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지대는 없다

7월 2일, 리투아니아 의회 정당들이 핵무기와 외국 군사기지에 대한 헌법적 금지 철폐에 합의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지정학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리 헌법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작성되었다"고 말했다. 1990년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회복한 후 36년간 유지된 헌법 조항이다. GDP 대비 7% 국방비, 독일 여단 상시 주둔 준비, NATO 가입 후 가장 엄격한 반핵 조항의 철폐. 이 세 단계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완충지대는 더 이상 완충지대가 아니다.

같은 날 벨라루스 안전보장회의는 자국민에게 러시아 여행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브랸스크 지역에서 벨라루스 관광버스가 드론에 피격된 직후였다. 6월 17일에는 같은 지역에서 벨라루스 유소년 축구팀 버스가 피격되어 인솔자가 사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고의적 공격이라 주장하고,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의 자작극이라 반박한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결과는 명백하다.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 자국민에게 "러시아에 가지 마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상황.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영토를 통해 키이우로 진격하던 그 동맹이 4년 반 만에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투스크 총리가 앙카라 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추가 재정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EU 동부 국경 방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논리였다. 동시에 미국 정보당국은 폴란드에 러시아가 수개월 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칼리닌그라드나 벨라루스에서의 미사일·드론 공격, 지상 침공 시나리오까지 포함된다. 바르샤바는 한편으로 위협을 느끼고, 다른 한편으로 지원의 물질적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중압박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은 하나의 역사적 힘이 각기 다른 지형에서 발현된 결과다. 전쟁이 4년 반을 넘기면서 완충지대에 대한 효과가 양적 증강에서 질적 변형으로 이행했다. 국방비를 몇 퍼센트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헌법 자체를 갈아치우는 단계. 국경에 철조망을 더 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 국민에게 동맹국 영토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하는 단계. 전쟁의 장기화는 완충지대라는 지정학적 개념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다. 완충은 영원한 균형 상태가 아니라 임시적 모순 봉합일 뿐이다. 모순이 일정 역치를 넘으면 봉합이 뜯어진다.

루카셴코의 딜레마는 이 붕괴를 가장 선명하게 압축한다. 6월 29일 푸틴과 회담하고 곧바로 베이징으로 날아가 시진핑을 만난 그의 일정은, 2년 전에 분석한 생존형 줄타기의 연장이다. 그러나 줄의 장력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당시에는 러시아의 참전 압박을 중국 카드로 버티는 구도였다면, 지금은 자국민에게 "러시아에 가지 마라"고 공개 경고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다. 동맹은 형식적으로 유지되지만 실질은 좀먹혀가고 있다. 베이징은 벨라루스의 주권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모스크바를 대체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모스크바의 벨라루스 흡수를 견제하겠다는 신호다. 루카셴코의 생존 공간은 두 제국 사이에서 수축하고 있다.

한반도에 이 모든 것은 먼 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완충지대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한미동맹은 남한을 제국주의 질서의 완충지대로 편입시켰고, 북한은 미국 주도의 제국주의 질서에 포섭되지 않은 채 반제국주의적 완충지대라는 지위를 점유해왔다. 양쪽 모두 완충지대라는 동일한 지위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점유해온 셈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험이 증명하듯, 완충지대의 역사적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헌법을 고치고, 벨라루스가 동맹의 실질을 재검토하고, 폴란드가 지원의 물질적 한계를 인식하는 것을 보라. 분단 체제의 지속을 완충 논리로 정당화하는 주장은 유럽의 현실이 보여주듯 점점 현실 적합성을 잃어가고 있다. 문제는 붕괴의 방향과 주체다. 제국이 관리하는 붕괴가 아니라,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통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