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사회주의: 기후위기의 계급정치경제학 — 5회(최종): 한국의 기후정치 — 체제전환운동의 가능성과 과제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24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24


연재 '생태사회주의: 기후위기의 계급정치경제학' — 최종회 (5회/5회)
1회: 자본주의는 왜 구조적으로 생태위기를 생산하는가 (물질대사 균열)
2회: 현실 사회주의와 생태 — 소련의 실패, 쿠바의 실험
3회: 탈성장이냐 그린뉴딜이냐 — 두 길의 계급정치학
4회: 대안의 윤곽 — 생태적 계획경제·에너지 공공화·식량주권
5회: 한국의 기후정치 — 체제전환운동의 가능성과 과제 ← 지금 여기

이 연재는 이론에서 출발했다. 자본주의가 왜 구조적으로 생태위기를 생산하는지(1회), 현실 사회주의도 그 함정을 피하지 못했음을(2회), 탈성장과 그린뉴딜 사이의 논쟁이 어떤 계급적 선택지를 함의하는지(3회), 그리고 생태사회주의가 제안하는 긍정적 대안의 윤곽이 무엇인지(4회)를 검토했다.

최종회는 한국의 땅으로 내려온다. 이론적 지형을 한국의 구체적인 기후정치 현실에 대입하면 무엇이 보이는가?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은 얼마나 '체제전환'에 근접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한계와 과제에 직면해 있는가?


1. 한국 기후정치의 지형: 세 층위

한국의 기후정치는 세 층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각 층위를 따로 보면 불완전해 보이지만, 세 층위의 상호작용이 운동의 실제 역동성을 만든다.

제1층위 — 국가·기업 주도 탄소중립: 2020년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한국 정부는 형식적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의 중장기 감축목표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 2030년 이후 목표가 불충분하고 불명확하다는 이유다. 이 결정은 국가 탄소중립 정책의 형식적 성격을 사법적으로 확인한 사건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를 빌미로 신규 핵발전소 추진 방침을 밝혔다. 기후정의동맹은 이를 즉각 규탄했다: "AI·반도체산업의 '장밋빛 미래 먹거리'가 은폐하는 기후부정의를 직시하라."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도 "기후정의가 곧 민생"임을 내세우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국가 주도 탄소중립의 핵심 문제는 4회차에서 다룬 바와 같다 — 이윤율을 건드리지 않는 기술적 전환은 자본의 새로운 축적 기회가 될 뿐이다.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90%가 민간 소유인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제2층위 — 노동-기후 연대의 형성: 한국 기후운동의 주목할만한 특징 중 하나는 노동-기후 연대가 실질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하 기후정의동맹)은 2021년 출범 이후 81개 단체가 참여하는 연대체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발전비정규직노조 등 노동 주체들이 핵심으로 참여한다.

기후정의동맹이 2026년 3월 국회에서 추진한 '한국발전공사법'은 이 연대의 실천적 산물이다. 민간 해상풍력 기업들이 잇달아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2026년 2월)를 계기로, "시장에 맡겨진 전환의 실패"를 공식화하고 발전 5사 통합·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했다. 이는 4회차에서 검토한 '에너지 공공화' 요구가 한국에서 구체적 입법 운동으로 전화된 사례다.

비정규직 발전소 노동자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비정규직 없는 발전소,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곧 정의로운 전환" — 이 슬로건은 기후전환과 노동권을 분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석탄발전소 폐쇄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에게 생계 위협이 되는데, 정의로운 전환은 이들을 공공재생에너지 부문 정규직으로 흡수하는 계획을 전제해야 한다.

제3층위 — 체제전환 담론의 급진화: 기후정의동맹은 명시적으로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체제전환"을 목표로 내건다. 이는 한국 주류 환경운동과의 분명한 차별화다. 참여 단체 목록에 진보당, 노동당, 정의당뿐 아니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기후정의동맹은 넓은 의미의 진보·좌파 연합이 기후를 매개로 결합한 공간이다.

2026년 '체제전환운동포럼'과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기획토론회'는 단순한 기후 대응 요구를 넘어 사회 전반의 전환 논리를 구성하려는 시도다. "성장주의 개발속도전에 맞선 기후정치의 전략"이라는 토론 제목이 보여주듯, 이재명 정부의 AI·반도체 주도 성장 전략과의 정면 충돌이 현재의 주요 전선이다.


2. '정의로운 전환'의 계급정치학

한국 기후운동에서 가장 논쟁적인 지점 중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개념의 계급적 함의다.

노동자연대(ws.or.kr)는 이 개념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한다. 노동조합과 환경단체들이 제시하는 정의로운 전환 담론은 "피해자 권리의 최대 보호", "전환 비용의 사회적 분담", "이해 당사자의 참여" 등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 언어 자체가 문제다 — "사회적 분담"이란 전환의 비용을 노동자와 자본가가 '함께' 진다는 말이고, "이해 당사자 참여"란 정부·기업·노조의 사회적 대화를 전제한다.

금속노조의 전기차 전환 대응 방식이 그 구체적 사례다. 전기차 전환으로 2·3차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될 수 있다 → 금속노조는 사회적 대화로 정부와 원청사가 부품업체에 전기차 생산 능력을 공급하도록 "설득"하겠다고 한다. 이는 노동자 보호를 자본-국가의 자선에 맡기는 논리로 흐를 위험이 있다.

노동자연대의 대안 관점: 기후위기 대응 산업재편을 "정부·자본이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공간"이 아니라 "노동자가 계급적 요구를 투쟁으로 쟁취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긴장은 해소하기 어렵다. 현실의 운동은 — 기후정의동맹이 보여주듯 — 체제전환을 이념적으로 지향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공공재생에너지법' 같은 개혁적 입법을 쟁점으로 삼는다. 이 두 수준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운동의 핵심 과제다.


3. AI·반도체 성장주의와 기후정의의 충돌

2026년 현재 한국 기후운동의 가장 첨예한 전선은 'AI·반도체 성장 전략 대 기후정의'의 충돌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경제 트레이드오프가 아니라 계급 문제다.

에너지 수요 폭증: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삼성·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확대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한국 데이터센터 증설은 전력 수요 급증을 낳는다.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신규 발전소(핵발전 포함) 건설, 송전선로 확충이 추진된다.

누가 비용을 지는가: 충북 등 지역 주민들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송전선로 건설에 저항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이 지역 공동체에 전가하는 생태적·사회적 비용이 문제다. '반도체=미래 먹거리=성장'이라는 담론이 이 비용을 은폐한다.

이재명 정부의 입장: 탄소중립을 명목으로 내걸면서 동시에 AI·반도체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 핵발전 확대가 그 연결고리다 — "핵발전은 탄소를 내지 않으므로 기후 대응에 부합한다"는 논리. 이것이 기후정의동맹이 "탄소 불평등 해결 없이 기후위기 해결 없다"며 반발하는 지점이다.

생태사회주의의 관점에서 이 충돌의 핵심은 명확하다: 한국 자본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한 생태적 비용을 지역 주민과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것은 '외부효과' 문제가 아니라 계급 문제다.


4. 한국 생태사회주의의 가능성과 한계

이제 냉정하게 평가할 시간이다.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은 생태사회주의적 전망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

가능성

조직적 기반의 실재성: 기후정의동맹의 81개 단체 참여는 형식적 연대가 아니다. 발전비정규직노조, 공공운수노조의 참여는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실질적 결합을 보여준다. 이는 유럽 기후운동에서도 드문 성취다.

공공재생에너지 요구의 급진성: "에너지 공공화" 요구는 단순한 정책 요구가 아니다. 민간 자본이 지배하는 에너지 부문을 공적 통제 아래 두자는 주장은 소유권에 관한 계급적 요구다. 한국판 뉴딜이 민간 재생에너지 투자의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다면, 기후정의동맹은 "햇빛과 바람을 시장에 팔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방정치로의 확장: 2025년 지방선거, 그리고 2026년 여러 지역에서 기후정의를 주 의제로 내건 후보들이 출마했다. 이들의 성패를 떠나, 기후정의가 더 이상 중앙정치의 전문가 담론이 아니라 지방 정치장에서 지역민의 생활과 결합된 의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한계

대중 기반의 협소함: 기후정의동맹의 81개 단체는 인상적이지만, 운동의 사회적 기반은 여전히 활동가·지식인·진보 노조 중심이다. 일반 시민,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 농민, 청년을 폭넓게 조직하는 대중적 기후운동은 아직 미완이다.

반핵 운동과의 긴장: 기후정의동맹은 핵발전에 반대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단기적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 "현실적으로 핵발전이 필요하다"고. 운동이 이 긴장을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취약점이다.

국제 연대의 부족: 4회차에서 지적했듯 생태사회주의는 국제적 전환 없이는 한 나라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 기후운동과 아시아·글로벌 사우스의 기후운동 사이의 연대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한반도 생태 평화라는 특수성에 갇혀 글로벌한 연관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계급 주체의 불명확성: 운동 안에서 '누가' 체제전환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모호하다. "81개 단체 연대"라는 틀은 넓은 포괄성을 장점으로 하지만, 계급적 리더십의 문제를 단체 수의 문제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자 계급의 특수한 역할, 즉 생산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오는 전략적 위치는 충분히 이론화되지 못했다.


5. 결론: 사회주의 정당 재건과 기후정치의 접속

마지막으로 한국 생태사회주의 운동이 직면한 전략적 과제를 정리한다.

이론적 과제

생태사회주의는 아직 한국에서 충분히 정식화된 개념이 아니다. 기후정의동맹 내부에서도 "체제전환"이라는 용어에 대한 합의는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공동의 분석은 미완이다. 자본주의 축적 구조와 기후위기의 관계, 에너지 공공화의 구체적 경로, 정의로운 전환의 계급적 함의에 대한 이론적 심화가 필요하다.

실천적 과제

  1. 노동-기후 연대의 심화: 발전노조의 참여를 넘어,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환 산업의 노동조합을 운동 안으로 조직하는 것. 전기차·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서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들의 불안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계급적 요구로 전화하는 것.
  1. 대중적 기후정치의 구축: 활동가-지식인 중심에서 벗어나, 에너지 빈곤층·임차인·비정규직 노동자·농민·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캠페인. "기후정의"를 생활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
  1. 국제 연대의 확장: 아시아·글로벌 사우스의 기후 운동과의 실질적 연대 구축. 탈성장-그린뉴딜 논쟁에서 한국의 입장을 국제적으로 제출하는 것.
  1. 사회주의 정당 재건과의 접속: 기후정치는 기존 정치판의 한 이슈가 아니라 체제 전환의 정치다. 그것은 결국 정치적 권력의 문제이며, 정치적 권력은 조직의 문제다. 한국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조직하는 과제, 즉 사회주의 정당의 재건 과제와 기후정의운동의 접속이 핵심 전략 과제다.

연재를 마치며

5회에 걸친 이 연재는 하나의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기후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산물이며, 그 대안은 생태사회주의다. 자본주의 안의 해법은 모순을 관리할 뿐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한다. 동시에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는 생태사회주의가 관료제적 명령경제가 아니라 민주적 계획경제여야 함을 가르친다.

한국에서 생태사회주의는 더 이상 먼 이념이 아니다. 81개 단체가 "체제전환"을 말하고 있고, 발전소 노동자가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고 있고, 지역 주민이 "햇빛소득마을"을 실험하고 있다. 이 흐름이 더 넓은 계급적 기반 위에서 이론화되고 조직화될 때, 기후정의는 단순한 담론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가 될 것이다.


생태사회주의: 기후위기의 계급정치경제학 — 연재 완료. 1회: 자본주의는 왜 구조적으로 생태위기를 생산하는가 2회: 현실 사회주의와 생태 3회: 탈성장이냐 그린뉴딜이냐 4회: 대안의 윤곽 5회: 한국의 기후정치 — 체제전환운동의 가능성과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