화와 사회서비스 확대다.
5. 중국: 실질소득은 늘어도 소비가 약한 이유는 부동산, 고용, 복지, 저축 구조에 있다
5.1 소비와 소득의 현재 상태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2024년 전국 1인당 가처분소득은 41,314위안, 실질 5.1% 증가했다. 1인당 소비지출은 28,227위안, 역시 실질 5.1% 증가했다. 도시 주민 1인당 소비지출은 34,557위안, 농촌은 19,280위안이었다. 소비지출 중 거주 관련 지출은 6,263위안, 전체의 22.2%였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중국 가계는 아직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오판이다. 중국의 핵심은 평균 증가율보다 왜 소비가 성장률에 비해 약하고, 왜 가계가 저축을 선호하느냐이다.
5.2 소비심리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소득 신뢰의 약화
PBOC의 2024년 2분기 도시 예금자 설문은 중국 가계의 심리를 ‘심리’ 자체가 아니라 물질 조건의 반영으로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더 많이 저축하겠다는 응답이 61.5%였고, 더 많이 소비하겠다는 응답은 25.1%에 그쳤다. 고용심리지수는 33.8, 소득신뢰지수는 45.6으로 모두 50 아래였다. 이는 낙관 부족이 아니라 고용과 소득 전망이 약하다는 뜻이다.
중국 가계는 단순히 비관적이어서 소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 전망이 약하고, 사회보장이 충분치 않으며, 부동산 자산가치가 흔들리고, 교육·의료·노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저축으로 방어한다.
5.3 부동산 조정과 소비 위축의 연결
중국은 오랫동안 부동산이 지방재정, 가계자산, 건설투자, 은행대출을 동시에 묶는 성장체제였다. 이 체제가 흔들리면 단지 건설업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가계의 자산감각과 미래소득 기대도 타격을 받는다. IMF 2024 Article IV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부문의 계속된 약세 속에서도 버티고 있지만, 2025년에는 민간소비 성장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IMF는 부동산 조정, 낮은 기대, 수요 부진의 악순환을 완화하려면 국내수요 지원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중국의 특수성은 주택가격이 한국처럼 계속 오르지 않아도 소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이 가계의 핵심 자산이었기 때문에 가격 정체나 하락은 ‘부의 효과’ 약화와 미래 불안 증폭을 동시에 만든다.
5.4 실질임금보다 더 큰 문제: 재분배와 사회보장 부족
중국은 여전히 중진국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지만, 가계 몫이 충분히 빠르게 커지지 않았다. 가계소비 비중이 낮다고 지적되어 온 이유도 여기 있다. 특히 농민공, 청년층,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 도시 서비스 노동자는 고용 불안과 사회보험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 호구제도는 복지 접근의 지역 격차를 낳고, 교육·의료·주거 부담을 사적으로 전가한다.
이 조건에서는 소득이 증가해도 소비 성향이 높아지기 어렵다. 가계는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 위험을 자기 저축으로 대비한다. 즉 중국의 높은 저축은 문화가 아니라 제도적 불안의 결과다.
5.5 중국에 대한 판단
중국의 소비 부진은 ‘국민이 돈을 안 쓴다’가 아니라 가계로 소득과 안전망이 충분히 이전되지 않는다는 문제다. 따라서 해법은 대규모 공급확대나 부동산 재부양이 아니라, 가계 직접 이전, 공공임대 확대, 지방재정 구조조정, 사회보장 강화다.
6. 세 나라의 공통 구조: 소비는 감정이 아니라 분배와 재생산의 결과다
세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다음의 공통 패턴이 드러난다.
6.1 공통점 1: 실질구매력의 취약성
- 한국: 실질소득 회복이 미약하고, 늘어난 소득이 이자·주거비로 흡수된다.
- 일본: 장기 실질임금 정체와 비정규 저임금 구조가 소비 기반을 갉아먹는다.
- 중국: 공식 실질소득은 증가하지만 고용·소득 신뢰 약화와 복지 부족 때문에 소비 전환이 약하다.
즉 세 나라 모두 가계가 현재 또는 미래의 실질구매력에 확신이 없다.
6.2 공통점 2: 주거가 생활재가 아니라 축적 체제의 일부가 되었다
- 한국은 주거의 금융화가 가장 강하다.
- 중국은 부동산이 지방재정과 가계자산의 핵심 고리였다.
- 일본은 상대적으로 완만하지만 저임금 구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노동재생산을 압박한다.
주거가 상품화·자산화될수록 가계는 거주를 위해 더 많은 임금과 부채를 투입하고, 그만큼 다른 소비는 위축된다.
6.3 공통점 3: 예방적 저축과 부채 상환이 소비를 대체한다
- 한국은 부채상환이 소비를 밀어낸다.
- 일본은 소득 정체 속에서 가계가 보수적으로 지출한다.
- 중국은 복지 부족과 고용 불안 때문에 저축 선호가 강하다.
형태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가계는 내수를 지탱하는 소비주체라기보다 불안을 사적으로 관리하는 위험관리 단위가 된다.
6.4 공통점 4: 계급 구조와 재생산 비용이 핵심이다
소비가 가장 먼저 약해지는 계층은 대체로 비슷하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저소득층, 자영업자, 지방 거주자, 이주노동자, 농민공 같은 주변부 계층이다. 이들은 자산이 적고 임금 협상력이 낮고 복지 접근성이 약하다. 그래서 소비 위축을 ‘평균 가계’로 설명하면 현실이 흐려진다.
7. 마르크스주의적 해석: ‘소비심리’가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의 위기다
쉽게 말해, 노동자가 다시 내일 출근할 수 있으려면 집, 음식, 교육, 돌봄, 의료, 노후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이 노동력 재생산이다. 그런데 세 나라 모두 이 재생산 비용의 상당 부분이 임금과 가족 내부로 떠넘겨져 있다.
- 한국에서는 주거와 교육, 부채상환이 임금을 잠식한다.
- 일본에서는 낮은 임금과 비정규 고용, 젠더화된 돌봄이 가계를 압박한다.
- 중국에서는 주거·교육·의료·노후 위험을 국가보다 가계가 더 많이 떠안는다.
이 조건에서 소비를 늘리라는 요구는 사실상 모순이다. 가계는 불안정한 재생산 조건 속에서 소비보다 생존을 우선한다. 그러므로 소비 부진은 비합리적 심리 현상이 아니라, 임금 억제·자산화·복지 부족이 낳은 합리적 방어행동이다.
또한 세 나라 모두 자본 축적 전략이 가계를 압박해 왔다.
- 한국: 부동산과 신용에 의존한 자산 축적.
- 일본: 기업 수익성 회복 우선, 임금 전가 지연.
- 중국: 투자·부동산 중심 성장, 가계 이전 부족.
즉 소비를 살리고 싶다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분배 구조와 재생산 체제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
8. 정책 해법: 단기 안정화와 구조개혁을 분리해 보자
8.1 한국
단기 안정화
- 하위 50% 가구 중심의 현금성 이전 확대
물가상승과 이자부담을 감안하면 보편적 캠페인보다 저소득·청년·한부모·고령층 집중 지원이 소비 승수가 높다.
- 변동금리·취약차주 원리금 부담 완화
금리 인하만으로는 자산시장 재과열 위험이 크므로, 취약차주 선별 채무조정·고정금리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
- 전월세 및 보증금 부담 경감
청년·무주택 가구 대상 임대료 보조, 보증금 대출 이차보전, 공공임대 즉시 공급 확대.
- 에너지·교통·필수재 생활비 완충
실질소득 방어 효과가 크고 단기 소비지지에도 유효하다.
구조개혁
- 주택의 금융상품화 축소
다주택·투기성 보유 억제, 토지이익 환수, 공공임대·사회주택 대폭 확대.
- 수도권 주거비 구조 개혁
공급만이 아니라 일자리·교육·의료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급 확대도 가격 자산화로 흡수된다.
- 가계부채 억제와 임금주도 분배 개선 병행
총부채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소득 몫을 높이고 사회보험 포괄성을 확대해야 한다.
- 돌봄·교육의 사회화
사교육과 가족 돌봄 부담이 줄어야 가처분소득이 소비와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된다.
8.2 일본
단기 안정화
- 중저소득층 대상 실질소득 보전
에너지·식료품 가격 대응 세액환급 또는 현금지원.
- 중소기업 임금인상 지원의 조건부화
단순 보조가 아니라 정규직화, 하청단가 정상화, 사회보험 가입 확대와 연동.
- 비정규·단시간 노동자의 사회보장 강화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에 직접 효과.
구조개혁
-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질화
정규/비정규 이중구조를 줄이지 못하면 소비 기반은 복원되지 않는다.
- 연공급·장시간 노동·젠더 분업 구조 개혁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화를 줄여야 가계소득 기반이 넓어진다.
- 가족정책과 주거정책의 결합
육아·돌봄·주거 지원을 함께 강화하지 않으면 출산·가계형성·내수 회복을 동시에 잡기 어렵다.
- 공공서비스와 지방 생활 인프라 강화
고령화와 지방소멸 대응은 소비정책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살 수 있어야 지역에서 소비도 유지된다.
8.3 중국
단기 안정화
- 가계 직접 이전 확대
청년실업·저소득층·농민공·양육가구·노년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과 사회급여 확대.
- 미분양·부실 프로젝트의 공공임대 전환
건설사 구제가 아니라 주거안정 목적이어야 한다.
- 지방정부의 소비 촉진보다 생활안정 우선
일회성 소비쿠폰보다 의료·교육·실업·양육비 지원이 더 지속적이다.
- 고용 안정 대책
청년·서비스업·플랫폼 노동자 대상 사회보험 연계와 공공고용 프로그램 확대.
구조개혁
- 부동산 성장모델 축소
토지재정 의존과 선분양·레버리지 중심 구조를 줄여야 한다.
- 사회보장 확대와 호구제도 개혁
도시 이주노동자도 교육·의료·주거복지에 실질 접근해야 소비성향이 올라간다.
- 가계소득 몫 확대
임금·이전소득 비중을 높여 투자 중심에서 가계 중심으로 재균형해야 한다.
- 공공서비스의 전국적 균등화
지역·계층 격차가 큰 한 예방적 저축은 계속 높게 유지된다.
9. 세 나라에 공통으로 필요한 원칙
- 가계로 직접 이전하라
기업·부동산·금융기관에 우회 지원해선 소비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 주거비를 낮춰라
내수 회복의 가장 강력한 정책 중 하나는 실질임금 인상만큼이나 주거비 인하다.
- 비정규·청년·여성·이주노동자부터 보강하라
이 계층이 한계소비성향이 높고 현재 가장 눌려 있다.
- 부채 또는 예방적 저축의 원인을 제거하라
한국은 부채상환 압박, 중국은 저축 필요, 일본은 저임금 불안정이 핵심이다.
- 소비를 결과로 보고, 원인을 소득·주거·복지에서 찾아라
소비 진작 캠페인만으로는 구조를 못 바꾼다.
10. 결론
한국·일본·중국의 가계소비 부진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가계가 재생산 비용을 너무 많이 떠안는 체제의 결과다. 한국은 주거비와 가계부채가, 일본은 장기 실질임금 정체와 비정규 구조가, 중국은 부동산 조정과 복지 부족, 고용 불안이 소비를 누른다.
따라서 해결책도 명확하다. 소득을 직접 높이고, 주거비를 낮추고, 고용을 안정시키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말하면, 내수 회복은 심리전이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사회화와 분배구조의 교정 문제다. 사람들에게 “소비하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참고자료
- OECD, 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4 (2024). https://doi.org/10.1787/c243e16a-en
- OECD, OECD Economic Surveys: Japan 2024 (2024). https://doi.org/10.1787/41e807f9-en
- OECD, Employment Outlook 2024 – Country Notes: Japan (2024).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oecd-employment-outlook-2024-country-notes_d6c84475-en/japan_ba997ec7-en.html
- OECD Data, Household debt. https://www.oecd.org/en/data/indicators/household-debt.html
- 한국은행, 「Household Credits in Q2 2025」. https://www.bok.or.kr/eng/bbs/E0000634/view.do?nttId=10093077&menuNo=400069
- 통계청, 「2025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https://www.kostat.go.kr/board.es?mid=a10301010000&bid=214&act=view&list_no=438263
- 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 관련 발표. https://www.korea.kr/common/download.do?fileId=198258817&tblKey=GMN
- 국가발전지표, 「주거비 지출」.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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