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무기를 꺼내는 속도

5월 18일 새벽 2시. 오늘 세종에서 교섭이 열린다. 그러나 어제 벌어진 일은 교섭 테이블 바깥에서 이미 교섭의 성격을 결정해버렸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좌우에 세우고,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18일 교섭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못박았다. 총리가 직접, 그것도 양대 경제부처 장관을 대동하고 TV 생중계로 노사 교섭에 개입한 것은 한국 노동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것은 중재가 아니다. 이것은 협박이다. 그리고 국가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를 스스로 설명했다.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 다섯 글자면 충분하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축적 체계가 멈춘다. 축적 체계가 멈추면 국가가 무기를 꺼낸다.

지난 48시간의 궤적을 보라. 15일, 김영훈 장관이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16일, 삼성 경영진과 1시간 면담했다. 같은 날 이재용이 공개 사과하고 교섭위원을 교체했다. 17일, 총리가 긴급조정권을 공개 거론하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당근에서 채찍으로 이행하는 속도가 이렇게 빠른 적이 있었는가. 이것은 우왕좌왕이 아니다. 정확히 계산된 계단식 압박이다. 1단계: 장관의 대면 중재 — 노사 모두에게 '국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 2단계: 총리의 공개 담화 — 더 이상 실무선이 아니라 국가 최고 의사결정 라인에서 직접 압박. 3단계는 이미 예고되어 있다. 오늘 교섭이 결렬되면 긴급조정권 발동. 그리고 긴급조정이 발동되는 순간, 파업은 30일간 금지되고 그 30일 안에 중노위 중재안이 강제된다. 이것이 국가가 노동자에게 제시하는 선택지다: 타협하든지, 아니면 타협을 강제당하든지. 자발적 양보든 강제적 양보든 결과는 같다. 파업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도체 라인은 멈추지 않는다.

여기서 국가의 본성이 선명해진다. 국가는 노사의 중립적 중재자가 아니다. 국가는 매판-독점자본주의 축적 체계의 관리자다. 관리자에게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도, 자본의 이익도 아니다. 관리자에게 중요한 것은 체계의 중단 없는 작동이다. 김영훈 장관이 노조 사무실을 방문한 것도, 김민석 총리가 긴급조정권을 거론한 것도, 이재용이 사과한 것도 모두 동일한 목표로 수렴한다: 21일 아침에도 반도체 라인이 정상 가동되게 하는 것. 이 목표 앞에서 국가는 노동자에게 미소 짓다가도, 필요하면 바로 권총을 겨눈다. 그 전환은 48시간이면 충분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일이 다른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AI 자동화 확대와 고용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말한다. 칭다오에서는 1,200대의 무인 배송 차량이 운영 중이고, 5년 내 로보택시 70만 대가 도입될 전망이다. 택시·배달 노동자 2,200만 명이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AI를 인간 고용 대체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권고 지침을 냈다. 권고다. 강제도, 거부권도 아니다. 동시에 2024년 우한에서는 로보택시 반대 시위가 발생했고, 당국의 대응은 정보 공개 제한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진단한다.

한국과 중국, 두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각기 다른 전선에서 동일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국가는 반도체 노동자의 파업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권을 꺼내 든다. 중국의 국가는 AI 자동화가 촉발할 실업과 사회적 폭발을 막기 위해 기술 도입의 속도를 조절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작동 논리는 같다. 자본 축적을 중단시키지 않는 선에서 노동의 반발을 관리하는 것. 한국은 직접적 강제의 형태로, 중국은 시간적 분산의 형태로. 그러나 두 경우 모두, 통제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국가다. 기술 도입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도, 파업의 적법성을 결정하는 것도 노동자가 아니다. 이것이 국가자본주의의 본질적 한계다: 국가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체계를 위협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오늘 세종에서 열리는 교섭은 이렇게 이미 조건지어졌다. 총리의 담화는 협상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협상의 규칙 자체다. "마지막 기회"라는 말은, 타협하지 않으면 국가가 직접 나서서 너희의 투쟁 수단을 박탈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조건에서 노조가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이미 얻어냈다. 48시간 만에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게 만들었고, 고용노동부 장관과 산업통상부 장관을 한 자리에 세우게 만들었고, 88년 만에 삼성 회장의 공개 사과를 받아냈다. 이 사실 자체가 노동자의 구조적 힘에 대한 증거다. 국가가 무기를 꺼내는 속도는, 그 무기를 꺼내게 만든 힘의 크기를 반비례하여 증명한다.