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와 현재 4: 촛불 이후의 기대와 좌절 (2016~2023)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26
연재 안내: 이 글은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와 현재: 87년 체제에서 플랫폼 시대까지' 5회 연재의 4회차다. 1회차(1987년 폭발) · 2회차(IMF 충격) · 3회차(제도화와 딜레마)에 이어, 촛불혁명이 가져온 기대와 그 기대의 구조적 소진을 추적한다.
2016~2017: 촛불의 에너지, 탄핵의 통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의 촛불혁명은 수백만 명을 거리로 불러냈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결과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탄핵의 경로는 촛불 운동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처리했다.
민주노총은 촛불 집회에 대규모로 결합했다. 그러나 운동의 정치적 방향 설정에서는 수동적이었다. 볼셰비키그룹의 2020년 분석은 이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박근혜퇴진운동이 전개되는 동안 민주당을 포함한 자본주의 제도권 정당들에 심각한 불신이 팽배했다. 시위대는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겪었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때에도 이렇다 할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이었다. 투쟁으로 의식이 상승하고 있던 시위대는 본능적으로 민주당에게 곁을 주지 않고 있었다."
시위대는 본능적으로 민주당을 경계했다. 그러나 탄핵 정치의 구조 — 헌법재판소, 특검, 대선 — 는 이 에너지를 선거 정치의 문법으로 번역했다. 계급적 요구가 아닌 '공정'과 '법치'의 언어로. 그리고 2017년 5월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 기대의 구조와 배신의 메커니즘
최저임금 인상: 약속과 후퇴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 16.4%, 2019년 10.9% —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은 수십 년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부터 후퇴가 시작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2018) —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에 포함해 실질 인상 효과를 희석시켰다. 2020년 인상률은 2.9%로 급락했다. 1만원 목표는 문재인 임기 안에 달성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작해 최저임금 개악으로 이어진 역주행"으로 이 시기를 정리했다 (『문재인 정부 개정 노동법제 평가』, 2021).
주 52시간제: 원칙과 예외의 확장
주 52시간제(2018)는 OECD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시행 직후부터 '탄력근로 기간 연장' 요구가 경영계로부터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유연화를 요구하는 자본의 논리에 맞춰 제도의 원칙이 실제로는 공동화됐다"는 민주노총의 비판은 과장이 아니었다.
ILO 핵심협약 비준: 성과인가, 면피인가
2021년 ILO 핵심협약 비준(결사의 자유 관련 제87호·제98호)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상징으로 제시됐다.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비준과 동시에 '노란봉투법'(파업 시 손배 면책) 제도화는 뒤로 밀렸다. ILO 비준을 활용해 노동법 개정에서 양보를 얻어낸 자본 측과 경총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었다. 한국 노조 가입률(13%)이 OECD 하위권에 고착된 구조 — 비정규직 광범위 배제, 기업별 교섭 중심 — 는 협약 비준으로 바뀌지 않았다.
2021년 8월: 문재인 정부의 민주노총 침탈
촛불 기대가 최종적으로 소진된 사건은 2021년 8월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집회를 제한하는 가운데, 2021년 8월 9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를 침탈했다. 박근혜 정권의 2013년 침탈에 이어 두 번째.
볼셰비키그룹은 2021년 8월 즉각 성명을 냈다: "민주당 문재인 정권은 정권 내내 공을 들여, 해체 직전의 극우분파를 되살려 양당 체제를 복원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 8월에는 박근혜 정권 패악질의 진짜 주범 이재용을 석방했다. 그 보름 후인 오늘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잡아 가두려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했다. 이로써 민주당 정권은 촛불투쟁을 가로채, 2016~17년 겨울 노동인민이 에너지를 한껏 모아 달구었던 진보의 열기를 식히고, 그 항쟁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자신의 역사적 책무'를 온전히 수행해 내었다."
이 분석은 민주당 정권과 보수 정권의 노동 탄압 연속성을 가리킨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진보적' 자본주의 정부들이 노동운동을 관리하고, 제도 안으로 흡수하고, 필요할 때 탄압하는 패턴의 반복. 박근혜의 탄압이 노골적 폭력이었다면, 문재인의 탄압은 '촛불의 배신'이라는 점에서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윤석열 정부: 공세의 직접화 (2022~2023)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전 보수 정권들의 노동 공세를 훨씬 공격적으로 재개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업무개시명령 (2022년 11월)
2022년 11월 24일, 전국화물자동차운수사업연합회(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의 최저 운임을 보장해 과속·과로 운전을 줄이기 위한 제도였다. 정부는 제도 확대를 약속해놓고 번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멘트 부문 화물기사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 명령으로 박탈하는 조치. 한국노총도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며 반발했다. 16일간의 파업 끝에 화물연대는 복귀했다. 안전운임제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일몰 조항에 따라 폐지됐다.
건설노조 탄압 (2023년 1월~)
2023년 1월부터 경찰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한국노총 건설노조 사무실을 일제히 수색했다. "건설 현장 채용 비리와 갈취"가 명분이었다. 이후 건설노조 간부 수십 명이 구속됐다.
실제로 건설노조 일부 지회에서 불법적 관행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탄압의 규모와 방식은 조직 해체를 겨냥한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개별 비위 문제를 명분으로 한 조직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건설 현장 비정규화와 원하청 구조가 낳은 구조적 문제를 노조에게 전가하는 역전된 논리였다.
노란봉투법 거부권
2023년 국회는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 2.0)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핵심은 파업 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노조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 거부는 단순한 단일 법안 거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1990년대 이후 수십 년간 쌓인 손배·가압류 구조를 현 정권이 적극적으로 옹호하겠다는 명시적 선언이었다. 2023년까지 누적된 노조·노동자 대상 손배 청구 총액은 수천억 원 규모에 달했다.
구조적 총평: 기대와 좌절의 반복 메커니즘
2016~2023년을 관통하는 패턴은 반복이다.
첫째, '진보 정권' 환상의 재생산. 노동운동은 이명박·박근혜 시기에 '우군' 민주당을 갈망했다. 문재인 집권 후, 민주노총 지도부 일부는 다시 문재인 정부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 결과는 최저임금 후퇴, 주 52시간제 공동화, 민주노총 침탈이었다. 민주당 계열 정부가 '덜 나쁜 자본주의 관리자'라는 사실을 노동운동은 두 번씩 배우는 셈이다.
둘째, 비정규직 문제의 지속적 심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공공부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대상을 '직접 고용' 공무직으로 제한하면서, 간접 고용 하청 노동자의 상당수는 제외됐다.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 고용 논란(2020)은 이 모순을 전국적으로 가시화했다.
셋째, 손배·가압류의 무기화 지속. 노란봉투법이 두 차례(2023, 2024) 거부권으로 막힌 현실에서, 파업에 대한 민사 손배 청구는 노동운동 억제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굳어졌다.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2014), 현대자동차(2014), SPC 계열 노동자들이 억 단위 손배 청구를 받았다.
넷째, 조직률 정체와 비정규직 배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조직률은 12~14% 범위에서 정체했다. 100만 조합원을 넘은 민주노총의 양적 성장은 주로 대기업·공공부문에서 이뤄졌다. 청년·여성·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의 조직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가깝다.
2023년의 임계점: 노동운동은 어디에 서 있는가
2023년은 세 가지 압력이 동시에 가해진 해였다.
건설노조 탄압, 화물연대 패배의 여진, 노란봉투법 거부권 — 이 세 가지는 노동운동의 제도적·조직적 역량을 동시에 공격했다.
그러나 같은 해, SPC 계열 노동자들의 장기 투쟁, 기후위기와 노동 의제의 결합을 시도하는 청년 활동가들의 등장,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의 실험적 전진도 있었다. 노동운동의 지형이 87년 체제의 대기업-정규직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압력이 내부에서 증가하고 있었다.
이 내부 압력이 어디로 향하는가 — 그것이 5회차(최종회)의 주제다.
2016~2023년의 결산
이 시기가 노동운동에 남긴 유산은 냉혹하다.
- 촛불혁명의 계급적 에너지는 제도 정치로 흡수됐다.
- 문재인 정부는 노동운동에 최저임금 후퇴, 시간제 공동화, 침탈을 선사했다.
- 윤석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건설노조 탄압, 손배 무기화로 더 직접적인 공세를 재개했다.
- 비정규직 문제는 40년 동안 미해결인 채 오히려 플랫폼화로 더 복잡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87년 체제에 대한 내부 비판은 어느 시기보다 명시적이다. 산별 전환의 미완, 손배 문제의 사회적 가시화, 기후-노동 연계 시도,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 — 이 흐름들이 합류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오늘 한국 노동운동의 핵심 쟁점이다.
참고
- 볼셰비키그룹, 「민주당 정권의 민주노총 침탈에 부쳐」, 2021 (https://bolky.jinbo.net/index.php?mid=board_FKwQ53&document_srl=11835)
- 볼셰비키그룹, 「노예의 목줄 채우기」, 2020 (KG 문서)
- 민주노동연구원(민주노총), 「문재인 정부 개정 노동법제 평가」, 2021 (http://kctuli.kctu.org)
-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문재인 정부 2년 노동정책 평가」, 2019 (https://nodong.org/statement/7439162)
- 월간노동법률, 「민주노총 2018년 평가와 2019년 과제」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28725)
-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관련: 한국노총 보도자료 (http://inochong.org), 건설노조 성명 (https://www.kcwu.or.kr)
- 한국노동체제연구회, 「한국 노동체제의 진단과 과제」, ltoss.co.kr (2017)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에 관한 연구」 (https://journal.kci.go.kr/kasp/archive/articlePdf?artiId=ART002532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