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당한 협상과 9번째 서킷브레이커

8월 3일 KOSPI 종가는 6,274.74, 4.86% 하락이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오늘 시장의 진짜 얼굴을 가린다. 장중 한때 지수는 20% 이상 폭락했고, 한국거래소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다. 2026년 들어 아홉 번째다. 2025년에는 단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었다. 그 후 25%의 장중 반등이 있었고, 종가는 5% 내외 하락으로 마무리되었다. 하루 동안 약 2조 원 규모의 시장 가치가 오갔다. 코스피의 연초 대비 변동성은 63%를 기록해 비트코인의 48%를 공식적으로 추월했다. 국가 대표 주가지수가 암호화폐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이는 상황. 이것이 한국 매판-독점자본주의의 현재 좌표다.

삼성전자는 8.76%, SK하이닉스는 8.79% 폭락했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이 하락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지수 자체의 설계 결함이다. AI 반도체 쏠림, 외국인 자본 의존, 그리고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증폭 메커니즘 — 올해 초 50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 레버리지 ETF 자산은 400억 달러로 폭증했고, 코스피 일간 거래량의 70% 이상을 반도체 두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하는 날이 빈번하다. 시장이 아니라 증폭기다. 상승은 과잉 증폭되고 하락은 연쇄 청산으로 전환된다.

이 와중에 모건스탠리는 한국 증시를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고 코스피 9,000을 제시했다. 레버리지 청산이 매수 기회라는 논리다. 이것이 제국주의 금융자본의 표준 동작이다. 시장을 붕괴시킨 구조적 취약성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가, 그 붕괴를 "매수 기회"로 재포장한다. 폭락을 만든 자가 폭락을 사는 구조.

이재명 대통령은 11일간의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 즉시 청와대에서 부동산·주식시장 비공개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순방의 공식 성과는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와의 자원 협력 강화였으나, 귀국 당일 그를 기다린 것은 순방 기간 중 6거래일 중 4거래일 하락한 증시와 76주 연속 상승 중인 서울 아파트 가격이었다.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45.9%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인용된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한 보도에서 인하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장 현실에 더 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다른 보도에서 익명의 부동산 전문가는 "대통령이 이미 마음을 정해놓고 방향을 바꿀 의사가 없다면 공개 토론회나 긴급 회의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재명이 추진해온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가계 자산 이동이라는 구상 자체가, 그 주식시장이 붕괴하는 현실 앞에서 근본적 의문에 직면한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의 이란 협상 발표가 이란 측에 의해 정면으로 부인당했다. 트럼프가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8월 3일 오후부터 협상이 시작된다"고 말한 지 몇 시간 후, 이란 외무부 대변인 바가에이는 "우리는 현재 미국과 협상하고 있지 않다. 우리의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오만과의 협상"이라고 못박았다. 트럼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취소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이란 측은 "우리가 공습 중단을 요청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의 평화 서사 전체가 이란에 의해 해체된 셈이다. 진짜 협상은 오만을 매개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 — 어떤 항로를, 누구의 주권 아래, 누구에게 통행료를 지불하고 통과할 것인가 — 라는 구체적이고 협소한 의제에 집중되어 있다.

트럼프의 공습 취소와 협상 개시라는 극적인 서사는 국내 정치용 연출이고, 이란의 부인은 그 연출의 허구성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 상호 부정의 이면에서 실제로 진행 중인 협상의 핵심은 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다. 이란은 오만과 함께 이란 해안에 근접한 항로만을 허용하고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이를 거부한다. 한국은 이 협상의 의제가 자신의 원유 수송로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 결과만을 기다리는 위치에 있다.

오늘 한국 증시와 이란 협상이라는 두 사건은, 일견 무관해 보이지만 동일한 제국주의 질서의 두 증상이다. 한국 시장은 그 질서의 금융 말단에서 극단적 변동성으로 반응하고, 이란은 그 질서의 군사적 최전선에서 협상과 전쟁의 경계를 흔든다. 양쪽 모두에서 진짜 협상은 무대 뒤에서 진행 중이고, 무대 위에서 발표되는 것은 정치용 대본이다. 세계 시장이라는 비인격적 힘 앞에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을 움직이지 못하고, 상대방의 부인이라는 인격적 저항 앞에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사건을 만들지 못한다. 두 무대 연출자가 서로 다른 좌표에서 같은 자리에 있다. 매판-독점자본주의 국가의 대통령과 제국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각자의 무대에서 말이 더 이상 현실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