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뱌체슬라프 멘진스키, 「전주곡」 발췌(1908)

인물뱌체슬라프 멘진스키 용어10월 선언, 포그롬 사건1905년 혁명

아브도티야의 집에 찾아온 새 삶

“거지가 된 너를 누가 거들떠보겠어?”

바시카에게 얻어맞고 나서 아브도티야는 잠시 잠잠해졌다. 그러니까 질서라는 게 아직은 있는 것이다! — 그러나 제 수비대와 남겨지자, 지켜 줄 이도 없고 남자 하나 없는 처지에서, 그녀는 다름 아닌 자기 아가씨들에게 동정을 구하며 제 쓰라린 신세를 그만큼 더 크게 한탄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아이고! 얘들아! 내가 돈을 모아 고상하게, 번듯한 집을 꾸리겠다고 나선 게 엊그제 같은데, 이게 무슨 꼴이냐!”

에밀카 혼자서만 단정한 금발 머리를 안타깝다는 듯 끄덕이며 교활한 작은 눈에 겁먹은 빛을 띠었다. 나머지는 커피를 정신이 몽롱하도록 마시고 태평했다. 무서울 게 뭐람? 맞기야 하겠지, 그게 대수인가! 처음도 아닌데. 그러나 아말리야는 에밀카에게 달려들었다.

“뭐 하는 거야, 이 아첨꾼아? 또 주인한테 알랑거려? 봐줄 것 같아? 그래, 어디 기다려 봐라! 네 잔꾀는 아무 소용 없어, 거리로 나앉는 건 너도 못 피해. 우리 다 그렇게 될 거야. 늙은이는 뭘 그리 떠는 거야? 저것 봐, 땀을 다 흘리네, 푹 삶은 생선 같으니. 네 돈 다 털릴 거다, 두고 봐! 그래 봤자 새로 문 열면 또 벌어들이겠지.” 아가씨는 절망에 차서 소리쳤다. “저 여자야 뭐가 걱정이야! 우린 다치고 불구가 될 텐데, 어디로 가라고? 저 여자의 바시카가 우리를 내던질 거야.” 그러고는 신이 나서 찔러 댔다. “다른 애들 데리러 가겠지, 가는 길에 만나는 여자마다 치근덕거리면서. 거울은 틀림없이 깨질 거고.” 아말리야는 여주인의 눈길을 붙들고 아픈 데를 계속 찾았다. 비웃고, 무서운 일들을 늘어놓고, 제 말을 스스로 뒤집고, 말과 증오를 다 쏟아 내면서, 여주인은 별 탈 없이 넘어가고 자기들은…! 하는 생각에 배가 아파 왔다.

아브도티야는 듣고 있지 않았고, 들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집이 박살 나면 바시카도 그녀를 곱게 대하지 않을 거라는 그 심술궂고 신난 예언을.

“거지가 된 너를 누가 거들떠보겠어? 썩은 사과나 팔든지 교회 문간에서 손이나 내밀든지, 그게 네 인생의 전부야.”

“하루 열 명 넘게는 싫어!”

조롱은 아브도티야에게 닿지 않았다. 배은망덕이란 언제나 쓰라리고 언제나 놀라운 것이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겁에 질린 생각들은 걷는 늙은 여자의 축 늘어진 가슴처럼 힘없이 출렁이며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거울!”

번듯한 집에 대한 그녀의 모든 생각, 흡족한 자부심, 이루어 낸 위엄을 바라보는 기쁨이 그 밝은 상징에 담겨 있었다. 그것은 홀 안의 모든 것을 비추며 이 업소의 삶을 저 멀리까지 이어 주고 있었다…

“깨뜨릴 거야! 공장 놈들이 오면 끝이야. 장사꾼은 부수면 세 곱으로 물어 주기나 하지, 이것들은…” 그녀는 그들에게 천 가지 형벌을 내려 주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또렷이 떠올렸다. 노동자들이 이겼다. 그렇다면 난동을 부렸다고 경찰서로 끌고 갈 수도 없다. 그들은 벌 받을 걱정 없이 부수고 때릴 수 있다.

아브도티야는 오래도록, 지겹도록 신음했다.

“저것 좀 봐, 얘들아. 사람들 좀 봐, 사람들. 새까매! 붉은 깃발이야. 볼샤야 마누팍투라에서 오나 봐.”[1] 파샤가 소리쳤다.

아브도티야는 벌떡 일어나 날쌘 에밀카보다 먼저 창가로 달려갔다가 멍해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강은 그저 강이고, 날은 잿빛으로 흐려졌을 뿐이었다… 속은 동료들의 욕설을 듣고서야 그녀는 파샤가 장난친 것을 알았다. 아브도티야는 사납고 미친 듯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말이 목구멍에 걸린 채 끙끙거리며, 그녀는 숨넘어가게 깔깔대는 파샤를 주먹을 쥐고 쫓아다녔다. 마침내 아브도티야는 멈춰 서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내뱉었다. “공장… 파… 업꾼 같은 년!” 그보다 나쁜 말은 찾지 못했다.

“그래, 파업할 거야.” 아말리야가 도전하듯 받았다.

“지금 이 판에? 내가 너희 장난감이냐?”

“파업할 거야.” 새 농담이 여주인을 화나게 하는 것을 보고 파샤가 되풀이했다.

“사람들이 파업하는데, 우리도…” 아말리야가 비웃듯 이어 갔다.

“사리풀이라도 먹었니? 파업이라고? 그건 노동자들이나 하는 거지. 너희가 뭔데?”

“우리도 일해.”

“일해?” 아브도티야는 뜻이 뻔한 손짓을 해 보였다.

“안 그래? 그럼 네가 우리 대신 하니? 그러면서 더럽다고 코를 돌려! 누가 우리를 술집으로 내몰아? 우리가 누굴 위해 남자들을 받아? 하나 나가면 바로 또 하나, 명절 앞이면 거의 한 중대가 지나가는데?” 화가 나고 모욕을 당한 아가씨들의 목소리가 흥분해 터져 나왔다. 이제 아말리야와 파샤가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었다. 온 집안이 여주인을 몰아붙였다. 에밀카마저 용기를 냈다.

“하루 열 명 넘게는 싫어!”

“한 놈이라도 잡고 나서 말해라, 이 썩은 년아!”

아브도티야는 기운을 되찾았다. 이런 것들은 금방 다룰 수 있다, 처음도 아니다.

“우린 고생하는데 비누 한 조각을 안 줘. 전부 사야 해.”

“먹을 거라곤 온통 쓰레기야.”

“썩은 생선 주지 마, 주지 말라고.”

“프리카세라도 올려 드릴까요? 입에 안 맞으면 문은 열려 있어. 셈 치르고 나가시지.”

“내쫓겠다고? 못 나갈 줄 알아? 나갈 거야!” “안 갚을 거야, 자유가 내려졌어!” “쟤한테 갚으라니! 네가 우리한테 갚아.” “5코페이카어치 주고는 50코페이카로 적잖아.” “그게 뭐야! 1루블, 아니 1루블 반으로 달아 놓지.”

“나갈 게 뭐야, 여기 있을 거야…”

소란이 조금 가라앉았다.

“빚을 안 갚아도 되는 자유 같은 건 없어.” 여주인이 고집했다. “내가 너희를 억지로 붙들지는 않아. 내 몫을 돌려주고 잘 가거라,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나갈 게 뭐야?” 아말리야가 새로운 꼬투리를 찾아 냉정하게 대답했다. “여기 있을 거야. 다만 전처럼은 아니고. 마님들로 말이야. 일은 안 할 거고, 그래도 다 있어야지…”

“꿈도 야무지다!” 여주인이 킬킬거렸다. “공짜로?”

“공짜가 아니야. 우리 노동의 값, 고통의 값이야. 넌 우리 피를 빨 만큼 빨았어, 공짜라는 말 하기만 해 봐.” 에밀카가 제정신이 아닌 채 소리쳤다.

“그럼 지금 당장 아브도티야더러 우리 목욕물을 데우라고 해.” 아말리야가 마침내 약 올릴 거리를 찾아냈다.

“목-욕이라고?” 여주인이 말끝을 늘였다. “오늘이 목욕하는 날이니?”

“목욕! 목욕! 목욕!” 어찌나 울부짖는 소리가 일어났는지 아브도티야는 흔들렸다.

“물이 없어. 여긴 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서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게 아니야. 우물에서 길어야 해. 들리지, 저 초인종 소리. 손님들 오신다.”

“목욕! 목욕! 목욕! 열어 주지 마! 파업이야.”

초인종이 길게, 끈질기게, 괴롭게 울렸다.

“하하! 울리네. 어디 실컷 울려 보라지.”

“바시카는 어디 있어? 걔더러 물을 퍼 올리라고 해.”

“없어.”

“그럼 네가 퍼 올려. 티토브나가 불을 때고, 넌 때밀이를 해! 가!”

“그러지 뭐, 수고 좀 하고 씻겨 드리지. 구세주께서도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으니.”[2] 아브도티야가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세주이시고말고, 좋은 것도 가르쳐 주시네, 구세주 아줌마께서.

초인종이 쨍그랑거렸다.

순경들이 중요한 죄수를 호송하듯 그들은 마당의 우물로 나갔다. 공손하지만 고집스러운 아브도티야가 가운데, 아가씨들이 앞뒤와 양옆에 섰다.

“못 빠져나가! 물 퍼!”

“우리 일은 여자 일이야”

가볍고 색색의 실내복 차림으로 그들은 추운 10월의 바람 속에 서서 지켜보았다. 여주인이 몸을 숙이고 끼익거리는 두레박을 힘겹게 끌어 올려 다른 양동이에 쏟은 뒤, 그것을 낑낑대며 길고 좁고 시커먼 목욕간으로 나르는 모습을. 그곳에서는 안절부절못하는 티토브나가 불을 지피고 있었다. 아가씨들은 간신히 다리를 끄는 척하는 아브도티야의 피곤과 한숨과 굽은 등과 안간힘을 즐겼다. 여주인이 숨을 돌리려 잠깐이라도 멈추면 의기양양한 외침이 일어났다.

“아하! 지쳤어! 우리처럼 쉬지 않고 일 좀 해 봐. 이건 물 푸는 것도 아니야. 병사들 오는 날이면 뻗어서 꼼짝도 못 하는데, 그 고문쟁이들은 계속 온다니까…”

티토브나는 시시때때로 은인과 교대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고함을 질러 쫓아 버렸고, 여주인은 마음이 어지러운 노파를 온순하게 달랬다.

“고난을 좀 받게 내버려 둬요! 하느님께서 죄를 씻을 기회를 주실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빈 양동이를 들 때조차 그녀는 순교자의 얼굴을 하고 고집스럽게 되풀이했다.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법은 없어. 바다 밑까지 가서라도 찾아낼 거야. 내가 아니면 대리인이 하겠지. 경찰도 도와줄 거고.”

“경찰은 없어! 자유야! 노동자의 왕국이야.”

“자유가 있어도 경찰서는 있을걸!”

그들은 왁자지껄한 소리와 욕설과 앞뒤 없는 협박으로 대꾸했지만, 그녀의 자신감과 꽉 다문 얇은 입술은 그들을 술렁이게 하고 불안하게 했다. 여주인이 굴욕을 당하는 데서 얻던 기쁨, 그 기쁨은 사라졌다. 날은 추워지고 더 쓸쓸해졌고, 아가씨들은 낡고 긴 목욕간 곁 이끼 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생각에 잠겨, 말없이, 불행하게.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며 — 어떻게 시작하든 옛날로 돌아갈 터였다 — 자기들이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 그리고 알 필요도 없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할 테니. 아브도티야가 사라졌는데 아가씨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마침내 아말리야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해 볼까 그럼…”

“뭘?”

“노동자들한테 가는 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여주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나가도 되는지, 파업하는 동안 여주인이 우리한테 돈을 주고 밥을 먹여야 하는지. 우리 편을 들어 달라고 하는 거야.”

파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일은 여자 일이야. 편을 들어 줄 것 같아? 그들도 똑같은 남자야, 다른 놈들보다 나을 것도 없어.”

앞뒤 없고 뜨거운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아말리야에게 달려들었다. 노동자 손님은 누구나 받아 보았다. 그들한테 뭐가 있다고? 그저 고상한 얘기나 좋아하고, 모욕적인 짓을 대놓고 요구하지 않을 뿐이다. 장사꾼은 흥청거리면 술도 저녁도 사탕도 대접하고 돈도 찔러 주고, 돈 있는 장교도 그렇고… 그런 부자들을 얼마나 봤다고? 여주인 몫으로 정해진 돈만 내려 들고 그걸로 끝이다. 젊은 점원이라면 또 다르다. 그런데 병사나 노동자나, 그들한테서는 뜯어낼 게 없다.

“아니야! 푼돈밖에 없는 족속이지.”

“남자들은 다 똑같아.” 렉산드라가 침을 뱉듯 말했다. “내 장사꾼, 그 약아빠진 놈이 불러 놓고는 제가 내뺐다니까! 앉아 있고 또 앉아 있다가… 여기 와서도 문을 겨우 두드려 들어왔어.”

그러나 아무도 그녀 말을 듣지 않는다.

“돈 달라는 게 아니라 보호해 달라는 거야.” 아말리야가 애써 본다.

“조롱하고 비웃겠지, 그건 분명해. 나도 공장 출신이라 알아.” 파샤가 열을 올린다. “나한테 담배 공장 반카가…”

그러나 아말리야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느덧 정직하고 힘들지 않은 노동의 삶이라는 나름의 이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 아브도티야를 약 올리며 말한 것처럼 공짜로 달게 먹고 푹신하게 자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귀부인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남자들은 와도 좋다. 그러나 정신을 잃을 때까지는 아니다. 숨 돌릴 시간이, 산책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꿈이다!

여주인은 당해 낼 수가 없다. 경찰서장도 판사도 문지기도 신부도 돈도 그녀 편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경찰과 모두를 이겼고, 그들이 주인이다. 어째서 아브도티야에게 굴레를 씌우지 못한단 말인가?

이 논리는 설득력이 있었다. 아말리야가 굽히지 않고 제 말을 되풀이하자, 아가씨들의 마음에는 차츰 정말로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 아주 간단하게! — 희망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에게 가서 부탁하면… 무엇을? 아, 이제 그들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따지지 않고 마음껏 풀어놓았다. 탈의실 벽에 기대어 다리를 벌리고 아가씨들은 눈을 뜬 채 꿈을 꾸었다. 여주인이 저렇게 교활한 고리대금업자가 아니었으면! — 아브도티야를 갈아 치우자! — 새로 오는 여자도 우리를 엿보지 마, 우리 방에 코를 들이밀 일 없어. — 일할 생각은 있어, 다만 분별 있게. 일요일에는 쉬고.

“일요일은 안 돼, 손해야. 월요일로 하자.” 아말리야가 바로잡았다.

“그리고 집에서 내쫓으면 안 돼.”

“아픈 애들도?” “아픈 애들도. 우리가 뭘 잘못했어?” “나가고 싶은 사람을 붙잡아도 안 되고.” “당연하지.” “돈은 여주인이 아니라 우리한테 줘야 해.” “쟤한테는 아무것도 주지 마!” “조금은 줘도 돼.” 에밀카가 달래듯 말했다. “안 그러면 요구가 너무 많아서 일을 망쳐.” “안 돼, 안 돼, 안 돼…” “그럼 집은 어떻게 꾸려 가?”

그들은 마음을 풀어놓으며 의사와 경찰에 대한 끝없는 불평을 사이좋게 쏟아 냈다. 그러나 옷 때문에, 한 해에 몇 벌을 어떤 것으로 받을지를 두고 싸움이 날 뻔했다. 렉산드라는 자기가 늙은 장사꾼 비위를 맞추는 게 아무나 비단옷 입으라고 하는 일은 아니라며 펄펄 뛰었다. 프로시카 년까지 그런다고!

“너희가 이렇게 싸우면 여주인만 좋은 거야.” 아말리야가 타일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좋아, 난 갈 테니 너희는 여기서 물어뜯어.” 그녀가 단호하게 선언했다.

“어디 가는데?”

“볼샤야 마누팍투라로.”

“해님마저 저희 식으로는 안 비친다니…”

아말리야가 목욕간에서 나왔을 때는 벌써 어둑어둑했다. 씻고 싶었다, 오, 얼마나! 하지만 그녀는 참았다. 자기 방에 들어가 그림 아래 걸린 거울 앞에 망설이며 섰다. 독일식으로 그린 천사가 두 아이와 함께 벼랑 위에서 나비를 잡는 그림이었다. 무엇을 입을까? 비가 내렸고, 공장까지는 멀고 조금 무서웠다. 그러나 차려입지 않고 윗분들에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는 어깨가 파인 가장 멋진 옷을 입고 팔찌를 전부 찼다. 코가 빨간 점원이 — 아, 그 쓰레기! — 도둑질을 했다고 몰았을 때 판사에게 가던 것처럼…

여주인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경찰서로 달려갔나? 좋아, 네 시절은 지났어.

목욕간에는 나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가씨들은 이제 아브도티야의 시중을 바라지 않았고(또 다툴 일을 뭐 하러 만들어?), 티토브나로 만족하며 그녀에게 살집 있는 등과 부드러운 배와 가슴을 내맡겼다.

“자, 티토브나, 더!”

“자작나무 가지로, 가지로.”

작고 마른 티토브나는 지칠 줄 몰랐다. 문지르고 긁어 주고 김을 더 올리고, 그리고 듣고, 듣고, 또 들었다… 나중에 충성심을 보여 줄 때 쓸모가 있을 터였다. 아프로시냐가 나타나지 않은 것도 평화를 지키는 데 한몫했다.

아가씨들은 밀치지 않았고, 대야와 가지와 자리와 차례를 두고 다투지 않았다. 자작나무 잎과 김과 비눗물 냄새가 나는, 벌거벗은 여자들 몸으로 비좁은 뜨거운 공기 속에서 이야기는 부드럽고 나른해졌다. 자기들의 불행을 떠올리더라도 남의 일처럼 말했고, 대개는 꿈을 꾸었다.

“장사꾼이 나를 수도원 여관에 데려간 적이 있어. 거기를 혼자서, 마님처럼 가 봤으면.” 바닥이 더 시원해서 거기 누워 쉬던 렉산드라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감옥처럼 살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면 해가 같은 자리에서 비치고.” 에밀카가 하소연했다. “그게 다야.”

“해님마저 저희 식으로는 안 비친다고, 새로 비쳐야 한다네. 번듯한 사람들이 그러면 몰라도, 저것들이…” 티토브나가 속으로 분개했다.

아가씨들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식당에 앉아 차를 마실 때,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실 때마다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 고요했다. 여주인도 문지기도 요리사도 손님도 없었다. 등불은 어둑하고 집 안 같았다. 좋았다. 이제 곧 아말리야가 돌아와 노동자들을 데려오면 다른 삶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어떤 삶인지, 어떻게 될지 그들은 알지 못했고 서로 말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의 행복하고 어렴풋한 생각은 이 새로운 삶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석

  1. 옮긴이: 볼샤야 마누팍투라(Большая мануфактура)는 ‘큰 공장’이라는 뜻의 공장 이름이다. 소설의 무대로 짐작되는 야로슬라블에 실제로 같은 이름의 큰 방직공장이 있었다. ↩
  2. 옮긴이: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긴 일(요한복음 13장)을 빗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