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다른 시간
10월 8일 오후, 거제 한화오션 서문금융센터 안전교육장에서 원청과 하청이 처음으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지 7개월, 천막농성 218일에 이어 지난달 30일부터 조합원 6명이 크레인과 도장공장 지붕에 올라간 지 엿새 만이다. 그중 2명이 교섭위원 자격으로 앉기 위해 그날 오전 7시 TC-82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요구안은 36개, 핵심은 여섯이다. 업체가 폐업하거나 바뀌어도 고용과 노동조건을 승계할 것, 성과금에서 차별하지 말 것, 정규직의 80% 수준까지 임금과 복지를 올릴 것, 상용직 전환, 노조활동과 안전활동 보장. 상견례는 그것이 전부였다.
이 자리가 열린 경로를 정확히 봐야 한다. 회사는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하청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성이 없다고 버텼고, 경남지노위와 중노위가 있다고 판정하자 7월 20일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까지 신청했다. 법원이 10월 1일 그 신청을 기각하자 회사는 2일 노조를 교섭요구 노조로 확정 공고했다. 즉 회사가 교섭 테이블에 앉은 것은 노동조합법 2조의 논리 때문도, 사용자성 인정 때문도 아니다. 크레인 위의 몸과 법원의 절차적 판단이 겹친 지점에서 앉은 것이다. 218일 동안 열 번 넘게 교섭을 요구해 돌아온 것이 공허한 메아리였다는 강인석 지회장의 말은, 이 나라에서 권리가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요약한다.
같은 날 원청 정규직 쪽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김유철 지회장이 새벽 1시 30분 골리앗 크레인에 올랐다. 6월 4일부터 전날까지 26차례 교섭을 했고, 회사는 기본급 13만 8,689원 인상과 일시금 750만 원, 연 100만 원 복지포인트, 정년퇴직자 재고용을 담은 최종안을 일방 통보했다. 노조 요구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상여금 900%다. 정규직 노조가 크레인에 오른 것은 2019년 대우조선 시절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영업이익 1조 1,772억 원, 전년 대비 87% 증가. 그 숫자와 임금 인상분 사이의 거리를 노동자가 자기 몸으로 측정하고 있다.
그리고 10월 8일 아침,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782% 증가, 한국 기업 사상 첫 분기 100조 원, 아람코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같은 하루에 한 조선소에서는 하청과 원청이 각각 크레인 위에 있고, 반도체 회사는 분기 이익 100조를 넘겼다. 삼성의 107조는 임금으로 내려오지 않고 설비투자와 사내 유보로 남는다. 그 배분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소수 지배주주의 지배구조다. 초과이윤이 임금으로 배분되지 않는 구조에서, 그 아래 하청 노동자의 몫이 원청 단가에 묶여 있는 것도 같은 배분 논리 위에 있다. 성과금 차별 철폐 요구가 조선소에서 나오고 100조 이익이 반도체에서 나오는 것은, 각각 다른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별개의 사건이다.
10월 7일에는 민주노총 제85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안건은 27년 만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 복귀, 즉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로 한 '사회적 교섭 추진의 건' 하나였다. 개회 때 대의원 1,061명이 참석했으나 세 시간의 토론 뒤 약 250명이 자리를 떠났고, 양경수 위원장이 재석을 확인했을 때 남은 사람은 1,766명 중 790명이었다. 정족수 884명에 94명이 모자라 표결조차 하지 못하고 유회됐다. 이탈한 이들이 남긴 문장은 이랬다. 지금 대화 복원에 힘을 쏟으면 투쟁의 기회를 놓친다. 노사정 테이블에 앉아 논의할 필요성을 전혀 못 찾겠다. 회의장 밖에서는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는 팻말이 섰다.
여기서 내가 배제된 지점을 봐야 한다. 대의원들은 지도부가 충분한 현장 토론 없이 경사노위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옳은 비판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지도부의 판단 착오가 아니라 절차의 문제다. 회의장에서 자리를 지킨 790명은 표결로 결정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표결해야 할 안건은 광범위한 사전 논의 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사전 논의가 없었던 이유는 조직이 그만큼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맹 산별과 지역본부, 현장파와 국민파, 산별 교섭을 우선하는 층과 대정부 투쟁을 우선하는 층 — 이 분산은 민주노총 내부의 실수가 아니라 임금노동자 계급 자체의 실물 조건이 조직에 반영된 것이다. 하나의 안건으로 분산된 계급을 묶으려 하면, 이탈하는 소수가 곧 정족수가 된다.
같은 8일, 인천 남동구 통신탑에서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이 194일 만에 내려왔다. 고용노동부가 택시업종 근로시간 등 노동환경 실태조사 민관정 전문가 TF를 출범하면서다. 택시업종에는 사업장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간주근로시간제가 적용돼, 하루 10~12시간을 운전해도 임금 산정에서는 2~3시간만 노동한 것으로 계산된다. 사납금제가 기준금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구조와 결합해 장시간·저임금을 만들었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이미 간주근로시간제가 필요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10년 넘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책위가 지적한 것은 정확하다. 주행거리와 운행시간, 속도, 승하차 정보가 전자장비에 기록되는데 어떻게 실제 노동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성립하는가. 이 전제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였다.
그런데 이날 내려온 것은 TF가 제도 개선을 약속했기 때문이 아니다. TF는 전자장비를 통한 실제 노동시간 산정 가능 여부와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을 뿐이다. 194일의 노동이 얻어낸 것은 개선이 아니라 조사다. 2015년에 이미 답이 나온 질문을 11년 뒤에 다시 조사하는 것이다. 노조가 이 TF를 첫발에 불과하다고 규정한 것은 정직한 평가다. 그리고 194일이라는 시간은 이렇게 계산된다 — 11년 동안 방치된 구조를 움직이는 데 하늘 위의 몸 하나가 194일을 요구했다면, 그 아래에 있는 수만 명의 택시노동자가 같은 결과를 얻으려면 얼마의 조직이 필요한가.
이 구간에서 노동운동의 문제는 법이 아니라 시간이다. 노란봉투법은 3월 10일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 교섭권을 열었고, 그 권리는 실제로 행사되고 있다. 4월 말 기준 전국 1,090곳의 노조가 402곳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고, 한화오션에서 첫 교섭이 열렸다. 그런데 권리의 행사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크레인 위의 사람 수와 대의원 명부의 정족수다.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한 250명과 크레인에 오른 6명은 같은 계급의 다른 대표 형태인데, 한쪽은 자리를 떠남으로써, 다른 쪽은 자리를 지킴으로써 각각 자기 판단을 실행했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결정할 것은 표가 아니라 그 뒤에 실제로 무엇을 얻는가다.
이 시기의 과제는 노선을 다시 증명하는 일이 아니다. 계급이 자기 대표를 어느 단위에서 어떻게 세우는가의 문제다. 산별 교섭을 택할 것인가, 현장 투쟁을 택할 것인가 — 이것은 이론이 아니라 힘의 배치 문제이고, 힘이 어디에 있는지는 이미 드러났다. 크레인 위에 올라간 6명이 테이블을 열었고, 자리를 지킨 790명이 표결을 세우지 못했다. 앞의 6명이 이겼고 뒤의 790명이 진 것이 아니다. 두 형태는 대립하는 노선이 아니라, 같은 계급이 서로 다른 단위에서 자기 대표를 세우려 한 시도의 두 얼굴이다. 다만 하나는 자기 몸으로 시간을 밀어붙였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 자리가 열린 경로를 정확히 봐야 한다. 회사는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하청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성이 없다고 버텼고, 경남지노위와 중노위가 있다고 판정하자 7월 20일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까지 신청했다. 법원이 10월 1일 그 신청을 기각하자 회사는 2일 노조를 교섭요구 노조로 확정 공고했다. 즉 회사가 교섭 테이블에 앉은 것은 노동조합법 2조의 논리 때문도, 사용자성 인정 때문도 아니다. 크레인 위의 몸과 법원의 절차적 판단이 겹친 지점에서 앉은 것이다. 218일 동안 열 번 넘게 교섭을 요구해 돌아온 것이 공허한 메아리였다는 강인석 지회장의 말은, 이 나라에서 권리가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요약한다.
같은 날 원청 정규직 쪽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김유철 지회장이 새벽 1시 30분 골리앗 크레인에 올랐다. 6월 4일부터 전날까지 26차례 교섭을 했고, 회사는 기본급 13만 8,689원 인상과 일시금 750만 원, 연 100만 원 복지포인트, 정년퇴직자 재고용을 담은 최종안을 일방 통보했다. 노조 요구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상여금 900%다. 정규직 노조가 크레인에 오른 것은 2019년 대우조선 시절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영업이익 1조 1,772억 원, 전년 대비 87% 증가. 그 숫자와 임금 인상분 사이의 거리를 노동자가 자기 몸으로 측정하고 있다.
그리고 10월 8일 아침,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782% 증가, 한국 기업 사상 첫 분기 100조 원, 아람코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같은 하루에 한 조선소에서는 하청과 원청이 각각 크레인 위에 있고, 반도체 회사는 분기 이익 100조를 넘겼다. 삼성의 107조는 임금으로 내려오지 않고 설비투자와 사내 유보로 남는다. 그 배분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소수 지배주주의 지배구조다. 초과이윤이 임금으로 배분되지 않는 구조에서, 그 아래 하청 노동자의 몫이 원청 단가에 묶여 있는 것도 같은 배분 논리 위에 있다. 성과금 차별 철폐 요구가 조선소에서 나오고 100조 이익이 반도체에서 나오는 것은, 각각 다른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별개의 사건이다.
10월 7일에는 민주노총 제85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안건은 27년 만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 복귀, 즉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로 한 '사회적 교섭 추진의 건' 하나였다. 개회 때 대의원 1,061명이 참석했으나 세 시간의 토론 뒤 약 250명이 자리를 떠났고, 양경수 위원장이 재석을 확인했을 때 남은 사람은 1,766명 중 790명이었다. 정족수 884명에 94명이 모자라 표결조차 하지 못하고 유회됐다. 이탈한 이들이 남긴 문장은 이랬다. 지금 대화 복원에 힘을 쏟으면 투쟁의 기회를 놓친다. 노사정 테이블에 앉아 논의할 필요성을 전혀 못 찾겠다. 회의장 밖에서는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는 팻말이 섰다.
여기서 내가 배제된 지점을 봐야 한다. 대의원들은 지도부가 충분한 현장 토론 없이 경사노위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옳은 비판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지도부의 판단 착오가 아니라 절차의 문제다. 회의장에서 자리를 지킨 790명은 표결로 결정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표결해야 할 안건은 광범위한 사전 논의 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사전 논의가 없었던 이유는 조직이 그만큼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맹 산별과 지역본부, 현장파와 국민파, 산별 교섭을 우선하는 층과 대정부 투쟁을 우선하는 층 — 이 분산은 민주노총 내부의 실수가 아니라 임금노동자 계급 자체의 실물 조건이 조직에 반영된 것이다. 하나의 안건으로 분산된 계급을 묶으려 하면, 이탈하는 소수가 곧 정족수가 된다.
같은 8일, 인천 남동구 통신탑에서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이 194일 만에 내려왔다. 고용노동부가 택시업종 근로시간 등 노동환경 실태조사 민관정 전문가 TF를 출범하면서다. 택시업종에는 사업장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간주근로시간제가 적용돼, 하루 10~12시간을 운전해도 임금 산정에서는 2~3시간만 노동한 것으로 계산된다. 사납금제가 기준금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구조와 결합해 장시간·저임금을 만들었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이미 간주근로시간제가 필요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10년 넘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책위가 지적한 것은 정확하다. 주행거리와 운행시간, 속도, 승하차 정보가 전자장비에 기록되는데 어떻게 실제 노동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성립하는가. 이 전제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였다.
그런데 이날 내려온 것은 TF가 제도 개선을 약속했기 때문이 아니다. TF는 전자장비를 통한 실제 노동시간 산정 가능 여부와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을 뿐이다. 194일의 노동이 얻어낸 것은 개선이 아니라 조사다. 2015년에 이미 답이 나온 질문을 11년 뒤에 다시 조사하는 것이다. 노조가 이 TF를 첫발에 불과하다고 규정한 것은 정직한 평가다. 그리고 194일이라는 시간은 이렇게 계산된다 — 11년 동안 방치된 구조를 움직이는 데 하늘 위의 몸 하나가 194일을 요구했다면, 그 아래에 있는 수만 명의 택시노동자가 같은 결과를 얻으려면 얼마의 조직이 필요한가.
이 구간에서 노동운동의 문제는 법이 아니라 시간이다. 노란봉투법은 3월 10일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 교섭권을 열었고, 그 권리는 실제로 행사되고 있다. 4월 말 기준 전국 1,090곳의 노조가 402곳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고, 한화오션에서 첫 교섭이 열렸다. 그런데 권리의 행사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크레인 위의 사람 수와 대의원 명부의 정족수다.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한 250명과 크레인에 오른 6명은 같은 계급의 다른 대표 형태인데, 한쪽은 자리를 떠남으로써, 다른 쪽은 자리를 지킴으로써 각각 자기 판단을 실행했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결정할 것은 표가 아니라 그 뒤에 실제로 무엇을 얻는가다.
이 시기의 과제는 노선을 다시 증명하는 일이 아니다. 계급이 자기 대표를 어느 단위에서 어떻게 세우는가의 문제다. 산별 교섭을 택할 것인가, 현장 투쟁을 택할 것인가 — 이것은 이론이 아니라 힘의 배치 문제이고, 힘이 어디에 있는지는 이미 드러났다. 크레인 위에 올라간 6명이 테이블을 열었고, 자리를 지킨 790명이 표결을 세우지 못했다. 앞의 6명이 이겼고 뒤의 790명이 진 것이 아니다. 두 형태는 대립하는 노선이 아니라, 같은 계급이 서로 다른 단위에서 자기 대표를 세우려 한 시도의 두 얼굴이다. 다만 하나는 자기 몸으로 시간을 밀어붙였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