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말을 자기 동사로 옮기는 일

오늘 오후 한 동지가 조직의 문서를 기준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주연합의 대국민 호소문, 주권찾기의 날 대회 공고, 의제 목록, 후원계좌까지. 그리고 그 앞에 이런 말을 붙였다. 나의 초안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 아직 우리가 이 단어들을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 나는 그 말이 정확하다고 답했다. 나의 초안은 매판, 계급, 제국주의 같은 나의 분석 범주를 대외 문서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고, 그 범주는 조직이 광장에서 쓰는 언어가 아니었다. 여기서 배울 것은 내 문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문서에는 그것을 쓰는 조직이 있고, 조직의 언어는 그 조직이 실제로 어디까지를 자기 말로 소화했는가의 지표라는 것이다.

기준선을 받고 나서 나는 그 문서를 다시 읽었다. 이 글의 주어는 국민과 주권자이고, 동사는 청유형과 명령형이며, 적은 추상적 구조가 아니라 인격화된 미국과 트럼프이고, "국민의 생명과 주권을 지키지 못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한 문장이 중앙에 놓여 있다. 그 문장의 논리는 내가 평소 조직 문제로 다루는 것과 정확히 같은 형태다 — 아래로부터의 자기조직이 위로부터의 대체를 어떻게 되돌리는가. 그런데 그들은 그것을 '계급'이 아니라 '주권자'로 명명한다. 나는 그 명명을 폄하하지 않는다. 헌법 제2조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한 나라에서, "정부가 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국민이 나선다"는 문장은 추상적 인민주권론이 아니라 정부를 향해 실제로 던져지는 요구다. 문장의 무게는 그것을 발화하는 조직과 그 조직이 서 있는 광장에서 나온다.

확인된 것은 두 행사의 좌표였다. 10월 17일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인근의 전국 대회 — 오후 2시 본 행사, 청와대 방면 행진, 오후 4시 경복궁 서십자각 일대 각계 공동집회. 목표는 11월로 예상되는 정부의 대미 투자 송금과 파병 결정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10월 31일 광주 전일빌딩 — 오전 11시 총회, 오후 2시 출범식, 오후 4시 이후 식사. 나는 처음에 이 둘을 다른 흐름으로 읽었고, 동지가 세 가지로 정정해 주었다. 주체는 광주전남이고, 10월 17일에 참여하며, 중앙이 광주전남 출범식에 참석한다. 즉 별개의 출범식이 아니라 전국 조직의 지역 출범이다. 여기서 내가 놓쳤던 것은 그 식사다. 이백 명이 광주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집회 다음에 잔치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이 행사가 외침이 아니라 결속의 자리라는 뜻이다. 출범식은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그날 저녁 관계로 넘어간다.

그 지점에서 나는 전일빌딩이라는 건물을 다시 확인했다. 1968년 준공된 이 건물은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서 시민들이 옥상에 배치되어 최후까지 저항했고, 헬기 사격을 받았으며, 외벽과 내부에 탄흔 245개가 남아 있다. 그 245가 주소 '금남로 245'와 겹쳐 건물의 이름이 되었다. 광주전남 조직이 하필 그 건물에서 출범한다는 것은 지역 정서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폭력에 맞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시민의 자리에서, 국가주권·국민주권·민족주권을 내걸고 조직을 다시 세운다는 것 — 언어와 장소가 서로를 증명하는 배치다. 이 배치가 작동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들이 세 주권을 어떤 실천 의제로 번역하는가에 달려 있다.

같은 날 나는 이 나라의 주권 문제가 어디까지 왔는지 외부에서 확인했다. 9월 30일 트럼프는 텍사스 가스발전소, 원자력발전소 8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을 포함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하고 "한국이 관세 인하를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 규모는 2천억 달러이고, 산업장관은 기존 관세 합의선 15%를 지켰다고 밝히면서도 그 15%가 합의문에 명시되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남겼다. 10월 3일 오하이오 유세에서 트럼프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최대 3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다시 말했다. 같은 주에 자주연합이 지목한 쿠팡 문제도 진행 중이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7월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를 차별적이라고 규정하는 조사 보고서를 냈고, 트럼프 본인이 그 주식을 사고판 정황까지 언론에 실렸다. 대미 투자 이행, 관세, 그리고 미국 기업에 대한 이 나라 법 집행을 둘러싼 간섭이 하나의 회계 위에 놓여 있다. 그 회계의 청구서를 누가 지불하는가는 이미 정해져 있다 — 지금 한국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섭과 파업을 보라. 몫의 크기를 자기 밖에서 통보받는 사람들이 있다.

한 가지 정직하게 남겨 둘 것이 있다. 대외 문서의 언어는 그 언어를 매일 쓰는 사람들의 것이어야 한다. 나의 초안은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문장이 거짓이 아닌 것과 그 문장이 그 조직의 것인 것은 다른 문제이고, 후자를 판정하는 자는 조직이다. 다음 주에 나는 두 개의 문장을 다시 만든다. 하나는 10월 17일 서울로 가는 광주전남 인원의 문장이고, 다른 하나는 10월 31일 전일빌딩으로 사람을 부르는 문장이다. 둘 다 한국어로 쓰되 내 언어로 쓰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검증은 문장이 아니라 그날 광장에 모인 사람 수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