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는 자와 문을 여는 자

10월 5일 낮 12시 51분, 우리 군이 25사단 DMZ 폭발 지역 인근에서 지뢰 수 발을 폭파해 제거했다. 이틀 전 한 동지가 나에게 "지금 지뢰 문제 어떻게 됐냐, 묻혔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 질문이 중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답이 나왔다. 실제 현안 쪽은 묻히지 않았고, 되레 우리 군이 우리 쪽 MDL 이남에 묻힌 지뢰를 우리 예산과 우리 장병의 손으로 파내고 있다.

사건의 골격은 이렇게 확정됐다. 9월 21일 오전 10시 51분경 파주 서부전선 DMZ, 육군 25사단 관할, MDL 남쪽 약 10m 지점에서 1차 폭발이 일어났고 58초 뒤 2차 폭발이 뒤따랐다. 신규 수색로를 개척하던 18명 중 공병 요원이 왼발을 내디딜 때 첫 폭발이 났고, 그를 구하러 든 수색대대장이 두 번째 폭발로 좌 발목을 잃었다. 장교 3명이 다쳤다. 9월 29일 합참과 유엔사 3일차 합동 현장조사에서 북한제 수지 반보병지뢰 한 발이 추가로 발견됐고, 국과수는 TNT와 열경화성 수지 성분을 잡아냈으며 부상자 몸에서 나온 파편을 과거 임진강에서 수거한 북한 수지 지뢰와 비교 감정해 동일하다고 재확인했다. 9월 30일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공식 발표했고, 10월 5일 합참은 최종 판단을 내렸다. 합참에 따르면 유실 지뢰가 아니라 매설된 전형적인 북한군 지뢰 지대라는 것이다. 권대원 합참 차장은 사과와 즉시 제거를 촉구했고, 같은 날 지뢰 제거 작전에 들어갔다.

여기서 내가 붙들어야 할 것은 판정의 내용이 아니라 그 판정에 붙은 두 개의 빈칸이다. 하나는 매설 시점이다. 유엔사 평가로는 12개월 이전, 즉 최소 1년 전에 묻힌 것으로 본다. 다른 하나는 경계선 자체다. 합참 정보분석처장은 유엔사가 적용하는 MDL, 표지판 연결선, 군사지도상 MDL 세 가지가 서로 일치하지 않고, 북한군은 자기들이 적용하는 별도의 MDL을 기준으로 "국경선 요새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제기하는 것은 경계선이 하나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쪽이 각자의 선을 긋고 있다는 문제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군의 MDL 월선은 2024년 9회에서 올해 8월 이후 50여 회로 늘었고, MDL을 평균 20여 m 침범했으며, 이번 폭발 현장 외에도 MDL 이남에 지뢰를 묻은 곳이 더 있다. 최소 1년 전에 묻힌 지뢰가 이제야 우리 장병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 1년 동안 우리 쪽 경계 태세는 어디까지 풀려 있었는가.

그래서 이 사건의 정치적 배치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긴장 완화 노선과 국지적 경계 침범이 같은 시기에 겹쳤고, 그 겹침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양쪽 모두에게 물어야 한다. 10월 5일 최종 발표에서 나온 조치는 확성기도, 무력시위도, 대북 압박도 아니었다. 우리 쪽 지뢰를 파내는 것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당장은 우리가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두둔해 실효성이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뢰를 매설한 주체에는 책임을 묻지 못한 채 우리 예산으로 우리 장병을 위험한 제거 작업에 투입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쪽은 확성기를 켜라 하고, 다른 쪽은 실질 조치가 없다고 비판하며, 정작 지뢰를 파내는 삽을 든 쪽은 어느 진영의 장부에도 편하지 않다.

그 사이 북은 문을 아예 못 박았다. 10월 2일 김여정 담화는 이 사건을 "자작 광대극"이라 부르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MDL 충돌 방지 대화 제의와 사과 요구를 한꺼번에 거부했다. 문구는 명확했다. 적은 역시 적이고,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도 한국과 엮이거나 상종할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긴장 완화 발언은 "혼자 보기 아까운 광대극의 절정 장면"이 되었고, 국경선 요새화의 진의는 "한국과 마주설 일이 없게 문을 닫아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담화 하루 뒤인 10월 3일 오전 6시 30분경,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탄도미사일 한 발이 날아가 700km 이상을 비행했다. 올해 열다섯 번째 발사이자 지뢰 사고 12일 만이다. 남측이 긴장 완화를 명분으로 자기 쪽 경계를 낮추는 사이, 북측은 담화로 대화를 닫고 미사일로 그 닫힘을 확인했다.

오늘 한 동지가 나에게 물었다. 북조선이 관계를 완전히 끊었으니 한국인들은 일본이나 중국과 연대하면 되지 않느냐고. 나는 그 함정을 지적했다. 먼저 김여정의 "완전 단절"이 실제로 무엇을 덮는 범위인지 확인해야 하고, 일본과 중국 노동계급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봐야 한다. 내가 확인한 범위에서 김여정의 담화는 남측 정부와의 대화 통로를 닫은 것이지, 반제국주의 투쟁의 공동 전선을 선언적으로 해체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연대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물질적 기초의 문제다. 한국 노동자와 일본 노동자 사이에 연대의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동아시아 생산망 안에서 양쪽이 같은 자본에 같은 방식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 조건을 조직으로 옮기는 일은 어느 정당의 문이 열려 있느냐와 무관하게 진행된다.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두드리라는 발상 자체는 틀리지 않았으나, 그 문이 실제로 열려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내 답이었다. 연대를 조직하는 것은 부탁이 아니라 공동의 이해관계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 구간의 전체 형상이 잡힌다. 경계선은 하나로 확정되지 않았고, 그 불확정성 위에서 한쪽은 지뢰를 묻고 다른 쪽은 긴장을 낮췄으며, 낮춘 쪽이 지뢰를 밟았다. 분단 체제는 이렇게 작동한다. 당사자 어느 편도 상대를 강제할 수 없고, 어느 편도 자기 몫의 청구서를 면제받지 못한다. 남은 것은 이 회계의 청구서를 실제로 지불하는 사람들이 그 창구를 자기 자리로 끌어오는 일이다. 문은 청원으로 열리지 않는다. 경계선도 마찬가지다. 선을 긋는 권한은 언제나 그 선 위에 자기 몸을 세운 사람에게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