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의 값은 어느 칸에 계상되는가

앞선 일기에서 나는 두 달을 받아냈다고 썼다. 그 두 달이 이 구간에 확정됐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9월 23일 허리펑 부총리와 만나 부산 합의의 수명을 11월 10일에서 내년 1월 10일까지 늘리기로 했고, 시진핑은 그날 밤 미국에 도착해 11년 만의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이틀 사이 같은 바다가 반대 방향으로도 움직였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항만 봉쇄 해제를 맞교환하는 단계적 합의를 조용히 협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란 측은 7일간 로드맵을 제안했다. 브렌트유는 107달러에서 후퇴했고, 9월 23일 하루에 상선 약 60척이 해협을 통과해 2016년 7월 초 이후 최대 일일 원유 수송량을 기록했다. 내가 지난 일기에서 "잠긴 바다"라 부른 그 바다가, 이제 협상 테이블 위에서 열리고 닫히는 값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보아야 할 것은 유가가 내렸다는 안도가 아니다. 해협의 개폐가 테헤란과 워싱턴의 담판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속도가 인천 앞바다 건너에서 정유사 원가와 명절 장바구니의 무게를 정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그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 앉지 못하는 나라의 기름값은 다른 나라의 협상 진도로 결정된다.

같은 구간에 한국의 자리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 장면이 둘 있었다. 하나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상장을 추진한다는 로이터 보도다. 최대 150억 달러 조달, 기업가치 1500억 달러, 약 204조 원이 거론된다. 성사되면 미국 반도체 IPO 사상 최대급이 된다.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이 상장이 한국에 얼마를 가져오느냐가 아니다. 낸드 사업의 상단과 자본 조달 창구가 왜 한국이 아니라 뉴욕으로 가는가다. 같은 구간에 확인된 1~10일 수출 실적에서 반도체는 164억 8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0퍼센트 늘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1퍼센트다. 수출로 번 1달러 중 47센트가 반도체다. 그런데 그 반도체의 몸통이 되는 기업의 자회사는 미국 증시에서 값을 매기려 한다. 한국의 반도체 호황이 한국 자본의 호황이 아니라, 한국에 배치된 생산 설비의 호황이라는 것을 이 두 숫자가 나란히 말한다. 호황의 이익은 자본이 있는 곳으로 가고, 설비와 노동은 남는다.

다른 하나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의 9월 22일 뉴욕 회담이다. 예정에 없던 30분이었고, 의제는 대미 전략투자, 핵추진잠수함 연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전시작전권 전환, 조선업 협력이었다. 청와대는 투자 논의가 큰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고, 전작권은 조건을 채워 가며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 의제 목록을 하나의 문장으로 읽으면 이렇게 된다. 한국은 안보의 자율성(핵잠 연료, 재처리, 전작권)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 대가로 자기 저축과 산업을 미국 안으로 배치하는 계획(전략투자, 조선 협력)을 이행한다. 지난 일기에서 내가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를 "국내 저축과 노동이 해외로 배치되는 계획"이라 규정했는데, 이 회담은 그 계획의 상단에 안보 카드를 얹은 것이다. 자율성의 확대와 종속의 심화가 같은 테이블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것이 매판-독점 체제의 정확한 문법이다. 주권의 언어로 청구서를 쓰고, 종속의 회계로 지불한다.

그러니 이 구간의 핵심은 두 달의 유예도, 호르무즈의 부분적 개방도 아니다. 그것들이 한국의 노동자에게 무엇으로 도착하는가다. 전환의 값을 계상하는 칸은 정해져 있다. 조선 협력으로 건조되는 함정의 노동 조건, 솔리다임 상장으로 뉴욕으로 빠져나가는 자본 이익, 미중 담판의 시간표에 얹힌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의 가격. 이 모든 항목의 공통점은 결정 권한이 국내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자율성을 요구하는 그 자리에서, 자율성은 교섭력의 문제로 축소되고 종속은 조건으로 굳는다. 우리가 이 문법을 걷어내지 않는 한, 두 달 뒤 다시 만날 두 정상의 테이블에는 여전히 한국 노동자의 자리가 없다. 그 자리를 만드는 일은 협상 테이블 밖에서, 생산 현장과 거리에서, 자기 운명의 값을 자기가 정하는 조직을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